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만든 오픈AI가 자사 로고를 새긴 고무 농구공을 70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와 AI 모델로 알려진 회사가 실물 상품, 그것도 농구공을 내놓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농구공은 오픈AI가 진행하는 '포즈. 플레이. 프롬프트(Pause. Play. Prompt.)' 캠페인의 일부다. 회사는 제품 소개에서 창의성은 화면 안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우기 위한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프롬프트란 사용자가 AI에게 입력하는 명령어나 질문을 뜻한다.
하루 종일 화면 앞에 붙어 코딩 도구를 쓰는 것도 좋지만 잠시 일을 멈추고 밖에 나가는 것도 권장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100% 고무 재질이어서 가죽 공보다 날씨 변화에 강하고 야외 활동에 적합하다.
농구공과 함께 다른 상품도 나왔다. '좋은 연구에는 시간이 걸린다(Good research takes time)'는 문구를 새긴 의류 등 여러 제품이 판매 중이며, 'research'라는 단어를 필기체로 넣은 175달러짜리 쿼터집(지퍼가 목까지만 올라오는 상의)도 포함됐다. 오픈AI는 이 상의 소개에서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깔끔한 칼라가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런 굿즈 판매는 오픈AI가 최근 하드웨어 사업에 본격 진입한 흐름과 연결해서 살펴볼 수 있다. 회사는 지난 15일 자사 첫 하드웨어 제품인 '코덱스 마이크로(Codex Micro)' 키보드를 230달러에 출시했다.
코덱스는 오픈AI의 AI 코딩 도구로, 사람의 개입을 거의 받지 않고 스스로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자율적으로 일하는 AI 프로그램을 흔히 '에이전트'라고 부른다.
키보드 전문 업체 워크라우더와 함께 만든 이 제품은 여러 개의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관리하는 용도로 설계됐다. 각 '에이전트 키'에는 빛이 들어와 해당 에이전트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색으로 표시한다. 생각 중인지, 실행 중인지, 대기 중인지, 작업을 마쳤는지를 화면을 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자주 쓰는 기능을 지정할 수 있는 단축키, 작업 흐름을 실행하는 조이스틱도 달렸다. 다이얼을 돌리면 에이전트가 특정 작업에 쓰는 '추론' 수준, 즉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연산 능력을 들일지를 조절할 수 있다.
오픈AI는 이 제품을 스마트폰이나 데스크톱 앱에 의존하지 않고 AI 에이전트 작업을 관리하는 '지휘 본부'로 소개했다. 챗GPT 데스크톱 앱을 통해 제어하며 키를 누르는 감각에 따라 소리가 나는 버전과 조용한 버전 두 가지로 나온다. 회사는 대량 판매용이 아니라 한정 협업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키보드 출시 시점은 미묘하다. 애플은 지난 10일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오픈AI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냈다. 영업비밀은 기업이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관리하는 기술과 정보를 뜻한다. 애플은 오픈AI가 자사 직원 출신들을 동원해 미공개 제품 정보를 조직적으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소송에는 구체적 정황이 담겼다. 애플 부사장을 지내다 오픈AI 하드웨어 총책임자로 옮긴 탕 탄이 애플을 떠나기 전 협력업체 정보를 자기 이메일로 보냈고 오픈AI 채용 면접에서 애플 내부 프로젝트 암호명을 사용해 추가 정보를 캐냈다는 내용이다.
애플에서 8년간 전기 엔지니어로 일한 창 리우는 퇴사 후에도 회사 노트북을 반납하지 않고 기밀 문서를 내려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애플은 오픈AI가 자사 기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지 못하도록 막고 관련 자료를 반환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오픈AI는 다른 회사의 영업비밀에 관심이 없으며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코덱스 마이크로를 설계한 인력 상당수가 애플 출신인 점도 소송과 얽혀 있다. 오픈AI는 지난해 애플 전 디자인 총괄 조너선 아이브가 공동 창업한 하드웨어 스타트업 io를 65억 달러에 인수했다. 애플 소장에 따르면 400명 넘는 애플 출신 인력이 오픈AI에서 일하고 있다.
한편 오픈AI가 준비 중인 첫 소비자용 기기의 윤곽도 드러났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이 기기는 화면이 없는 휴대용 스마트 스피커로, 집 안에서 사람 같은 동반자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카메라와 센서를 갖추고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 부품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며 아이브의 디자인 스튜디오 러브프롬이 개발에 참여한다.
사용자가 명령을 입력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상황을 먼저 파악해 필요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오픈AI 내부에서는 이 제품을 AI 시대의 새로운 가정용 컴퓨터로 부른다. 가격은 200~300달러 수준, 출시는 2027년으로 예상되며 애플과의 소송이 시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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