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유럽이 기록적인 폭염과 대형 산불에 시달리면서 인명 피해를 넘어 경제 전반에 막대한 비용을 안기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불길이 번지며 30만 명 이상이 대피했고 독일은 단 2주간의 폭염만으로 수조 원대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6월은 서유럽 기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6월이었다. 이 지역 해수면 온도가 6월 기록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폭염을 키웠다. 6월 하순 폭염은 5월의 강한 더위가 지나간 지 몇 주 만에 다시 찾아왔고 7월 초에도 또 한 차례 폭염이 이어졌다.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에서 기온이 37도를 넘었고 여기에 광범위한 가뭄이 겹치면서 7월 프랑스와 스페인 등 이베리아반도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폭염의 경제적 대가는 이미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스위스 조사기관 프로그노스는 6월 17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진 폭염이 독일에 63억 유로의 손실을 입혔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일부 지역은 기온이 40도를 넘었고 야간에도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병원이 한계에 몰리고 임시 응급센터가 설치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6월 폭염으로 10억 파운드가 넘는 생산 손실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런던정경대 그랜섬연구소 등이 내놓은 추정치다.
폭염이 경제에 타격을 주는 핵심 경로는 노동생산성이다. 기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사람이 일하기 어려워지면서 같은 시간에 만들어내는 성과가 줄어든다.
독일 ING리서치의 카르스텐 브제스키는 독일의 사회기반시설과 주택, 건설·물류처럼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한 산업이 애초에 더 서늘한 기후에 맞춰 지어졌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폭염이 반복적으로 대륙 상당 지역을 멈춰 세우고 있다며 오늘의 극단적 날씨가 내일의 일상이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사례를 분석한 연구도 있다. 2021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는 2003년과 2010년, 2015년, 2018년 유럽 폭염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해 그 피해가 유럽 국내총생산(GDP)의 0.3~0.5%에 이르고 취약 지역에서는 1%를 넘었다고 결론지었다.
여기에 의료비 증가와 긴급 시설 복구 비용, 수로·교통·농업이 받는 타격까지 더하면 경제적 충격은 더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 알리안츠트레이드는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온이 30도를 넘으면 1도 오를 때마다 노동생산성이 약 3%씩 떨어지고 에너지 수요는 1.2%가량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알리안츠는 극심한 더위에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들의 경우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누적 GDP 손실이 5~7%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 2400억 달러, 일본 3540억 달러, 이탈리아 1470억 달러, 독일 1310억 달러, 스페인 1200억 달러 규모다. 이는 각국이 2014~2024년 기록한 가장 더웠던 다섯 해가 2026년부터 순서대로 되풀이돼 2030년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른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세수도 함께 흔들린다. 경제 생산이 줄면 세금이 덜 걷히는데 알리안츠는 연간 세수 손실이 프랑스 1.8%, 이탈리아·스페인 1.3%, 독일 0.7%에 이를 것으로 봤다. 소득이 높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 구조 탓에 세수는 생산보다 더 빠르게 줄어든다.
동시에 물가에 연동된 복지 지출과 의료비, 시설 복구 비용은 늘어나 재정수지는 매년 평균 GDP의 0.5%가량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EU가 회원국에 요구하는 재정적자 한도를 다시 넘길 위험이 있다.
7월 산불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7월 22~23일 대서양 연안에서 시작된 불이 보르도 주변 지롱드 지역으로 번지며 특히 파괴적으로 번졌다. 프랑스와 스페인 정부는 진화가 끝나기도 전에 피해 지역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페인은 피해 지역을 재난 구역으로 선포했고 프랑스는 대피한 20만여 명의 이주 비용을 보험으로 보전하기로 했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지롱드 산불을 두고 지역 경제에 떨어진 벼락이라고 표현했다. 지롱드 GDP의 7%를 차지하고 4만 명 이상을 직접 고용하는 관광산업이 성수기에 큰 타격을 입었다.
(썸네일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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