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민주당이 이른바 '억만장자세'를 놓고 당 지도부가 둘로 갈라진 상황에서 이 세금 도입안을 공식 지지하기로 했다. 주지사와 유력 노조들이 반대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캘리포니아주 민주당은 8월 2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정기 총회 마지막 날 집행위원회 표결을 거쳐 '주민발의안 40(Proposition 40)'을 공식 지지했다. 미국 각 주에서는 주민이 직접 법안을 발의해 투표로 결정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 발의안은 오는 11월 캘리포니아 주민투표에 부쳐지는 14개 안건 가운데 하나다.
발의안 40은 캘리포니아에 사는 억만장자 약 200명에게 순자산의 5%를 한 차례 부과하는 내용이다. 매년 걷는 소득세와 달리 자산 총액을 한 번에 계산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적용 대상은 올해 1월 1일 기준 캘리포니아 거주자로 연말 순자산이 10억 달러 이상인 사람이며 부동산과 연금은 계산에서 제외된다. 대상자는 2027년부터 세금을 다섯 차례로 나눠 낼 수 있으나 아직 내지 않은 잔액에는 매년 7.5%의 연기 수수료가 붙는다.
이 세금으로 걷은 돈은 대부분 의료 분야에 쓰인다. 지지 측은 걷힌 세수의 90%를 의료에 투입하고 나머지를 교육과 식료품 지원, 행정 비용에 배분한다는 구상이다. 발의안을 주도한 측은 이 세금으로 여러 해에 걸쳐 약 1000억 달러를 걷을 수 있다고 보지만 주 의회 산하 중립 분석기관은 실제 세수를 '수백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했다.
이번 지지 결정은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첫 표결에서는 지지율이 59.2%에 그쳐 통과에 필요한 60% 문턱을 넘지 못했고 중립을 택하자는 대안 표결도 부결됐다. 이후 다시 진행된 표결에서 145 대 90, 지지율 61.7%로 가까스로 문턱을 넘었다.
표결 과정에는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이 참석해 찬성표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고 일부 당원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발의안 40을 이끄는 주체는 의료 노동자 12만 명을 대표하는 노조 'SEIU 연합의료노동자 서부지부(SEIU-UHW)'다. 이 노조의 데이브 리건 회장은 이번 지지로 캘리포니아 민주당이 억만장자세를 두고 분열돼 있다는 인식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등록 민주당원의 80% 이상이 이 방안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며 당이 그 지지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러스티 힉스 주 민주당 의장은 모든 지지 결정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얻어내는 것이라며 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신중한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의 결정에도 반대 진영은 만만치 않다. 개빈 뉴섬 주지사가 대표적이다. 뉴섬 주지사는 이 세금이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며 기업의 혁신을 위축시키고 부유층을 다른 주로 내몰아 오히려 주 재정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의 반대는 2028년 대선 도전 가능성과 맞물려 있다. 부자 증세를 전면에 내세운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과 대비되며 진보 진영과 노조 지지층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당 주지사 후보들도 세금에 반대한다. 하비에르 베세라 후보는 발의안 40에 반대하며 대신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추가 징수를 영구화해 교육 재원을 마련하는 다른 발의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은 자신들의 간판 발의안에 반대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였다.
노동계도 갈라졌다. 발의안 40은 SEIU-UHW와 캘리포니아 팀스터스 노조가 미는 반면 캘리포니아교사협회 등은 반대한다. 재계에서는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을 비롯한 억만장자들의 후원을 받는 정치자금단체가 1억 1800만 달러 이상을 모아 반대 운동에 나섰다.
'노 온 발의안 40' 캠페인은 이 세금이 검증되지 않은 방안으로 주 예산과 경제에 해롭고 의료와 교육, 공공안전 재원을 오히려 빼앗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억만장자는 반대하지 않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실리콘밸리에 사는 이상 어떤 세금이든 받아들이겠다며 이 방안에 개의치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은 올해 1월 1일 과세 기준일을 앞두고 주 거주 관계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썸네일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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