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7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ECB가 27일 공개한 7월 22~23일 회의록에 따르면 일부 정책위원은 금리를 올리는 데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ECB는 유로화를 쓰는 20개국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해 물가를 관리한다. ECB는 지난 6월 예금금리를 연 2.25%로 0.25%포인트 올렸다. 2023년 이후 3년 만에 이뤄진 첫 인상이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물가 상승 압력이 경제 전반에 뿌리내리는 것을 막겠다는 조치였다. 이어 7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회의록을 보면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둔 위원들은 물가가 예상보다 더 오를 위험을 강조했다. 이들은 추가 인상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지난 6월 분석에서 6월 전망에 포함된 모든 시나리오에서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통화정책 대응이 늦어질 경우 물가가 목표치인 2%로 돌아오는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가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더 오래 고착될 수 있고 결국 나중에 더 큰 폭의 긴축이 필요해져 가계와 기업 모두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 위원들은 현재 금리 수준이 경제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며 금리를 '완만하게 제약적인' 영역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약적 금리란 경기를 억눌러 물가를 잡는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반대로 경기를 부양하지도 억누르지도 않는 수준은 중립금리로 불린다. 이들은 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이 계속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현재 금리가 경제를 충분히 억제하지 못하는 증거로 제시했다.
동결을 지지한 쪽의 논리도 만만치 않았다. 6월 물가상승률은 3.2%에서 2.8%로 내려왔고 기저 물가 압력도 완화됐다. 임금 상승세는 둔화됐고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2% 부근에서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
다수 위원은 상황이 급박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취약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9월 전망치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추가 물가 지표, 새로운 임금 자료를 확인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봤다.
핵심 쟁점은 최근의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공급 측 충격인지, 아니면 경제 전반에 걸친 더 광범위한 압력의 신호인지였다. 위원들은 어느 쪽이 더 유력한지 판단할 만큼 충분한 정보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물가 충격이 대체로 공급 측 요인에서 비롯된 만큼, 추가 금리 인상이 에너지 가격이라는 원인을 직접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회의록에서 위원들은 7월 동결을 두 차례에 걸쳐 긴축 사이클의 '일시 정지'일 뿐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동결이 긴축이 끝났다는 신호로 읽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위원들은 물가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 추가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공식적으로 9월 인상을 확정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물가 전망이 개선될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시장은 이미 다음 인상 시점을 9월로 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이 3%에 육박하고 이란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유로존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ECB 정책위원들은 9월 9~10일 회의에서 예금금리를 2.25%에서 2.50%로 다시 올릴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록 공개 당일 유로화는 큰 변동 없이 달러당 1.1651달러로 0.01% 소폭 내렸다.
BEST 뉴스
-
폭염이 삼킨 유럽 경제…독일 2주간 63억 유로 증발
올여름 유럽이 기록적인 폭염과 대형 산불에 시달리면서 인명 피해를 넘어 경제 전반에 막대한 비용을 안기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불길이 번지며 30만 명 이상이 대피했고 독일은 단 2주간의 폭염만으로 수조 원대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 -
집값이 소득 가로막던 시대는 이제 끝?… 미국 임금, 4년째 집값 상승률 추월
미국에서 임금이 오르는 속도가 집값이 오르는 속도를 4년 연속 앞질렀다. 팬데믹 직후 집값이 폭등하며 내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들던 흐름이 뒤집힌 것이다.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WisdomTree)의 주식 전략 책임자 제프 웨니거(Jeff Weniger)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런 변화가 뚜렷하다. 이 자료는 미국의 기존주택... -
미국 2분기 성장률 1.5%…"소비 착시, 하반기 급속히 식는다"
미국 경제가 올해 2분기 시장 예상을 밑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7월 30일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연율 기준 1.5% 증가에 그쳤다. 이 수치는 시장이 예상한 2.0~2.3%에 크게 못 미쳤고 1분기 성장률 2.1%에서도 둔화됐다. GDP 성장률을 연율로 표시한다는 ... -
"이제 자동차보다 로봇 이야기를 더 많이"…변화하는 일론 머스크의 태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발표 자리에서 자동차 이야기를 줄이고 AI와 로봇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이 여전히 자동차 판매에서 나오는데도 그의 관심은 회사의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 2분기(4~6월) 50만 대에 가까운 차량을 인도했고 전체 매출의 70%를 자동... -
마이클 버리의 말말말...지금은 '트럼프 장세', 가격이 무의미해진 시장
영화 '빅쇼트'의 실존 인물로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이름을 알린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8일(현지시간) 현재의 미국 증시를 "트럼프의 시장"이라고 규정하며 약세 전망을 거듭 내놨다. 버리는 전날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지금의 주가가 기업의 실제 실적이나 재무 상태를 더 이상 반영하지 못한다고 ... -
엔비디아, 창사 이래 최대 실적 예고…"2분기 매출 컨센서스 30억 달러 웃돌 것"
투자은행 제퍼리스가 엔비디아의 2027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두고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예상했다. 어닝 서프라이즈는 기업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넘어서는 것을 뜻한다. 엔비디아는 오는 수요일 실적을 발표한다. 제퍼리스는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이 9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ECB 7월 회의록 공개…"추가 인상 필요"에 무게 실린 매파의 목소리
-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 봉쇄"…이란 해상 봉쇄 무기한 예고
-
중국 인민은행, 6월 이후 처음 단기자금 공급 '0'
-
폭염이 삼킨 유럽 경제…독일 2주간 63억 유로 증발
-
미국 100년 농업 수출 왕좌, 브라질에 넘어가기 직전
-
트럼프 '호르무즈 통행세 20%' 하루 만에 철회…걸프 투자로 대체
-
독일·프랑스 물가 동시에 꺾였다…유가 진정에 ECB 추가 인상 압박 완화
-
중국 주식펀드, 반년 만에 뭉칫돈 유입…90억 달러 몰렸다
-
트럼프 "이란과 협상, 이제 원하는지도 모르겠다"…3주 만에 뒤집힌 휴전
-
유로존 경기, 6개월 만에 바닥 다지나…서비스업 살아나며 침체 모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