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 앤트로픽이 6월 3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포 사이언스' 행사에서 과학 연구 전용 AI 도구 '클로드 사이언스'를 공개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위한 '클로드 코드'가 프로그래밍 작업 방식을 바꿔놓은 것처럼 이번에는 과학 연구의 작업 방식을 통째로 바꾸겠다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클로드 사이언스가 새로운 AI 모델을 쓰는 것은 아니다. 앤트로픽은 이 도구가 이미 일반에 공개된 클로드 오퍼스 4.8 등 기존 모델을 그대로 사용하며 별도의 특별한 접근 권한이나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대신 과학자들이 실제로 겪는 불편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자는 논문 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 데이터 분석 도구인 주피터, 통계 프로그램 R, 그리고 대형 계산 서버 등 서로 다른 수십 개의 프로그램을 오가며 일한다. 파일 형식이 제각각이라 매번 별도의 변환 작업도 거쳐야 한다. 클로드 사이언스는 이렇게 흩어진 도구를 하나의 작업 환경으로 모은다.
작동 방식은 일종의 '연구 프로젝트 관리자'에 가깝다. 사용자가 평범한 문장으로 원하는 작업을 설명하면 총괄 역할을 하는 AI 비서가 이를 해석해 실제 작업으로 옮긴다.
이 비서는 유전체학, 단백질 구조, 화학 등 분야별로 미리 준비된 60여 개의 전문 도구와 데이터베이스에 연결돼 있다. 필요하면 스스로 하위 비서를 만들어 작업을 나누거나 사용자가 직접 만든 전문 비서에게 일을 넘기기도 한다.
별도의 검토용 AI가 인용 문헌과 계산 결과를 다시 확인해 오류를 잡아내는 기능도 있다. 최근 AI가 쓴 글에 존재하지 않는 인용이나 검증되지 않은 수치가 섞여 드는 문제를 겨냥한 장치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의 결합이다. 클로드 사이언스는 엔비디아의 '바이오네모 에이전트 툴킷'과 직접 연결된다. 바이오네모는 엔비디아가 제약·생명과학용으로 만든 소프트웨어 묶음으로 이미 세계 상위 20개 제약사 가운데 18곳이 사용하고 있다.
이 도구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돌아가는 계산 기능들을 클로드가 불러 쓸 수 있는 형태로 포장해 제공한다.
과학자가 "이 유전자 서열을 분석해 달라" 혹은 "이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해 달라"고 요청하면 AI가 알아서 적절한 도구를 골라 엔비디아 서버에서 계산을 돌리고 결과를 돌려준다. 연구자가 복잡한 프로그램 환경을 일일이 설정할 필요가 없다.
속도 향상 폭이 상당하다. 유전체 분석 도구 '파라브릭스'는 몇 시간 걸리던 분석을 몇 분으로 줄인다. 세포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작업에서는 '래피즈 싱글셀' 도구가 130만 개 세포를 처리하는 데 걸리던 52분을 25초로 단축한다. 화합물의 유사성을 검색하고 분자 구조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맡는 'nvMolKit'은 기존보다 최대 3000배 빠르다.
이 도구를 통해 유전체 분석용 모델 '에보 2',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 '볼츠-2'와 '오픈폴드3' 같은 최신 개방형 모델도 함께 쓸 수 있다.
실제 활용 사례로는 암 치료제 후보 물질 발굴이 제시됐다. 연구자가 암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지목하고 이를 억제할 물질을 설계해 달라고 요청하면 클로드 사이언스가 엔비디아 도구와 함께 수많은 후보 물질을 대량으로 예측하고 최적화한 뒤 실험실 검증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빠르게 진행한다.
앤트로픽은 이번 발표에서 자체 신약 개발 프로그램에 직접 뛰어든다고 밝혔다. 회사의 생명과학 부문 책임자 에릭 카우더러-에이브럼스는 올바른 도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가 직접 그 일을 경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형 제약사가 이미 뛰어든 분야가 아니라 상업성이 낮아 외면받아온 희귀 질환과 소외 질환을 겨냥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다. 공익 기업으로서 시장이 놓치는 영역을 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발굴한 후보 물질을 직접 임상까지 끌고 갈지, 다른 기업에 넘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클로드 사이언스는 맥과 리눅스에서 베타 버전으로 제공되며 클로드 프로·맥스·팀·엔터프라이즈 요금제 사용자가 쓸 수 있다. 앤트로픽은 대학과 비영리 연구기관 소속 과학 연구실을 위한 할인 좌석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최대 50개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프로젝트당 최대 3만 달러 상당의 사용 크레딧을 제공한다. 신청은 7월 15일까지 받으며 선정 결과는 7월 31일에 통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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