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산하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의 배율을 현행 2배에서 1.5배 등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기형 특위 위원장은 22일 레버리지 배수 자체를 축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시장 의견을 듣고 가능성을 따져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기존 대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 조치를 주문한 직후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정해진 배수만큼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삼성전자가 하루에 3% 오르면 2배 상품은 6% 오르고, 3% 내리면 6% 내린다. 여기서 핵심은 '하루'다.
장기 누적 수익률의 2배가 아니라 매일 배율을 다시 맞추는 구조여서 주가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 원주보다 훨씬 큰 손실이 쌓인다. 원주가 첫날 10% 오르고 둘째 날 10% 내리면 최종 수익률은 -1%지만 2배 상품은 -4%가 된다. 이를 변동성 드래그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실제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주가가 17.9% 하락하는 동안 해당 레버리지 상품은 산술적 계산치인 35.8%를 크게 웃도는 47.5% 하락했다.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2배 상품 역시 이론상 수익률과 66.9%포인트 벌어진 손실을 냈다. 방향을 맞춘 투자자도 손실을 본 셈이다.
문제의 상품은 지난 5월 27일 유가증권시장에 한꺼번에 상장했다. ETF 16종과 상장지수증권(ETN) 2종을 합쳐 18종목, 상장 규모는 4조 3227억원으로 하루 기준 국내 ETF·ETN 역사상 최대였다.
2025년 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그 원인으로 해외 주식 투자 자금이 지목되자 금융위원회가 국내 투자 수요를 붙잡겠다며 그동안 금지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허용한 결과다.
자금은 예상을 넘어 몰렸다. 7월 16일 기준 시가총액은 14조원대로 불어났고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한 종목에만 3조 4472억원이 순유입돼 전체 ETF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상장 이후 두 달 새 하락률은 40%를 웃돌았다.
금융위는 16일 관계기관 합동 보완방안을 내놨다. 인버스와 커버드콜을 포함한 단일종목 상품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증권사와 운용사의 광고·이벤트성 마케팅을 즉시 금지했다.
거래를 시작하기 위해 계좌에 넣어둬야 하는 기본예탁금은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최소 매매단위는 1주에서 20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예탁금과 사전교육 강화는 8월, 매매단위 변경은 11월 시행이다. 당국은 이를 통해 시총이 4~5조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책 발표 이후 첫 거래일에도 16종의 거래대금은 12조 3264억원으로 발표 당일과 큰 차이가 없었다. 거래대금을 투자자별로 보면 개인이 40%, 외국인과 기관이 60%다. 외국인과 기관은 의무교육 면제 대상인 데다 거래 단위가 커 예탁금 기준도 의미가 없어, 규제가 사실상 개인만 겨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율 조정은 운용 기술상으로는 어렵지 않다. 이 상품들은 매일 장 마감 무렵 목표 배율에 맞춰 보유 규모를 다시 맞추는데 이 목표값을 2.0에서 1.5로 바꾸면 된다.
걸림돌은 법 절차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190조는 투자신탁에 전체 투자자로 구성된 수익자총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수익자총회는 펀드 투자자들의 주주총회에 해당하는 기구로 운용사가 소집하며 5% 이상 지분을 가진 투자자도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배율 변경이 상품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안인 만큼 이 총회를 거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배율을 낮추려면 투자자 25%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2배를 1.5배로 바꾸려면 주주총회보다 힘든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로 이 방안을 애초 대안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해외에서는 2배로 거래되는데 국내만 1.5배로 묶는 것은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점도 들었다.
업계는 이미 손실을 본 투자자 문제를 지적한다. 2배 상품에서 손실을 본 상태에서 배율이 1.5배로 낮아지면 이후 주가가 올라도 손실을 만회하는 폭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해석도 남은 과제다.
배율 조정 외에 유동성공급자(LP)의 헤지 거래 방식을 손보는 방안도 거론된다. LP는 ETF 가격과 실제 자산가치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장 마감 30분 전에 기초자산을 집중적으로 사고파는데 이 거래를 하루 중 넓은 시간대로 분산하면 종가 부근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이 방식은 수익자총회를 거칠 필요가 없다.
레버리지 배율을 사후에 낮춘 전례는 미국에 있다. 2020년 3월 운용사 Direxion은 코로나19로 변동성이 급등하자 골드마이너스 관련 NUGT·DUST·JNUG·JDST와 에너지 관련 ERX·ERY·GUSH, 브라질 BRZU, 러시아 RUSL 등 10개 ETF의 일일 배율을 3배에서 2배로 낮췄다. 상품명의 '3X'도 모두 '2X'로 교체했다.
이 결정은 운용사 이사회 의결과 감독당국 승인만으로 이뤄졌다. 투자자 총회 절차는 없었다. Direxion은 배율 변경 공식 발표 전에도 시장 교란을 이유로 노출 비율을 임시로 낮췄다. 3월 24일 NUGT는 260%, JNUG는 240%로 줄였고 다음 날에는 둘 다 220% 수준으로 운용했다. 배율 변경을 하루 단위 재량으로 시행한 사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토하지 않는 방안은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우선 16일 발표한 1차 대책의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데 집중하고 변동성이 잡히지 않으면 배율 조정을 후속 조치로 검토할 방침이다.
시행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 오 위원장은 상장폐지와 신규 종목 도입에 대해서는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미 13조원대에 달하는 자산을 한 번에 정리하는 것 자체가 시장에 부담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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