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파크에서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6을 열고 음성비서 시리를 전면 개편한 '시리 AI'를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9월 1일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 존 터너스에게 넘기는 팀 쿡 CEO의 마지막 WWDC였다. 새 아이폰이나 맥 같은 하드웨어 발표는 없었고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에 무게가 실렸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시리다. 애플은 2024년 시리 개편을 예고했지만 기술적 문제로 출시를 거듭 미뤄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애플은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시리의 두뇌로 끌어들여 문제를 풀었다.
새 시리는 한 번의 명령으로 여러 단계의 작업을 연달아 처리하고 화면에 무엇이 떠 있는지 인식해 답하며 더 자연스럽게 대화한다. 기존처럼 음성비서가 기기 곳곳에서 작동하는 동시에 챗GPT처럼 대화를 주고받는 별도 앱으로도 쓸 수 있다.
이 앱에서는 지난 대화 기록을 다시 불러올 수도 있다. 그동안 복잡한 질문을 외부 AI에 넘기던 방식에서 벗어나는 셈이지만 정작 시리 자체가 구글 제미나이로 구동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애플은 발표에 앞서 AI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타협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 크레이그 페더리기는 이용자 데이터는 요청을 처리하는 데에만 쓰이며 외부 전문가가 이를 언제든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에서 처리되는 정보도 애플을 포함해 누구도 저장하거나 들여다볼 수 없도록 설계됐다고 덧붙였다.
시리 AI는 9월 영어로 베타(시험 버전) 출시되며 다른 언어는 순차 지원된다. 다만 유럽연합(EU)에서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시리 AI를 당장 쓸 수 없다. 거대 기술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규제하는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페더리기는 EU 이용자가 새 소프트웨어 출시 시점에 시리 AI를 쓰지 못하는 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중국에서도 현지 규제 요건으로 초기 출시가 빠진다.
시리를 떠받치는 AI 기반 기술인 '애플 인텔리전스'도 대거 손봤다. 사파리 브라우저는 여러 탭을 주제별로 자동 정리하고, 비밀번호는 한 번의 동작으로 갱신할 수 있다.
메시지 앱은 상황에 맞는 답장 문구를 제안하고 전화 앱은 통화 도중 메일이나 메시지 같은 다른 앱의 내용을 끌어와 보여준다. 애플은 이 새 기술을 구글과 함께 개발했다고 밝혔다.
운영체제(OS)도 일제히 새 버전이 나온다. 아이폰용 iOS 27은 2019년 출시된 아이폰11까지 지원해 역대 가장 폭넓게 적용되는 버전이 됐다. 사진은 70% 빨리 표시되고 기기 간 파일 전송 기능 '에어드롭'은 80% 빨라지며, 앱 실행 속도도 최대 30% 개선된다.
맥용 OS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다리 이름을 딴 '골든게이트'로 명명됐다. 새 기능보다 속도와 안정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고 인텔 칩을 쓰던 옛 맥은 더 이상 지원하지 않는다. 모든 OS의 정식 버전은 올가을 무료 배포된다.
아이폰을 쓰는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통제 기능도 확대됐다. 부모는 자녀가 누구에게 전화할 수 있는지, 어떤 앱과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지 정할 수 있다. 13세 미만 아동용으로 설정된 기기는 웹 접속과 앱 구매 시 부모 허락을 받도록 한 기능이 기본으로 켜진다.
사진 앱에는 AI 편집 도구가 들어왔다. 촬영 후 카메라 위치를 옮긴 것처럼 시점을 바꾸거나, 사진 바깥 영역을 AI가 자연스럽게 채워 화면을 넓힐 수 있다. 불필요한 피사체를 지우는 기존 기능도 더 정교해졌다.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는 사실적인 그림까지 그릴 수 있도록 개선됐고 이용자가 만든 사진은 AI 학습에 쓰지 않기로 했다.
이 밖에 키보드에 내장된 음성 받아쓰기 기능이 맞춤법과 문장부호를 자동으로 바로잡고, 복잡한 자동화 도구 '단축어'는 원하는 작업을 말로 설명하면 AI가 만들어준다. 건강 앱은 갱년기 전 단계인 '주변폐경기' 증상 추적을 새로 지원한다. 무선 이어폰 에어팟은 저음·중음·고음을 직접 조절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쿡 CEO는 마지막 기조연설에서 애플의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으며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제품을 만드는 일이 변치 않는 목표였다고 말했다.
(썸네일 사진 출처: 애플 WWDC 2026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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