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창업 초기부터 27년을 일한 핵심 엔지니어 제프 딘(Jeff Dean)이 회사를 떠나 AI 스타트업을 세운다. 구글의 수석 과학자였던 그는 5일(현지시간) 동료 연구자 세 명과 함께 '디스커버리 루프(Discovery Loop)'라는 회사를 창업한다고 밝혔다. 딘은 새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맡는다.
딘은 1999년 구글에 서른 번째 직원으로 합류해 검색의 뼈대가 되는 기술을 만든 인물이다. 웹 문서를 긁어모아 목록으로 정리하는 시스템, 이용자의 검색어에 답을 내놓는 시스템 등 구글 검색의 밑바탕을 설계했다.
이후 회사의 AI 모델인 제미나이(Gemini) 개발에도 깊이 관여했다. 딘은 자신이 합류할 무렵 25명 남짓이던 구글이 19만 명 규모로 성장했다며 지난 27년을 놀라운 여정이었다고 표현했다.
딘과 함께 회사를 나오는 세 명도 구글을 대표하는 연구자들이다. 산자이 게마와트(Sanjay Ghemawat)는 딘과 오랫동안 검색을 떠받치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 기술을 함께 만든 최고참 엔지니어다.
콕 레(Quoc Le)는 구글의 AI 연구 조직인 '구글 브레인'을 세운 핵심 연구자이며 오리올 비니알스(Oriol Vinyals)는 구글의 AI 조직 딥마인드의 부사장을 지냈다. 특히 비니알스와 딘은 최근까지 제미나이 개발을 총괄해온 인물들로, 구글이 다음 모델을 이끌 책임자를 새로 지목한 바로 그날 두 사람이 동시에 회사를 떠난 셈이다.
디스커버리 루프는 AI를 이용해 과학 연구 자체를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학 연구는 보통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한 뒤 결과를 살펴보고 다시 가설을 다듬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이 과정은 사람이 하나씩 순서대로 처리해야 해 속도가 느리다.
딘은 이런 반복 과정 상당 부분을 컴퓨터가 대신 처리하도록 만들면 실험의 양과 질이 모두 높아지고 과학적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막대한 연산 능력을 동원해 수천 개의 실험을 동시에 시작하고 다듬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우선 AI를 만드는 연구 자체를 자동화하는 일부터 시작한 뒤, 반도체 설계와 신약 개발, 청정에너지 같은 분야로 넓혀 나갈 계획이다. AI가 더 뛰어난 AI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른바 '재귀적 자기 개선'도 관심 대상이다. 사람의 손을 아예 거치지 않고 AI가 자신을 개량하는 방식이다.
디스커버리 루프는 '공익 법인(PBC)' 형태로 세워진다. 투자를 받고 수익을 나눌 수 있는 일반 기업이면서도, 설립 목적을 법적으로 지키도록 못 박아 두는 구조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이 택한 방식이기도 하다.
투자에는 여러 곳이 참여했다. 초기 자금은 벤처투자사 래디컬 벤처스와 코슬라 벤처스가 공동으로 이끌고, 라이트스피드와 클라이너 퍼킨스, 도어 캐피털도 함께 들어갔다.
딘이 떠나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도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알파벳은 창업 투자자인 동시에 최소 1년간 회사에 필요한 연산 자원을 제공하는 협력사 역할도 맡는다. 다만 이번 초기 투자 라운드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회사는 투자 규모나 기업 가치를 밝히지 않았다.
이번 창업은 구글 AI 조직의 대대적 개편과 함께 발표됐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딘의 27년을 치하하며 그의 퇴사가 원만하게 이뤄졌다고 전했다.
같은 날 딥마인드를 이끌던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최고경영자는 자리에서 물러나 딥마인드 의장 겸 알파벳 수석 과학자를 맡기로 했다. 허사비스는 일상적인 운영에서 손을 떼고 큰 그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으며, 알파벳의 신약 개발 자회사인 아이소모픽 랩스는 계속 이끈다.
딥마인드의 일상 운영은 기술 책임자였던 코라이 카부크추오글루(Koray Kavukcuoglu)가 선임 부사장으로 승진해 맡고, 차세대 모델인 제미나이 4 개발을 지휘한다.
이번 개편은 구글이 민감한 시기에 나왔다. 지난 6월로 예정됐던 최신 제미나이 모델의 정식 출시가 미뤄지면서, 구글이 오픈AI와 앤트로픽 같은 경쟁사에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던 상황이다. 두 회사는 올여름 구글의 핵심 AI 인력을 잇달아 영입하기도 했다. 발표 직후 알파벳 주가는 약 4%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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