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지난해 인수한 AI 웨어러블 '비(Bee)'를 직접 일주일간 착용한 사용자의 인터뷰가 화제다. 비는 손목에 차는 핏빗 형태의 소형 기기로 가격은 49.99달러이며 월 19달러의 구독료가 별도로 붙는다.

(사진 출처: 아마존 뉴스)
이용자가 버튼을 누르면 녹음이 시작되고 기기 위쪽에 초록색 불이 들어와 주변 사람들에게 녹음 중임을 알린다. 녹음이 끝나면 전용 모바일 앱이 자동으로 대화를 받아쓰고 요약본까지 만들어 준다. 일정을 동기화해두면 회의나 약속 직전 알림도 보내준다.
아마존이 이 회사를 인수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비를 만든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의 직원 8명 전원이 아마존으로 자리를 옮겼고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아마존은 2020년 헬스케어 손목밴드 '헤일로(Halo)'를 내놨다가 2023년 비용 절감을 이유로 사업을 접은 적이 있다.
비 인수는 알렉사 스피커로 대표되는 가정 내 음성비서를 넘어 외부 공간까지 따라다니는 개인용 AI 비서 시장에 다시 뛰어들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올해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CES 2026에서 비는 인수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업데이트를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액션스(Actions)'다.
이메일과 캘린더에 연결해두면 "내일 김 부장에게 보고서 보내야 한다"고 말로 던진 약속을 기기가 알아듣고 메일 초안을 작성하거나 일정을 잡아준다. 버튼을 길게 눌러 음성 메모를 남기는 기능, 장기간 착용 시 이용자의 감정 패턴과 일상 습관을 분석해 보여주는 기능도 추가됐다.
실제 사용해본 결과 업무 환경에서 비의 활용도는 분명했다. 상대방의 동의를 얻고 비를 작동시킨 뒤 업무 통화를 진행하자 앱은 대화를 주제별로 나눠 요약본을 만들어 줬다.
회의가 많은 직장인이 종일 비를 켜두고 저녁에 요약본만 훑어봐도 하루 일과를 정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다만 화자 구분이 정확하지 않아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일일이 손으로 입력해야 했고 일부 대화 구간은 통째로 누락됐다.
이는 오터(Otter)나 그래놀라(Granola) 같은 기존 AI 회의록 서비스와 비교해 특별히 앞선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영화 감상 같은 일상 환경에서도 비는 비교적 똑똑하게 반응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폭력 영화 '저수지의 개들'을 친구들과 보는 동안 비를 켜뒀더니 기기는 화면 속 욕설과 유혈 장면을 실제 상황으로 오인하지 않고 "타란티노 영화 장면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그날 저녁 대화를 정리해줬다.
문제는 사생활이다. 비를 제대로 쓰려면 위치 정보, 사진, 연락처, 일정, 휴대전화 알림에 모두 접근 권한을 줘야 한다. 수면 패턴이나 안정시 심박수 같은 건강 정보까지 연동할 수 있다. 모든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비는 데이터를 저장 단계와 전송 단계 모두 암호화하고 외부 보안 감사도 정기적으로 받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 세계 클라우드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운영하는 아마존이 과거 여러 차례 보안 사고를 겪은 점을 떠올리면 안심하기 어렵다.
비 측은 기기 안에서 모든 처리가 끝나는 '로컬 전용' 시제품을 IT 유튜버 베카 파르사세에게 시연해 보였다고 알려졌으나 아마존은 정식 출시 일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는 방식이 상용화된다면 사생활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앞서 휴메인(Humane)의 AI 핀, 래빗(Rabbit)의 R1 같은 AI 전용 기기가 잇따라 시장의 외면을 받고 사라진 가운데 휴메인은 결국 지난해 2월 자산 1억 1600만 달러에 HP에 매각됐다.
비는 49.99달러라는 낮은 가격을 무기로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업무용 보조 도구로는 자리잡을 여지가 있지만 사적 영역까지 24시간 끌어들이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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