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제가 6월 들어 위축 속도를 늦추며 경기 침체 우려를 한발 비켜섰다. 제조업이 다소 주춤했지만 그동안 부진하던 서비스업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전체 흐름을 떠받쳤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S&P글로벌이 6월 23일 발표한 6월 유로존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 속보치는 49.5로 집계됐다. 5월 48.5에서 1포인트 오른 수치이며 시장 예상치 49.1도 웃돌았다.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PMI는 기업 구매 담당자를 상대로 신규 주문, 생산, 고용, 가격 등이 한 달 전보다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조사해 지수로 만든 지표다. 50을 기준으로 그 위면 경기 확장, 아래면 위축을 뜻한다.
구매 담당자는 원자재 발주가 생산에 앞서 이뤄지는 만큼 경기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위치에 있어 PMI는 경기 흐름을 미리 보여주는 선행지표로 쓰인다. 합성 PMI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한데 묶은 종합 지표다.
부문별로는 서비스업 PMI가 5월 47.7에서 6월 48.9로 올랐다. 여전히 50을 밑돌아 위축 국면이지만 하락 폭이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제조업 PMI는 5월 51.6에서 6월 51.3으로 내려 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시장 예상치 51.2는 소폭 웃돌았으나 확장세 자체는 둔화했다.
부문 간 온도 차를 보면 제조업은 50을 넘겨 생산이 늘고 있음을 보여줬지만 증가 속도는 올해 들어 가장 느렸다. 서비스업은 관광·레저 업종을 중심으로 수요가 되살아나는 신호가 나타났다. 앞서 중동 지역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에너지 비용이 치솟으면서 소비 여력이 줄어 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았는데 그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다.
회원국별로 보면 유로존 양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에서 모두 생산이 감소했다. 다만 프랑스는 감소 속도가 완만해진 반면 독일은 1년 반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활동이 위축됐다.
독일의 6월 합성 PMI는 5월 48.8에서 48.0으로 떨어졌고, 서비스업 PMI는 48.1에서 46.8로 내려 위축 속도가 빨라졌다. 독일 제조업 PMI는 50.0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경계선에 걸쳐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독일과 프랑스를 뺀 나머지 유로존 국가는 생산이 소폭 늘며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전반적인 활동 부진의 배경에는 신규 주문 감소가 있다. 6월에도 기업들이 새 일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주문이 계속 줄었다.
다만 감소 속도는 한층 누그러졌고 고용은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제조업에서는 부품 조달이 늦어지는 현상도 이어졌다. 납품업체의 자재 공급이 지연되면서 기업들이 원자재 구매를 늘려오던 흐름도 멈췄다.
물가 압력은 완화 신호를 보냈다. 기업이 부담하는 원자재·중간재 등 투입 비용 상승률은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가장 낮았고, 기업이 매기는 판매 가격 상승률도 3개월 만에 가장 둔화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비용 상승 속도가 5월보다 느려졌다.
미국과 이란 간 합의로 유가가 최근 큰 폭으로 떨어진 점도 앞으로 물가 압력을 더 낮출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들의 향후 경기 전망 심리는 두 달 연속 개선됐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을 만큼의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6월 활동 위축 폭이 미미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해석된다는 설명이다.
물가 압력 둔화는 통화정책 향방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고 앞서 단행한 6월 인상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표 발표 직후 유로화는 약세를 보였다. 유로-달러 환율은 1.14달러 아래로 내려가 2025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날 발표된 영국 6월 서비스업 PMI가 예상치 50.1을 크게 밑도는 48.7에 그치는 등 유럽 전반의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친 영향이다.
(썸네일 사진 출처: meig.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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