토머스 바킨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13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 상공회의소 행사에서 미국 경제를 '미스터리'에 빗대며 네 가지 수수께끼를 제시했다. 그는 '미스터리한 미국 경제'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미국 경제도 좋아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바킨 총재는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회의체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대체 투표권을 가진 인물이다. 그가 꼽은 첫 번째 수수께끼는 경제의 회복력이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공급망 대란, 금리 급등, 중동 분쟁, 관세 등 잇단 충격을 겪었다. 그 여파로 물가는 여전히 연준 목표치를 웃돌고 지난 1년간 실질 소득은 감소했다. 소비자 심리도 얼어붙어 미시간대가 70여 년간 집계해 온 소비자심리지수에서 2026년이 역대 최저 월간 수치 3개를 배출했다.
그럼에도 경제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3년 이후 평균 2.5%로 장기 추세를 웃돌았다. 올해 고유가라는 마지막 고비에도 수요는 견조했고 실업률은 오히려 낮아졌다.
바킨 총재는 그 배경으로 소비자를 지목했다. 소비 지출은 미국 GDP의 약 70%를 차지하는데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한 번뿐인 인생(YOLO)'을 받아들여 지갑을 계속 열었고 부유층은 자산을 더욱 불렸다는 것이다.
두 번째 수수께끼는 기업 투자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투자가 왜 이렇게 왕성한지에 대해 그는 AI를 지목했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 민간 비주거용 고정투자는 올해 상반기 연율 9.5% 증가해 팬데믹 이전 10년 평균(5.8%)의 두 배를 넘었다. AI 인프라가 주된 동력이지만 투자 확산은 더 넓어지고 있다.
이런 투자는 금리 수준이나 건설 비용, 불확실성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바킨 총재는 기업 실적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봤다. 2분기 순이익은 30% 넘게 늘었고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을 포함하면 50%를 웃돈다.
세 번째 수수께끼는 낮은 실업률이다. 기업들은 과잉 채용을 꺼려 인력을 동결하거나 자연 감소로 규모를 줄이는 '저채용·저해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AI발 감원 우려가 있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고객 상담원을 빼면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사례는 아직 드물다.
다만 노동 수요가 둔화하는 동시에 공급도 함께 줄고 있다. 미국으로의 순유입 이민이 급감해 2024년부터 2026년까지 240만 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고령화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일자리가 적게 생기는 만큼 구직자도 줄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수수께끼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2022년 6월 7.2%로 정점을 찍은 뒤 내려왔지만 최근 3.7%로 목표치 2%를 여전히 웃돈다. 바킨 총재는 물가가 목표치로 돌아갈지가 아니라 어떤 경로로 갈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연준이 금리를 더 올려야 할지, 아니면 이미 물가가 목표를 향해 내려가는 중인지가 열린 질문이라는 것이다. 물가가 너무 오래 높게 유지되면 기업과 소비자의 물가 기대 심리 자체가 올라갈 위험이 있어 추가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바킨 총재의 발언은 연준 내부 기류가 세 갈래로 갈린 상황에서 나왔다. 그는 9월 금리 방향을 예단하지 않았다. 반면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물가가 계속 낮아질지 확신할 수 없다며 즉각적인 금리 인상을 거듭 촉구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이날 물가 지표 개선이 2% 복귀를 뒷받침할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물가가 너무 높다는 신중론을 폈다.
이런 논쟁의 배경에는 전날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있다. 미국 노동부는 7월 CPI가 전월 대비 0.1% 올랐고 연간 상승률은 3.4%로 6월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고 밝혔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연간 2.5%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 지표가 9월 금리 인상 필요성을 낮췄다는 해석이 나왔다. FOMC는 9월에야 다시 열리는 만큼 그전에 물가와 고용 지표를 한 달 더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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