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2일 3740원이던 대우건설 주가가 4월 28일 현재 3만 20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넉 달 만에 8배 넘게 뛰었다. 4월 22일에는 장중 36,200원을 찍으며 2007년 이후 19년 만의 신고가를 기록했다.

(사진 출처: 구글 주식)
반등의 출발점은 역설적으로 역대 최대 적자였다. 대우건설은 올해 2월 2025년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 8조 546억원에 영업손실 8154억원, 10년 만의 적자 전환이었다. 4분기 한 분기에만 1조 1055억원의 영업손실이 집중됐다.
손실의 구성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해외에서는 이라크 침매터널(해저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가라앉혀 연결하는 터널) 공사 지연으로 2170억원, 싱가포르 도시철도 설계 변경으로 2147억원, 나이지리아 플랜트에서 1550억원 등 약 5867억원이 반영됐다.
국내에서는 지방 미분양 주택에서 회수 불가 판단을 내린 5500억원이 대손상각비(받기 어려워진 채권을 손실로 처리하는 항목)로 처리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를 '빅배스'라 부른다. 잠재 손실을 한 해에 몰아 털어내고 다음 해 반등의 기반을 만드는 전략적 회계 처리다. 시장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최악의 적자를 발표한 당일 주가는 오히려 4.53% 올랐다. 수년간 불거져 온 미분양·해외 현장 리스크가 비로소 정리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것이다.
대우건설은 같은 날 2026년 신규 수주 목표를 창사 이래 최대인 18조원으로 제시했다. 2025년 말 수주잔고는 50조 5968억원으로 연간 매출의 6.3년치였다.
완만하던 주가 상승이 폭발한 건 4월 8일이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정이 진전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우건설 주가는 하루 약 30% 급등했다.
대우건설과 중동의 관계는 반세기가 넘는다. 1977년 리비아에 국내 최초로 진출한 이후 나이지리아·이라크·카타르 등에서 지금까지 공사를 수행해 왔다. 현재도 이라크 남부 알포(Al-Faw) 신항만의 핵심 공정인 침매터널 공사가 진행 중인데 이 현장은 이란 국경에서 불과 10~20km 거리에 있다.
올해 2월 말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이라크 알포 후속 수주와 리비아 인프라 재건 사업이 모두 묶였다. 국내 건설사의 올해 1분기 중동 수주액은 전년 대비 94% 급감했다.
휴전 소식에 따라 대기 중이던 이라크 알포 해군기지 공사(약 1조 8000억원 규모)와 리비아 인프라 재건 사업(약 9000억원 규모) 등이 협상 재개와 함께 발주될 가능성이 생겼다. 다만 중동 정세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추가 타격을 언급할 때마다 건설주 전체가 하루 15% 안팎 급락하는 롤러코스터가 반복됐다.
같은 시기 체코 원전 이슈도 주가를 밀어 올렸다. 대우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도하는 팀코리아 컨소시엄의 시공 주관사로서 체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본계약 준비를 진행 중이다. 한전기술(설계)과 두산에너빌리티(기자재 조달)는 이미 2025년 말 계약을 완료했고 대우건설의 시공 계약은 2026년 상반기 중 체결이 예상된다.
계약이 성사되면 UAE 바라카 원전을 시공한 현대건설·삼성물산에 이어 국내 건설사 중 세 번째로 해외 대형 원전 시공 이력을 갖는 회사가 된다. 대우건설은 1991년 월성 3·4호기를 시작으로 30여 개의 원자력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유럽 원전 공급망 품질 인증인 ISO 19443도 국내 건설사 최초로 취득했다.
중동 재건과 체코 원전은 별개의 호재다. 시장에서는 두 모멘텀이 동시에 발현되면서 반응이 증폭된 것으로 분석된다.
빅배스 이후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총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수치)은 연결 기준 285%, 별도 기준 360%로 급등했다. 2024년 말 192%에서 한 해 만에 크게 악화됐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평균은 현재 주가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주가에는 체코 원전 계약 성사와 중동 재건 수주라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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