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올해 2분기 시장 예상을 밑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7월 30일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연율 기준 1.5% 증가에 그쳤다.
이 수치는 시장이 예상한 2.0~2.3%에 크게 못 미쳤고 1분기 성장률 2.1%에서도 둔화됐다. GDP 성장률을 연율로 표시한다는 것은 이번 분기의 성장 속도가 1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라는 의미다.
겉으로 드러난 성장률은 부진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미국 내수는 오히려 강했다. 무역과 재고, 정부지출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민간의 소비와 투자만 따진 '민간 최종수요'는 2분기 3.9% 늘었다. 2023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 헤드라인 성장률이 낮게 나온 것은 수입 급증과 재고 감소, 정부지출 축소 때문이다.
수입은 GDP 계산에서 빼는 항목인데 2분기 11.5% 늘며 성장률을 1%포인트 넘게 깎아내렸다. AI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반도체와 통신장비 등을 해외에서 대거 사들인 영향이 컸다. 정부지출은 전략비축유 방출에 따른 원유 판매가 정부 소비에서 차감되면서 줄었다.
민간 소비는 2분기 3.2% 증가했다. 1분기 0.5%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급반등이다. 소비는 미국 경제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핵심 동력이다.
기업 투자도 견조했다. 주택을 제외한 설비·시설 투자는 8.4% 늘었고 특히 산업용 장비 투자는 2011년 이후, 운송장비 투자는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소프트웨어와 지식재산 투자는 10.8% 늘며 AI 관련 지출이 투자 전반을 끌어올렸다.
다만 시장조사업체 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는 이런 강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봤다. 오랜만에 살아난 소비가 상당 부분 일시적 요인에 기댔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미국은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으로 불리는 감세 조치에 따라 소득세 환급액이 늘었고 이 환급금이 가계 지갑을 채우며 소비를 밀어올렸다.
팬테온은 이 효과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근본적인 소득 증가세가 매우 약한 데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다시 넘어서면서 다른 소비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가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저축을 깨고 있다는 점도 경고 신호로 지목됐다. 6월 개인저축률은 2.7%로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축률은 세후 소득 가운데 쓰지 않고 남긴 돈의 비율을 뜻한다. 이 수치가 낮다는 것은 사람들이 벌어들인 돈을 거의 다 쓰고 있다는 의미로, 소비 여력이 그만큼 얇아졌다는 신호다.
투자 내부에서도 온도차가 뚜렷했다. AI 관련 지출이 투자를 떠받치는 사이, 상업용 건물 등 구조물 투자는 4.3% 줄며 10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팬테온은 여전히 높은 금리가 경제의 일부를 짓누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AI 관련 부문은 7개 분기 연속으로 전체 설비투자의 전년 대비 증가분을 사실상 홀로 채웠다.
AI를 뺀 나머지 투자는 제자리걸음이라는 뜻이다. 기술 부문 밖의 장비 투자가 바닥을 찍는 조짐도 일부 나타나지만, 지역 연방준비은행 조사와 전미자영업연맹(NFIB) 자료를 보면 중소기업의 투자 계획은 여전히 위축된 상태다.
팬테온은 하반기 성장률이 뚜렷하게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헤드라인 성장률이 3분기 1%, 4분기 1.5% 수준으로 낮아지고, 내수 흐름을 보여주는 민간 최종수요도 비슷하게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분기 동안의 GDP 지표는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다는 시각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발표에는 물가 지표도 함께 나왔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가장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6월 전년 대비 3.7% 올랐다. 5월보다는 둔화됐지만 Fed 목표치인 2%를 여전히 웃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PCE는 3.3%를 기록했다. Fed는 앞서 7월 28~29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 범위로 동결했다. 표결에서는 3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썸네일 사진 출처: BEA.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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