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 앤트로픽의 연 환산 매출 규모가 반년 만에 7배 넘게 불어났다. 챗봇 '클로드(Claude)'를 만든 이 회사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사상 최대 규모의 증시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7일 앤트로픽의 연 환산 매출(run rate)이 7월 말 기준 65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연 환산 매출이란 최근 짧은 기간의 실적을 1년치로 늘려 잡은 추정치로, 성장 속도가 빠른 기업의 현재 사업 규모를 가늠할 때 쓰인다.
이 수치는 지난해 말 약 90억 달러, 올해 5월 470억 달러였다. 반년여 만에 7배 넘게 뛴 셈이다. 회사는 이 수치를 투자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전달하는 재무 자료에 담아 공유했다. CNBC와 로이터통신도 관계자를 인용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앤트로픽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매출 자체도 이례적인 속도로 늘고 있다. 앤트로픽은 2분기(4~6월) 예비 매출이 115억 달러를 넘었다고 잠재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7억8700만 달러의 14배가 넘는 규모다. 1분기 47억3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석 달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상반기 매출만 약 162억 달러에 이른다.
더 주목받는 것은 흑자 전환이다. 앤트로픽은 2분기에 조정 영업이익(adjusted operating income) 흑자를 기록했다. 조정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 등을 제외하고 본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동안 주요 AI 기업들은 모델을 학습시키고 이용자 요청을 처리하는 데 막대한 컴퓨팅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좀처럼 이익을 내지 못했다. 앤트로픽이 흑자를 낸 것은 이런 통념을 깬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이 수치는 예비 집계여서 향후 수정될 수 있으며 회사는 영업이익의 구체적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성장의 배경에는 기업 고객이 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계열 모델과 코딩 지원 도구가 개발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용 구독보다 기업 대상 매출이 회사를 떠받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DC는 앤트로픽의 소비자 구독 매출이 20억 달러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했다.
경쟁사 오픈AI와의 격차도 벌어졌다. 오픈AI는 최근 연 환산 매출이 400억 달러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 200억 달러에서 두 배로 늘었지만 앤트로픽의 650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한다.
두 회사가 매출을 산정하는 방식이 서로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앤트로픽의 성장 속도가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앤트로픽은 올해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서류를 비공개로 제출했다. 비공개 제출은 재무·영업 정보를 대중에 공개하지 않은 채 초기 심사를 받는 방식으로, 상장 준비의 첫 단계다. 상장 주관은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이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올가을, 구체적으로는 10월 상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성사되면 앤트로픽은 오픈AI뿐 아니라 최근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는 중국 AI 기업 딥시크보다 앞서 증시에 오르게 된다.
관건은 몸값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앤트로픽이 2조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로 상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사되면 지난 6월 1조7700억 달러에 상장한 스페이스X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증시 데뷔가 된다.
앤트로픽은 지난 5월 650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H 투자를 유치하며 965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상장 시 이 몸값이 몇 달 만에 두 배로 뛰는 셈이다. 투자자 6명은 회사의 연 환산 매출이 올해 말 1000억~1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투자자는 앤트로픽이 연 800% 성장한다는 점을 들어 매출의 30배인 3조 달러도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기업가치 산정 방식도 이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은행과 투자자들이 앤트로픽의 2028년 예상 매출을 근거로 몸값을 매기고 있다고 전했다.
앤트로픽은 2028년 매출을 약 1900억~2000억 달러로 잡고 있다. 보통 성숙한 기업은 당장의 이익을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지만 아직 이익 구조가 자리 잡지 않은 고성장 기업은 매출 대비 배수를 쓴다. 다만 2년 뒤 수치까지 끌어와 값을 매기는 것은 흔치 않다.
앤트로픽이 대규모 컴퓨팅 투자로 지금은 이익률이 눌려 있지만 규모가 커지면 비용보다 매출이 더 빠르게 늘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우려도 있다.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이용료는 오픈AI 주력 제품의 2.5배가 넘고 중국의 개방형 모델은 그 일부 가격에 쓸 수 있다. 6월에는 미 상무부가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에 일시적 수출 통제를 적용하면서 매출 성장세가 한풀 꺾이기도 했다. 회사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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