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의 연례 개발자 행사 I/O 2026에서 구글은 25년 넘게 유지해 온 검색 결과 화면을 전면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파란색 링크가 줄지어 나오던 기존 검색 결과 대신 AI가 직접 답을 만들어 보여주고 사용자를 대신해 작업까지 처리하는 'AI 에이전트'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AI가 웹을 뒤져 요약본을 내놓고 24시간 백그라운드에서 정보를 추적하는 '인포메이션 에이전트' 기능도 함께 도입된다. 검색을 담당하는 기본 AI 모델은 새로 공개된 '제미나이 3.5 플래시'로 교체됐다.
구글에 따르면 AI 모드 검색은 출시 1년 만에 월 사용자 10억 명을 돌파했고 분기마다 사용량이 두 배씩 늘고 있다. 구글이 한 달에 처리하는 AI 토큰량은 3.2천조 개에 달한다.
문제는 사용자들이 이 변화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검색 결과 첫 화면을 AI가 점령하면서 정작 일반 웹사이트로 넘어가는 사용자가 급감했고 AI가 잘못된 답을 그럴듯하게 내놓는 '할루시네이션' 문제도 여전하다.
구글 검색에서 사용자가 클릭 없이 답만 보고 떠나는 '제로클릭' 비율은 약 60%까지 올라갔다. 뉴스 검색에선 69%다. 허브스팟은 자연 유입 트래픽의 70~80%를, 교육 플랫폼 체그는 49%를 잃었다고 밝혔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이를 두고 온라인 언론사들에 닥친 "멸종 수준의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새 검색에서 'disregard(무시하다)'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AI가 이 단어를 명령어로 잘못 해석해 "알겠습니다. 이전 지시를 무시했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황당한 답을 띄우고 정작 단어 뜻은 빈 화면 한참 아래에 숨겨버리는 오류도 발생했다.
이 사건은 새 검색의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반발은 개인정보 보호 중심의 검색엔진 덕덕고(DuckDuckGo)로의 이탈로 이어졌다.
덕덕고는 사용자 검색 기록을 수집하지 않고 추적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서비스로 미국 검색 시장 점유율은 1.84% 수준에 머물러 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5월 20일부터 25일 사이 미국 앱 설치 건수가 직전 주 대비 평균 18.1% 늘었고 5월 25일에는 30.5%까지 치솟았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의 증가폭은 더 가팔라 평균 33%, 최고 69.9%를 기록했다. AI 기능을 모두 꺼둔 'noai.duckduckgo.com' 페이지의 방문도 평균 22.7% 늘었다.
평소 트래픽이 줄어드는 메모리얼데이 연휴에 오히려 증가세가 이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외 지역의 증가율은 이보다 훨씬 낮아 이번 흐름이 구글의 미국 중심 발표에 대한 반응임을 시사한다는 것이 덕덕고의 분석이다.
덕덕고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가브리엘 와인버그는 구글이 사용자에게 AI를 '강제로 떠먹이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검색 품질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용자가 AI를 얼마나 쓸지를 직접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와인버그는 2023년 구글 반독점 재판에서 구글이 다른 브라우저들과 맺은 독점적 기본 검색엔진 계약 때문에 덕덕고가 기본 검색엔진으로 채택될 기회를 봉쇄당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덕덕고는 AI를 거부하는 회사는 아니다. 자체 AI 챗봇 서비스 '덕에이아이(Duck.ai)'를 무료로 운영하면서 앤트로픽의 클로드 4.5 하이쿠, 메타의 라마 4 스카우트, 미스트랄의 스몰 3 24B, 오픈AI의 GPT-5 미니 같은 주요 모델을 익명으로 쓸 수 있게 해준다.
사용자의 IP 주소는 모델 제공사로 요청이 넘어가기 전에 모두 제거되며 대화는 30일 안에 삭제되고 AI 학습에 쓰이지 않는다.
구글의 AI 개요와 비슷한 '서치 어시스트'와 검색 결과에서 AI로 만든 이미지를 걸러주는 'AI 이미지 필터'도 제공한다. 덕덕고의 커뮤니케이션·정책 책임자인 카밀 바즈바즈는 두 기능이 서로 정반대 성격임에도 회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능에 속한다고 전했다. 결국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은 '선택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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