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이 11일 공개시장운영에서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거래 규모를 '0'으로 발표했다. 단기 유동성을 시장에 한 푼도 새로 넣지 않은 것으로 6월 이후 처음이다.
역레포는 중앙은행이 은행 등 금융회사가 보유한 채권을 사들이면서 며칠 뒤 되파는 조건을 붙여 그동안 시중에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이번처럼 7일물이라면 일주일짜리 단기 자금을 은행권에 공급하는 통로가 된다. 인민은행은 이 창구를 통해 매일 자금을 넣고 빼면서 은행들이 쓸 수 있는 자금 사정을 조절해 왔다. 이날 공급액이 0이라는 것은 새로 빌려주는 돈 없이 하루를 넘겼다는 의미다.
인민은행은 이번 결정이 공개시장운영 대상인 프라이머리 딜러들의 수요에 맞춘 것이라고 밝혔다. 프라이머리 딜러는 중앙은행과 직접 거래하도록 지정된 대형 은행과 증권사를 말하며 이들이 낸 자금 수요를 토대로 그날 공급 규모가 정해진다.
인민은행은 은행권 자금 사정을 세밀하게 조율하기 위해 역레포를 유연하게 운용해 왔고 현재 시장 여건상 단기 자금을 더 넣을 필요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급을 멈춘 배경에는 이미 시중 자금이 넉넉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은행 간 시장에서 자금이 얼마나 빡빡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7일물 레포 가중평균금리는 최근 한 달간 대체로 정책금리인 1.4%를 밑돌며 움직였다.
시장금리가 정책금리보다 낮다는 것은 은행들이 서로 돈을 빌리는 데 어려움이 없을 만큼 자금이 풍부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추가로 돈을 풀면 자금이 더 남아돌 수 있어 이날은 공급을 걸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민은행은 앞서 6월 말부터 오히려 자금 공급을 늘려 왔다. 6월 말에는 7일물 역레포로 695억 위안을 넣으면서 금리를 1.4%로 유지했고 하루짜리 자금을 빌려주는 익일물 역레포도 새로 도입해 매일 6000억 위안 규모를 함께 공급했다.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에는 월말·월초에 몰리는 자금 수요와 만기가 겹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익일물 역레포로만 2조1000억 위안에 이르는 자금을 집중 투입하기도 했다.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생길 수 있는 자금난을 미리 막으려는 조치였다. 이런 흐름 끝에 이날 공급을 0으로 되돌린 것이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0.82% 내린 3,934.09로 마감했고 선전성분지수도 0.4% 하락한 14,259.44로 거래를 마쳤다. 두 지수의 합산 거래대금은 2조3200억 위안으로 직전 거래일의 2조5200억 위안보다 줄었다.
업종별로는 신약·로봇·컴퓨팅 임대 관련주가 오른 반면 비철금속이 큰 폭으로 밀렸다.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성장기업 시장 지수 촹예반은 0.34% 오른 3,549.16으로 장을 마쳤고 과학기술 혁신기업을 담은 커촹반 종합지수는 1.12% 내린 1,989.77로 마감했다.
증시를 짓누른 요인은 통화정책만이 아니었다. 이날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 사이 갈등이 다시 부각되면서 위험 자산을 꺼리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분쟁 피해자 배상을 요구하고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배상을 맞받으면서 양측 대치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중동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조기에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꺾였고 해상 물류 차질 우려가 되살아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기는 업종으로 자금을 옮겼고 그 여파로 AI 관련주가 약세를 보였다. 반도체 장비업체 나우라테크놀로지가 1.83%, 회로기판업체 빅토리자이언트가 4.01%, AI 반도체 설계업체 캄브리콘이 2.97%, 서버용 반도체업체 하이곤이 1.18% 각각 하락했다.
(썸네일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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