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스칸듐이라는 희소 금속의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호주 광산 기업에 대규모 대출을 약속했다. 이 소식에 해당 기업 주가는 하루 만에 최대 29% 뛰었다.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 산하 전략자본실(OSC)은 지난 8일 호주 상장사 선라이즈에너지메탈스에 최대 4억 달러 규모의 장기 대출을 조건부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략자본실은 국방에 필요한 소재의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기업에 자금을 대는 정부 조직이다.
이번 대출은 25년 만기이며 기업이 정해진 개발 목표를 달성하고 자체 자금을 함께 투입하는 조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지급된다.
이 자금은 선라이즈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추진하는 사이어스턴 스칸듐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회사는 이 광산을 스칸듐만을 목적으로 캐내는 세계 최초의 광산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스칸듐은 지각 곳곳에 존재하지만 농도가 매우 낮아 지금까지는 다른 금속을 캐거나 산업 공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만 얻어왔다. 현재 전 세계 스칸듐 채굴의 약 80%, 가공의 사실상 100%를 해외 경쟁자들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이 스칸듐 확보에 나선 것은 이 금속의 쓰임새 때문이다. 스칸듐을 알루미늄에 소량 섞으면 가볍고 강하면서 열에 잘 견디는 합금이 만들어진다. 이런 특성은 전투기와 미사일 같은 항공·방위 산업은 물론 AI 시대를 떠받치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요긴하게 쓰인다.
선라이즈는 대출을 받는 대가로 미국 정부에 생산물 우선 매입권을 준다. 광산에서 나오는 스칸듐을 미국 정부가 먼저 사갈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는 채굴에 그치지 않고 금속을 가공하고 부품으로 만드는 단계까지 갖춰, 광산부터 완제품까지 서방 진영 안에서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공·민간 자금을 합친 이번 거래의 전체 규모는 10억 달러에 육박한다. 생산은 2028년 말 시작될 예정이다.
선라이즈 회장인 광산업계 억만장자 로버트 프리들랜드는 앞으로 어떤 나라가 핵심 광물을 확보하느냐가 산업 경쟁력과 기술 주도권,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고 진단했다. 회사는 이번 대출과 별개로 미국 증시 상장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출은 미국 정부가 지난 7일 워싱턴 국무부에서 연 '미국 광업 원탁회의'에서 발표한 광물 투자 계획의 일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20억 달러가 넘는 광물 프로젝트 투자와 광업 인력 양성을 위한 1억8000만 달러 규모의 교육 지원을 약속했다.
가장 큰 규모는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를 만드는 실라나노테크놀로지스에 대한 14억 달러 대출이다. 희토류를 쓰지 않는 자석을 개발하는 니론마그네틱스에는 1억5000만 달러가 배정됐다.
미국이 광물 확보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중국 의존을 끊으려는 의도가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 가공의 90%를 쥐고 있다.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매장량 자체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순수한 형태나 캐낼 만큼 뭉쳐 있는 경우가 드물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스칸듐을 포함해 모두 17종에 이르며 에너지 설비부터 군사 장비까지 현대 기술 전반에 쓰인다.
이번 정부 지원은 미국 내 희토류 상장 기업들이 잇달아 받은 지원의 연장선에 있다. 대표 주자는 MP머티리얼스로 미국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인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을 운영한다.
지난해 국방부가 4억 달러를 투자해 이 회사 지분 약 15%를 확보하면서 정부가 최대 주주가 됐고 회사가 만드는 자석은 국방부와 애플·제너럴모터스(GM)에 공급된다. USA레어어스는 상무부로부터 16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 의향서를 받았고, 정부가 지분 약 10%를 쥐고 있다.
우라늄 기업으로 출발한 에너지퓨얼스도 전략자본실에서 최대 7억2500만 달러 대출을 약속받아 유타주 가공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선라이즈와 비슷한 일을 하는 미국 기업으로는 나이오코프디벨롭먼트가 있다. 이 회사는 네브래스카주 엘크크리크 광산에서 니오븀·티타늄과 함께 스칸듐 생산을 추진 중이며 앞서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에 10년간 스칸듐을 공급하는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는 미국 내에서 스칸듐 자체를 목표로 캐내려는 몇 안 되는 시도로 선라이즈의 호주 광산과 사실상 같은 시장을 겨냥한다.
그동안 미국 광산 기업들은 엄격한 환경 규제에 막혀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정부는 광산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가공·정제 사업 자금 지원을 앞당기는 행정명령을 잇달아 내놓으며 벽을 낮추고 있다. 다만 이 분야는 막대한 초기 투자와 원자재 가격 변동, 정부가 내건 까다로운 조건이라는 위험을 여전히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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