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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소득 가로막던 시대는 이제 끝?… 미국 임금, 4년째 집값 상승률 추월

  • 고건 기자
  • 입력 2026.08.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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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임금이 오르는 속도가 집값이 오르는 속도를 4년 연속 앞질렀다. 팬데믹 직후 집값이 폭등하며 내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들던 흐름이 뒤집힌 것이다.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WisdomTree)의 주식 전략 책임자 제프 웨니거(Jeff Weniger)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런 변화가 뚜렷하다. 이 자료는 미국의 기존주택 중간 가격 상승률과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준)의 임금 상승률 지표를 해마다 견줘 놓은 것이다. 

 

기존주택이란 새로 지은 집이 아니라 이미 지어져 한 번 이상 거래된 적이 있는 집을 뜻한다. 미국 주택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해 시장 흐름을 읽는 기준이 된다. 중간 가격은 전체 거래를 가격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놓인 값으로, 일부 고가 주택에 휘둘리지 않고 시장의 전형적인 가격 수준을 보여준다.


집값과 임금의 처지가 뒤바뀐 과정은 숫자로 확인된다. 2020년 집값은 9.4%, 2021년에는 17.3% 뛰었다. 같은 기간 임금은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 집을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버는 돈은 그대로인데 집값만 치솟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셈이다.


흐름은 2023년에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그해 임금은 5.6% 오른 반면 집값 상승률은 1.0%로 주저앉았다. 이 역전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2024년에는 임금이 4.8% 오르는 동안 집값은 4.5% 올랐고 2025년에는 임금이 4.0%, 집값이 1.9% 올랐다. 3년 내리 임금이 집값을 앞선 것이다.


2026년 6월 기준으로도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애틀랜타 연준의 임금 상승률 지표는 1년 전보다 3.6% 올라, 기존주택 중간 가격 상승률 1.8%의 정확히 두 배를 기록했다. 

 

여기서 애틀랜타 연준의 임금 상승률 지표는 같은 사람의 시급이 1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올랐는지를 추적하는 통계다. 정부가 매달 실시하는 인구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 대상자 가운데 한가운데 놓인 사람의 임금 변동률을 뽑아 계산한다. 

 

직장을 옮기지 않은 사람만 놓고 보면 6월 상승률은 3.4%였고 직장을 옮긴 사람은 4.1%로 이직이 임금을 더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이 집값을 앞서는 흐름이 여러 해 이어지면서 미국인들이 집을 살 수 있는 실질적인 여력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다만 집값 자체가 사상 최고 수준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높은 탓에 내 집 마련이 여전히 힘들다는 인식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실제로 6월 미국의 기존주택 중간 가격은 44만6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5월의 42만9300달러에서 한 달 만에 다시 오른 것이며, 1년 전과 비교하면 36개월 연속 상승세다. 3년 내내 집값이 전년 대비 오르기만 한 셈이다.


가격이 오르는 와중에도 거래는 오히려 줄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6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2.4% 감소해 연율 409만 채에 그쳤다. 연율이란 그달의 거래 속도가 1년 내내 이어진다고 가정했을 때의 연간 판매량으로 매달의 흐름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위한 방식이다. 

 

시장에서 예상한 420만 채에 못 미쳤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2.8% 늘었다.


NA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런스 윤(Lawrence Yun)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매달 거래량이 출렁이는 것은 구매자들이 그만큼 비용 부담에 민감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들어 50만 개 넘는 일자리가 늘어난 만큼 고용 증가가 주택 시장을 계속 떠받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집값이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지만 임금이 집값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어 부담능력은 1년 전보다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매물이 늘지 않으면 집값이 다시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며 시장에 공급을 더 풀어 내 집 마련의 문을 넓히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담능력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는 지표로도 드러난다. 소득 대비 주택 구매 여력을 보여주는 주택부담능력지수는 6월 102.3으로, 1년 전 95.5보다 올랐다. 이 지수는 값이 클수록 소득에 견줘 집을 사기 수월하다는 뜻이며 6월에는 미국 4개 권역 모두에서 1년 전보다 부담능력이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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