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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첫 전기차 올라탄 韓 첨단부품…SK·삼성 '초격차' 입증

  • 임지민 기자
  • 입력 2026.05.2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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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Ferrari)가 창사 이래 최초로 선보인 순수 전기차(BEV) '루체(Luce)'에 국내 기업들의 첨단 전장 부품이 대거 탑재됐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는 가운데 하이엔드(최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SK온의 고성능 배터리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핵심 부품으로 채택되며 K-부품 동맹의 기술적 해자(Moat)가 입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페라리가 전일 이탈리아 로마 칼라트라바 경기장에서 공개한 최고출력 1050마력(cv)의 하이퍼 전기 스포츠카 루체의 전력 공급망은 SK온이 전담한다. 

 

신차 차체 하단에는 SK온의 최고급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파우치형 배터리(122kWh)가 전량 탑재된다. 셀당 에너지 밀도는 305Wh/kg에 달해 액체 전해질 기반 배터리로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14개 셀과 15개 모듈로 구성된 배터리 팩은 880V 초고전압 시스템을 구현해 350kW급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30㎞에 이른다.

 

1000마력을 상회하는 초고출력을 견디면서도 슈퍼카 특유의 경량화와 한계 주행 속 안전성을 동시에 담보해야 하는 만큼 페라리가 SK온의 고에너지밀도 셀 설계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 협력은 2019년 페라리의 첫 하이브리드 모델인 SF90 스트라달레부터 시작돼 296 GTB, 296 GTS 등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라인업으로 확대돼 왔으며 2024년 3월 차세대 셀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굳건한 파트너십이 순수 전기차로 확대됨에 따라 하이엔드 폼팩터(형태) 수주 확대를 통한 SK온의 수익성 개선(턴어라운드) 흐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래차의 핵심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을 비롯한 실내 디스플레이 생태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장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루체에 운전석 앞 비너클(12.9인치·12인치)과 중앙 제어용(10.1인치), 후석 승객 제어용(6.3인치) 패널 등 총 4종의 프리미엄 OLED를 단독 공급한다.

 

가장 주목받는 혁신은 업계 최초로 적용된 '다층 구조 설계(Multi-layer Structure)'다. 2장의 OLED 패널을 입체적으로 겹쳐 아날로그 속도계의 깊이감과 디지털의 심미성을 동시에 구현한 이 기술은 초고난도의 공정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아래층 12인치 패널에 기본 배경과 눈금이 표시되고 위층 12.9인치 패널에 뚫린 3개의 원형 홀을 통해 아래층 정보가 비치는 방식이다. 위층 패널의 홀 주변부는 실시간 토크(회전력)와 팝업 메시지, 경고등을 표시한다.

 

이를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갤럭시 스마트폰 펀치홀 카메라용으로 개발한 'HIAA(Hole in Active Area)' 공정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용 홀은 지름이 5㎜ 미만이지만 루체 비너클의 홀은 약 20배인 100㎜에 달한다. 

 

큰 구멍을 뚫고도 화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박막봉지(TFE) 기술로 OLED 유기물의 수분·공기 접촉을 차단하고 신호 왜곡 문제를 해결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관련 특허는 500여 건에 달한다.

 

10.1인치 중앙 제어 패널에도 같은 기술이 적용됐다. 시계·스톱워치·나침반 등을 표시하는 멀티그래프 위에 3개의 기계식 바늘이 OLED를 관통한 채 360도 회전하며 정보를 표시한다. 

 

스마트폰·TV 등 전통적 IT 세트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단가가 높고 진입장벽이 견고한 럭셔리 전장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확고한 선점 효과를 누리게 됐다.

 

증권가와 산업계는 최고 수준의 품질을 요구하는 페라리의 핵심 벤더(공급사)로 선정된 것 자체가 글로벌 B2B 수주전에서 강력한 '레퍼런스(사업 이력)'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루체의 차량 디자인이 아이폰·애플워치를 만든 조너선 아이브(Jony Ive)의 디자인 스튜디오 '러브프롬(LoveFrom)'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만큼 글로벌 럭셔리·테크 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연구원은 "하이엔드 럭셔리 전기차 부품은 기본 단가가 높아 부품사들의 실적 방어와 이익률 개선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며 무엇보다 중국산 저가 부품과의 기술 초격차를 증명하는 지표"라며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 속도 조절 속에서도 프리미엄 라인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들의 전장 부품 수주 잔고는 견조한 우상향을 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시작 가격이 55만 유로로 책정된 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 루체는 오는 2026년 4분기 유럽 인도를 시작으로 2027년 2분기부터 미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본격 인도가 확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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