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투자자들이 한동안 외면했던 중국 주식으로 다시 자금을 옮기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리서치가 펀드 자금 흐름 조사기관 EPFR의 자료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중국에 투자하는 주식펀드에는 최근 한 주 동안 90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2025년 12월 이후 반년여 만에 가장 큰 주간 유입 규모다.
중국 주식펀드는 그동안 자금이 빠져나가기만 했다. 올해 초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발을 뺐고, 이후로도 여러 주에 걸쳐 순유출이 이어졌다. 이번 유입은 그 흐름을 끊어낸 반전이다.
특히 올해 1월에는 중국 주식펀드에서 한 주 만에 492억 달러가 빠져나가며 사상 최대 규모의 유출을 기록했다. BofA는 당시 자금 이탈의 배경으로 이른바 '국가대표팀(national team)'의 매도를 지목했다.
국가대표팀이란 중국 정부가 뒤를 봐주는 국영 투자기관들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증시가 지나치게 빠르게 오르면 당국이 이들을 동원해 주식을 팔아 상승 속도를 조절한다. 실제로 중국 규제당국은 그 무렵 15개월간 이어진 증시 랠리에 제동을 걸고 있었다.
자금 흐름의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인 4주 이동평균, 즉 최근 4주치 자금 유출입을 평균 낸 값도 회복세를 이어갔다. 다만 올해 초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기 전 수준까지는 아직 되돌아오지 못한 상태다.
이번 중국 자금 유입은 전 세계 주식시장 전반에 돈이 몰리는 국면에서 나왔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주식펀드에는 564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올해 들어 네 번째로 큰 주간 유입 규모다. 신흥국 주식펀드에도 140억 달러가 들어왔다.
세부적으로 보면 자금이 특정 업종으로도 쏠렸다. 은행·보험 등 금융업종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24억 달러가 유입돼 올해 1월 이후 가장 큰 주간 유입액을 기록했다. 몇 주간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던 흐름이 다시 순유입으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반짝 유입만으로 그간의 손실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누적으로 보면 중국 주식펀드에서는 여전히 2369억 달러가 순유출된 상태다.
이번 반전에 앞서 직전 주에는 미국 증시에서 돈이 대거 빠져나가는 흐름이 있었다. 7월 1일로 끝난 주간에 미국 주식펀드에서는 172억 달러가 순유출돼 3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AI 관련 주식의 밸류에이션, 즉 실적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인 결과다.
같은 기간 일본 주식에는 최근 7주 중 가장 큰 자금이 들어왔다.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다른 지표들도 신중한 기류를 드러냈다. BofA가 산출하는 '불 앤 베어 지수(Bull & Bear Indicator)'는 시장의 낙관과 비관 정도를 0에서 10 사이 숫자로 나타낸 것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낙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9.5까지 올라 '극단적 낙관' 구간에 머물렀다.
지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주가가 곧 조정을 받는다는 경고로 읽히는데 지난 5월 20일 이 매도 신호가 켜진 이후 6주 연속 신호가 유지됐다. 2002년 이후 이 지표가 매도 신호를 보낸 17차례를 보면 이후 2~3개월간 전 세계 주식이 평균 2~3% 하락했다.
한편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확인됐다. 같은 주 머니마켓펀드(MMF)에는 550억 달러가 들어왔다. MMF는 단기 국공채 등 안전한 자산에 주로 투자해 언제든 현금처럼 찾아 쓸 수 있는 상품으로, 여기에 돈이 몰린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위험을 피해 잠시 대기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기술주는 미국 증시 전반의 자금 이탈 속에서도 143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올해 들어 누적 유입액은 사상 최대인 152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무차별적으로 파는 것이 아니라 소수 대형 기술기업으로 자금을 몰아넣고 있다는 의미다.
(썸네일 사진 출처: BofA Global Investment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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