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AI 코딩 스타트업 커서(Cursor)의 인수를 완료했다. 커서는 개발자가 코드를 짤 때 AI가 다음 줄을 자동으로 채워 주거나 오류를 잡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다.
커서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인수가 공식 마무리됐다고 밝혔고 스페이스X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관련 서류(Form 8-K)를 제출하며 지난 14일자로 합병이 발효됐다고 알렸다.
이번 인수 규모는 600억 달러다. 현금이 아니라 스페이스X 주식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커서의 보통주와 우선주는 약 3억8929만 주의 스페이스X 클래스A 주식을 받을 권리로 전환됐다. 주식 교환 비율은 합병 직전 7거래일간 스페이스X 주가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커서의 법인명은 애니스피어(Anysphere)이며 스페이스X는 X67이라는 자회사를 애니스피어에 흡수합병시키는 방식으로 커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커서를 창업한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공동창업자 네 명은 이번 거래로 억만장자가 됐다.
두 회사의 관계는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페이스X와 커서는 함께 기술을 개발하기로 손을 잡으면서 스페이스X가 커서를 600억 달러에 사들일 수 있는 선택권을 계약에 포함시켰다. 이 선택권은 6월에 정식 인수 합의로 굳어졌다. 스페이스X가 6월 상장 직후 인수를 확정하고 두 달 만에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스페이스X가 커서를 품은 이유는 방대한 데이터와 사용자다. 커서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코드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 주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 데이터를 자사 AI 모델 '그록(Grok)'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7월 공개된 그록 4.5는 커서의 데이터 수조 개 토큰을 스페이스X의 AI 부문과 함께 학습해 만들어졌다. 반대로 커서가 얻는 것은 컴퓨팅 자원이다.
AI 모델을 학습시키려면 그래픽처리장치(GPU)라 불리는 고성능 반도체가 대량으로 필요한데 커서는 이번 인수로 세계 최대 규모의 GPU 집단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커서는 이를 통해 더 강력하면서도 운영 비용이 낮은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AI 부문은 원래 머스크가 별도로 세운 스타트업 xAI였다.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xAI를 인수해 우주·위성 사업에 이어 AI를 세 번째 핵심 사업으로 편입했다.
그러나 xAI는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선도 기업을 따라잡으려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고 그록 챗봇이 스스로를 '메카히틀러'라 칭하거나 아동 성착취물을 생성하는 등 잇단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스페이스X는 테네시주 멤피스 인근에 xAI 모델 학습용으로 지은 데이터센터의 상당 부분을 외부 고객에게 빌려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컴퓨팅 대여 고객에는 앤트로픽과 구글이 포함돼 있다.
이 사업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스페이스X는 상장 후 첫 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1년 전 40억 달러에서 78억 달러로 92% 늘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약 20억 달러가 AI 부문에서, 17억 달러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에서 나왔다. 순손실은 5억4100만 달러로 1년 전 10억 달러에서 크게 줄었다. 스페이스X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브렛 존슨은 커서를 완전히 통합하면 연말까지 연 환산 매출 1000억 달러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페이스X는 지난 6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했다. 주당 130달러대에 상장하며 750억 달러를 조달했고 기업가치는 약 1조75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종전 최대 기록인 2019년 사우디 아람코의 상장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다만 상장 직후 급등했던 주가는 이후 조정을 받아 실적 발표 시점에는 공모가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한편 스페이스X의 데이터센터는 환경 논란도 안고 있다. 회사는 멤피스 인근 콜로서스(Colossus)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허가받지 않은 가스터빈 69기를 가동해 왔다.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이 터빈이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대기환경 규제법(청정대기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냈다.
스페이스X는 터빈이 운송용 트레일러에 실린 상태라서 허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새로 짓는 1.2기가와트 규모 발전소가 완공되는 2027년 7월까지 기존 터빈을 단계적으로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썸네일 사진 출처: 커서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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