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발표 자리에서 자동차 이야기를 줄이고 AI와 로봇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이 여전히 자동차 판매에서 나오는데도 그의 관심은 회사의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 2분기(4~6월) 50만 대에 가까운 차량을 인도했고 전체 매출의 70%를 자동차 판매로 벌어들였다. 숫자만 보면 테슬라는 여전히 자동차 회사다. 그러나 머스크는 최근 몇 년간 테슬라를 AI·로봇 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AI 기술의 일부가 자동차 안에 들어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 매체 테크크런치가 뉴욕의 금융 분석 회사 허드슨랩스와 함께 테슬라 경영진이 실적 발표에서 무엇을 이야기했는지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변화가 수치로 확인됐다.
두 회사는 시장정보업체 S&P 마켓인텔리전스가 보유한 2019년 이후 실적 발표 녹취록을 확보한 뒤 AI 분석 도구로 문장마다 주제를 분류하고 그 빈도를 세는 방식으로 7년치 발언을 지도처럼 그려냈다.
분석에 따르면 머스크가 실적 발표에서 AI와 로보택시(자율주행 무인 택시),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를 언급하는 비중은 전체 발언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렀다. 이 비중은 2022년만 해도 15~20% 수준이었다.
머스크는 자율주행 기술이 테슬라의 높은 기업 가치를 정당화한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그는 2024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테슬라를 단순한 자동차 회사로 평가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틀이며, 테슬라가 자율주행을 실현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면 투자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로봇에 대한 언급도 최근 3년 사이 급격히 늘었다. 테슬라는 2021년 사람 형태의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처음 공개했다. 그 이듬해까지 머스크가 이 로봇을 언급하는 데 쓴 시간은 전체의 2% 안팎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그 비중은 최소 10%로 올랐고 2025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발언의 3분의 1가량이 옵티머스에 집중됐다. 당시 머스크는 옵티머스가 사상 최대의 제품이 될 잠재력을 가졌다고 밝혔고 2026년 초 옵티머스 3세대 시제품을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머스크가 이런 미래 사업을 자주 입에 올리기 시작한 시점은 테슬라의 핵심인 자동차 사업이 성장을 멈춘 때와 맞물린다. 현재 그가 실적 발표에서 자동차와 제조 이야기에 쓰는 시간은 전체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2025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그가 자동차 사업을 이야기한 비중은 20%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실적 발표에 함께 참석하는 다른 경영진의 변화 속도는 아직은 더디다. 바이바브 타네자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라스 모라비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도 자동차 사업에 30%가량의 시간을 쓰고 있다. 이들이 그다음으로 자주 다루는 주제는 AI와 로보택시, FSD다.
이들이 머스크만큼 AI와 로봇에 열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해당 사업이 아직 실질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이들은 실적 발표 시간의 절반 이상을 자동차를 만들고 파는 이야기에 썼다. 그 흐름이 바뀐 것은 2024년이다. 기존 완성차 업체와 새로 진입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자동차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다만 이들도 미래 사업을 이야기할 때만큼은 머스크 못지않은 표현을 쓴다. 타네자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엄청난 풍요로 가는 길은 늘 도전적이며 과감한 베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전은 직선적이지 않겠지만 미래는 위대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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