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오픈소스 AI 모델의 최대 거점인 허깅페이스를 129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26일(현지시간) 거래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허깅페이스는 2016년 설립된 뉴욕 소재 기업으로 전 세계 개발자들이 AI 모델을 공유하고 내려받는 대표적 플랫폼이다.
특정 기업이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고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폐쇄형' AI와 달리 허깅페이스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오픈소스' 모델 200만개 이상이 올라와 있어 'AI 업계의 깃허브'로 불린다. 깃허브는 개발자들이 프로그램 코드를 공유하는 세계 최대 저장소다.
이번 인수 금액은 허깅페이스의 몸값이 그동안 얼마나 뛰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회사는 2023년 세일즈포스벤처스가 주도하고 알파벳(구글 모회사)·IBM·엔비디아 등이 참여한 투자에서 2억3500만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45억달러를 인정받았다. 3년 만에 가치가 세 배 가까이 뛴 셈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말 허깅페이스에 5억달러 투자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적도 있다. 당시 허깅페이스는 한 곳의 대형 투자자가 회사 결정을 좌우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엔비디아가 오픈소스 진영에 거액을 베팅하는 배경에는 AI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지키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오픈AI, 구글, 아마존, 앤트로픽 등 폐쇄형 AI를 개발하는 주요 기업들은 최근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저마다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섰다.
반면 오픈소스 모델 생태계가 번성하면 고객들은 소수 폐쇄형 기업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되고, 그만큼 엔비디아 하드웨어에 대한 수요는 유지된다. 엔비디아가 이미 자체 오픈소스 모델을 만드는 데 수백억달러를 쏟아부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허깅페이스 클레망 들랑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들어 엔비디아의 오픈소스 확대 기조에 공개적으로 보조를 맞춰 왔다.
지난 7월 24일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비롯한 25개 기업이 서명한 공개서한이 발표됐는데 허깅페이스도 이름을 올렸다. 이 서한은 미국 정부에 오픈소스 모델을 규제하기보다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워싱턴에서는 누구나 내려받아 쓸 수 있는 '오픈웨이트' 모델을 규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커지고 있었다.
문샷AI 같은 중국 업체가 성능은 미국 선두 모델에 맞먹으면서 운용 비용은 훨씬 저렴한 '키미 K3' 등을 내놓으면서, 경쟁력과 국가안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은 것이다. 다만 백악관 자문역 데이비드 색스처럼 이런 우려가 앤트로픽·오픈AI '양강 체제'에 의해 부풀려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들랑그 CEO는 최근 방송 출연에서 허깅페이스가 사이버 공격을 받았을 때 엔비디아가 개조한 중국산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해 방어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7월 허깅페이스는 오픈AI가 내부 성능 시험 중이던 모델이 통제를 벗어나 자사 시스템을 침해하는 사건을 겪었다. 당시 미국 상용 AI들은 방어를 돕는 요청조차 안전장치에 막혀 거절했고 결국 중국 Z.ai의 오픈소스 모델 'GLM 5.2'를 자체 서버에서 돌려 공격 코드를 해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는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사업 재진입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엔비디아는 약 1년 전 자체 클라우드 사업을 축소했는데 이미 개발자들에게 컴퓨팅 자원을 빌려주는 허깅페이스를 확보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고도 시장에 복귀할 수 있다.
허깅페이스는 AI 업계에서 매출 규모로는 아직 작은 편이다. 최근 연 매출은 약 1억5000만달러 수준으로 두 달 전 1억달러 안팎에서 늘었다. 들랑그 CEO는 지난달 회사가 흑자 전환에 근접했다고 밝혔지만 130억달러에 가까운 가격은 이 정도 규모 기업에는 매우 높은 배수다.
AI 인프라 기업에 대한 인수 열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결제업체 스트라이프는 이달 초 여러 AI 모델을 골라 쓰도록 돕는 스타트업 오픈라우터를 70억달러 이상에 인수했다. 오픈라우터가 지난 5월 시리즈B 투자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3억달러에 불과했다.
한편 엔비디아와 허깅페이스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부정확한 보도에 신속히 대응해 온 엔비디아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아직 최종 계약서에 서명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전했다.
(썸네일 사진 출처: 허깅페이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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