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가 미국의 지역 경제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대형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지역이 집값과 일자리, 실업률 등 주요 지표에서 미국 평균을 큰 폭으로 앞지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투자은행 웰스파고는 500메가와트 이상의 전력을 쓰는 대형 데이터센터 약 200곳을 추적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500메가와트는 웬만한 중형 도시 전체가 쓰는 전력량에 맞먹는 규모다.
아마존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같은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인공지능(AI)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이런 초대형 시설을 짓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났다. 데이터센터가 가동 중인 지역에서는 2024년 이후 새로 지어진 주택이 50%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신규 주택 물량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과 대비된다. 집값도 이들 지역에서 약 14% 올라 전국 평균 상승률의 두 배에 달했다. 시설이 아직 공사 중인 지역에서도 집값이 약 7% 상승해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고용 지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인 지역의 실업률은 3.5%로, 지난 7월 미국 전체 실업률 4.1%보다 낮았다. 일자리 증가율은 약 4%에 이르러 미국 전체 증가율인 1% 안팎을 크게 앞섰다. 시설이 건설 단계에 머물러 있는 지역조차 고용 지표가 전국 평균보다 나았다.
데이터센터는 건설 과정에서만 반짝 일자리를 만들고 완공 뒤에는 고용 효과가 사라진다는 우려가 있어 왔다. 그러나 웰스파고 분석에서는 시설이 가동 중인 지역의 일자리 증가세가 오히려 공사 중인 지역보다 강하게 나타났다. 초대형 데이터센터 한 곳이 수백 개의 상용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지만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지역에서 전기요금은 오히려 내리거나 물가 상승률 수준으로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시기 웰스파고가 내놓은 중간 상업용 부동산 전망에서는 다른 얼굴도 드러난다. 호황을 누리는 데이터센터를 빼고 보면 사무실, 상가 같은 일반 상업용 부동산의 신규 착공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의 부진한 수준까지 가라앉았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전체 착공 통계의 침체를 가려주고 있는 셈이다.
경제적 성과가 뚜렷한데도 데이터센터를 향한 미국 내 여론은 싸늘하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3월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인 71%가 자기 동네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원자력발전소보다 높은 반대율이다. 소음과 물 소비, 그리고 전기요금 인상이 반대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대량으로 끌어다 쓰면서 인근 주민들의 전기요금까지 밀어 올린다는 불만이다.
이런 반발은 실제 규제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채 분석기관 뎁트와이어에 따르면 올해 미국 46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법안 약 200건이 발의됐고 16개 주가 30건의 법을 통과시켰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인 버지니아주가 법안 15건을 9개 법으로 만들며 규제 정비를 주도하고 있다. 일리노이주의 J.B. 프리츠커 주지사는 신규 데이터센터에 대한 사실상 2년간의 유예를 선언했고 애리조나주와 일리노이주는 그동안 데이터센터에 줘 온 세금 감면 혜택을 중단했다.
정치권에서도 데이터센터는 당파를 가리지 않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기요금 부담을 안게 된 유권자가 약 6700만 명에 이르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양쪽에서 신규 건설을 아예 멈추자는 '모라토리엄' 공약이 나오고 있다.
효과가 지역마다 갈린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진은 데이터센터의 경제 효과가 입지에 크게 좌우된다고 분석했다. 노동력과 협력업체가 이미 두텁게 형성된 대도시권에서는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건설, 엔지니어링, 전문 서비스 수요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이익이 커진다.
반면 농촌 지역은 상용 일자리가 100명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고, 필요한 전문 서비스마저 외부에서 들여오는 탓에 파급 효과가 제한된다.
(썸네일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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