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SK그룹이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반을 아우르는 다년간의 기술 동맹을 공식화했다. 차세대 칩을 함께 설계하고 AI 인프라까지 공동으로 구축하는 단계로 협력의 폭을 넓힌 것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7일(현지시간) 서울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과 만난 자리에서 새로 공개한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베라(Vera)'에 SK하이닉스의 D램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CPU는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핵심 연산 장치이며 D램은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쓰는 임시 저장 메모리다. 황 CEO는 SK하이닉스와의 거래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라는 엔비디아가 처음으로 단독 출시하는 데이터센터용 CPU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AI 연산에 특화된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시장을 장악해왔는데 이제 서버용 CPU 시장까지 직접 진출하는 셈이다. 이 시장은 그간 인텔의 '제온(Xeon)'과 AMD의 '에픽(Epyc)'이 주도해왔고, 아마존이 자체 개발한 '그래비톤' 같은 칩도 경쟁자로 꼽힌다.
황 CEO는 엔비디아가 새로 선보인 네 가지 컴퓨팅 제품에 모두 SK하이닉스의 메모리가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AI 슈퍼컴퓨터 '베라 루빈', 베라 CPU, 개인용 AI PC를 위한 'RTX 스파크', 로봇용 컴퓨팅 장치 '젯슨 토르' 등이다. 그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최대 메모리 협력사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SK하이닉스의 역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가 제시한 사양에 맞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하는 공급사 위치에 있었다.
HBM은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전송 속도를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수로 쓰인다. 앞으로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SK하이닉스가 메모리를 함께 개발하는 동반자로 올라선다.
양사는 8일 다년간의 기술 파트너십을 정식으로 발표했다. AI 데이터센터, 이른바 'AI 팩토리'에 들어갈 차세대 메모리를 공동 연구하고 인공지능과 로봇 등 새로운 시장으로 협력을 넓힌다는 내용이다. AI 팩토리는 데이터를 넣으면 AI가 이해하는 정보 단위인 '토큰'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대규모 AI 연산 시설을 가리킨다.
황 CEO는 AI 팩토리가 차세대 산업혁명의 엔진이며 고성능 메모리가 그 성능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양사가 수년간 쌓아온 협력의 깊이가 이번 파트너십에 담겨 있다고 밝혔다.
협력은 반도체 설계와 생산 방식 자체에도 적용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도구를 활용해 반도체 설계 시뮬레이션과 회로를 새기는 노광 공정 작업의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 가상 공간에 공장을 그대로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해 사람 손을 거의 거치지 않는 자율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
같은 날 SK텔레콤도 엔비디아와 손잡고 국내에 기가와트(GW)급 'AI 클라우드'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첫 AI 팩토리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AI 클라우드는 일반 클라우드와 달리 AI 작업에 특화된 GPU 기반 연산 시설이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DSX'라는 표준 설계 방식을 적용해 전력 대비 성능을 끌어올리고 향후 인프라를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황 CEO는 통신망이 사람과 기업, 기기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국가 차원의 AI 기반 시설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칩부터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AI 인프라 역량 전반'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황 CEO는 지난 5일 한국에 도착해 SK그룹 외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경영진과도 연쇄 회동을 가졌다. 그는 SK하이닉스에서 매년 수십억 달러어치의 칩을 사들이고 있으며 올해 구매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협력 소식이 전해진 8일 서울 증시는 출렁였다.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와 글로벌 기술주 매도세가 겹치면서 코스피 지수가 장중 한때 8% 넘게 급락해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다만 엔비디아·SK 협력 발표가 전해진 뒤 SK하이닉스의 낙폭은 크게 줄어들며 시장 충격을 일부 흡수했다.
(썸네일 사진 출처: 엔비디아 공식 뉴스룸)
BEST 뉴스
-
400억 달러 AI 펀드 '파산설'…반도체주 덮친 청산 공포
AI 전문 헤지펀드 '밸류얼라인드리서치어드바이저스(VARA)'의 파산설이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 거액 투자자의 돈을 모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실제 청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VARA가 대량 보유한 종목들이 이번 주 매도세의 한가운데 있었다. 15일(미국 동부... -
캐시 우드 '스페이스X 줍줍' 멈췄다…로빈후드 팔고 코어위브·베라사이트 담아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ARK Invest)가 지난주 스페이스X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사들이던 종목이다. 같은 기간 아크는 AI·바이오·방산 기술주를 늘리고 로빈후드와 테라다인 등 많이 오른 종목은 덜어냈다. 12일 시킹...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미국의 9월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고용 둔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 오른 5만1176.96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500... -
"팬더는 왔지만 반도체는 없었다"…미중 정상회담 성과는 '두 달짜리 휴전 연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25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사흘간의 일정에서 나온 가장 큰 성과는 양국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한 합의다. 그 외에 AI 부문이나 지정학 현안에서 눈에 띄는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휴전 연장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이미 공개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월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저보스를 재무장관실 카운슬러로 영입했다.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시장과 직접 대화할 인물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카운슬러는 장관을 보좌하는 고위 자문직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 없어 ...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이 출렁였다.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를 내보내지 말자고 행정부 내부에서 주장해 왔다며 결정은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스콧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세계 성장률 3.1%로 소폭 올렸지만 IMF, "AI 한 다리로 버티는 경제" 경고
-
SK하이닉스, 미국 땅에서 메모리 생산?…인텔 오하이오 공장서 첫 현지 생산 추진
-
레버리지 규제 3천만원 벽에 진정된 '삼전·닉스 투심'…반토막난 공포지수
-
중국 DUV 국산화에 삼성·SK하이닉스 폭락했지만…HBM 벽은 노광장비 아닌 '베이스 다이'
-
"2배 믿고 샀는데 1.5배로 바꾼다고?"…레버리지 배율 축소, 넘어야 할 산은 '수익자총회'
-
앤트로픽, 삼성에 'AI 칩' 제조 의뢰 검토…엔비디아 독주 흔드나
-
'25년 만의 1위' SK하이닉스, 이번엔 나스닥으로…40조 끌어올 승부수 던진다
-
엔비디아·SK 손잡고 '실리콘부터 전력망까지' AI 동맹 시동
-
페라리 첫 전기차 올라탄 韓 첨단부품…SK·삼성 '초격차' 입증
-
파업 1시간 전 극적 합의 삼성전자, 10년짜리 성과급 제도 도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