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관련 주식의 앞날에 시장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이 프랑스계 대형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전략가 알베르 에드워즈가 세계 3위 경제 대국 일본에서 금융위기가 싹트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일본의 국채와 통화 시장이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는 전형적 신호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것이 전 세계 주식 가치 평가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치는 뚜렷하다. 만기 10년짜리 일본 국채의 금리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기 전부터 이미 30년 만의 최고 수준인 3.0% 가까이로 치솟았다. 국채 금리는 정부가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이자로,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사려 하지 않아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진다는 뜻이다.
만기 30년짜리 국채 금리는 독일을 넘어섰고 스페인에 근접했다. 6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국채를 대거 팔았고 이는 엔화 약세와 맞물렸다.
실제로 지난 9일 도쿄 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1996년 9월 이후 최고치인 2.900%까지 올라 9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는 19년 만에 가장 긴 연속 상승이다. 중동에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며 유가가 뛰어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진 데다 일본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불안이 겹친 결과다.
일본 정부가 2040회계연도까지 370조엔이 넘는 공공·민간 투자를 동원하겠다는 대규모 지출 계획을 내놓으면서 추가 국채 발행 부담이 커진 것도 매도세를 부추겼다.
에드워즈는 국채 시장의 조정처럼 보이는 이 현상이 실제로는 더 위험한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고 봤다. 그동안 일본은행은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여 금리를 시장이 매길 수준보다 낮게 눌러왔다.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이다.
그런데 이 억눌린 금리가 통화 시장의 반발을 불러왔다. 보통 한 나라의 국채 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오르면 그 나라 통화의 가치도 오르는데, 일본에서는 금리가 급등했는데도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에드워즈는 2010년 이후 실질 가치가 반토막 난 약한 엔화에 투자자들이 워낙 익숙해진 탓에 지금 상황이 위기처럼 느껴지지 않지만 최근의 하락은 과거와 분명히 다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요 7개국(G7) 가운데 이런 식으로 시장 신뢰가 무너진 사례로 2022년 9월 영국의 리즈 트러스 당시 총리가 대규모 감세안을 내놨다가 국채 시장의 붕괴를 부른 사건을 꼽았다. 실제로 만기가 다른 일본 국채 금리의 격차는 최근 크게 벌어졌다.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이는 지난 8일 143bp(1bp는 0.01%포인트)까지 벌어져 2004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은행이 시장의 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의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에드워즈는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가 미국 수준인 4% 이상으로 계속 오른다면 미국 증시가 지금과 같은 높은 주가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봤다.
수십 년간 일본의 낮은 국채 금리와 양적완화로 풀린 막대한 자금은 전 세계 주식과 채권 가격을 끌어올리는 배경이 돼왔다. 값싼 엔화를 빌려 미국 주식이나 채권 같은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대표적이다. 일본 금리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면 이 흐름이 역전돼 전 세계 위험 자산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에드워즈의 우려에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최근 경고도 겹친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협의체인 BIS는 지난달 발간한 연차보고서에서 현재의 AI 투자 열풍이 기대에 못 미치면 장기적인 투자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BIS는 1830년대 운하 건설 열풍, 1840년대 철도 확장, 1990년대 후반 닷컴 거품을 그 사례로 들었다.
모두 진짜 기술 혁신이 상업적 수익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자본을 끌어들였다가 결국 무너진 경우다.
에드워즈는 그중에서도 1990년대 후반 통신 부문의 거품에 주목했다. 값싼 자금을 손에 쥔 기업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수익 전망에 기대 설비 확장 경쟁을 벌였고 그 결과 투자와 주가가 함께 무너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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