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2년 안에 연방정부 업무의 절반을 사람이 아닌 AI에 넘기는 실험에 착수했다. 이달 초 연방 공무원 100여 명이 참석한 워크숍을 열고 '에이전틱 AI 프로젝트'의 전략 실행 단계를 공식 개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에이전틱(agentic) AI는 챗봇처럼 질문에 답만 하는 기존 AI와 다르다. 사람이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해 실제 업무를 실행하는 자율형 AI를 뜻한다. UAE는 이 기술로 정부 운영·서비스·업무의 50%를 2년 내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현되면 공공 행정 전반에 자율 AI를 대규모로 도입하는 첫 국가가 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가 에이전틱 AI 위원회가 주관한다. 워크숍에서는 실행 우선순위와 일정을 정하고, 어떤 정부 업무를 AI에 맡길 수 있는지 가려내는 분류 기준을 만드는 작업이 시작됐다.
프로젝트는 전략·프로젝트, 미래 예측, 정책, 조직·거버넌스, 정부 성과, 국제 경쟁력, 정부 혁신 등 7개 축으로 구성된다. 부처 간 중복 도입을 막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UAE는 이미 관련 인프라를 상당 부분 갖췄다. 매달 1억5000만 건이 넘는 데이터를 추적하는 AI 기반 정부 성과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UAE는 2017년 10월 아랍권 최초로 국가 AI 전략을 발표하고 며칠 뒤 세계 최초의 AI 담당 국무장관직을 신설했다.
당시 27세였던 오마르 술탄 알 올라마가 초대 장관을 맡았다. 이후 디지털 신원 인증, 자체 클라우드, 데이터 공유 체계 등 다른 정부들이 아직 구축 중인 기반을 미리 갖췄다.
프로젝트의 전개 속도는 빠르다. 지난 5월 각료회의에서 부처 전반에 에이전틱 AI를 적용하는 연방 차원의 실행 프레임워크가 승인됐다.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부통령 겸 총리가 주재한 이 회의에서는 UAE 정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통과됐다.
장관급부터 신입 직원까지 연방 공무원 8만 명을 대상으로 에이전틱 AI 활용 능력을 교육하는 내용이다. 교육은 지도부, 기술직, 전문직, 일반직, 강사 양성 등 5개 직군으로 나뉘어 국내 대학과 글로벌 기술 기업이 함께 개발한다.
같은 회의에서 시민·거주민·기업·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첫 AI 기반 정부 서비스 묶음도 승인됐다. 의료 분야에 AI를 도입하는 국가 정책, 디지털 기록을 정부 핵심 데이터의 공식 출처로 삼고 정보를 한 번만 수집해 기관 간 안전하게 공유하도록 하는 제도도 통과됐다.
6월에는 두바이에서 실무 워크숍이 이어졌다. 50개 연방 기관에서 300명 이상이 참석해, 90일 안에 어떤 서비스와 절차가 에이전틱 AI에 적합한지 가려내는 작업에 들어갔다.
각 기관은 특정 서비스나 업무를 하나씩 골라 90일 내 도입하되 적합한 대상을 고르는 탐색 단계, 처리 과정을 새로 짜는 설계 단계, 실행 계획을 세우는 단계 세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같은 달 대통령실과 내각부가 공동 진행한 별도 워크숍에는 600명이 참여했다.
전체 감독은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부통령이 맡고, 실무 총괄은 무함마드 알 게르가위 내각부 장관이 이끄는 태스크포스가 담당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자율 AI를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결정을 기계에 맡길지 정하는 문제다. UAE는 워크숍에서 '사람이 이끌고 AI가 돕는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처음 공개할 때 알 막툼 총리는 UAE가 각 부문에 자율 AI를 대규모로 배치하는 첫 정부가 될 것이라며 사람의 개입 없이 일련의 업무를 스스로 수행하는 시스템을 언급했다. 출범 당시의 표현은 '자율 실행'에 가깝고 실행 단계의 표현은 '사람 우선'에 무게를 둔다.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는 7개 축, 교육, 성과 지표, 거버넌스 구조에 집중돼 있다. 정작 자율 시스템이 시민의 사안을 잘못 처리했을 때 시민이 어떻게 대응하고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는 아직 나와 있지 않다. 어떤 업무를 AI가 완결할 수 있고 어떤 업무는 권고만 할 수 있는지 선을 긋는 분류 기준이 그 답을 담게 된다.
아시아와 유럽의 여러 정부가 AI 전략과 전담 조직만 갖춘 채 구체적 수치와 시한은 붙이지 못한 상황에서 UAE는 처음으로 AI 전환의 숫자와 날짜를 명시한 나라가 되었다. 2년 뒤에는 자율 AI가 실제 행정 서비스와 인력, 오류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공개된 증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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