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한국 시간 8일 밤 막을 올리는 연례 개발자 회의 WWDC 2026을 통해 AI 전략을 전면 재정비한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음성 비서 시리(Siri)의 대대적 개편이다. 2024년 처음 선보인 AI 기능 '애플 인텔리전스'가 기능 지연과 완성도 논란에 시달린 끝에, 약 15년 만에 시리를 근본부터 다시 만드는 셈이다.
새 시리는 사람과 대화하듯 맥락을 기억하고 여러 단계의 작업을 처리하는 'AI 비서'로 바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리는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챗봇과 비슷한 형태의 독립 앱으로도 출시된다.
이 앱에서는 메시지 앱처럼 대화가 말풍선으로 쌓이고 과거 대화를 검색할 수 있으며 문서와 사진을 올려 질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화 내용은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기기 간 동기화된다. 또한 사용자가 원하면 대화 기록을 30일이나 1년 뒤 자동 삭제하도록 설정하는 기능도 추가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새 시리의 두뇌에 구글 기술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 1월 12일 구글과 다년 계약을 맺고, 구글의 대규모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시리와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반으로 쓰기로 했다.
애플은 자체 평가 결과 구글 기술이 가장 뛰어난 토대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연 10억달러 수준, 다년 기준으로는 최대 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다만 애플은 사용자 질문이 구글 서버로 그대로 넘어가는 방식은 아니며 상당수 처리는 기기 안에서, 일부는 자체 보안 시스템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를 통해 이뤄져 개인정보 보호 원칙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애플이 자체 AI 모델을 완성하지 못해 외부 기술에 의존한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애플은 외부 AI도 끌어안는다. 현재 시리는 복잡한 질문을 오픈AI의 챗GPT로 넘길 수 있는데, 새 운영체제 iOS 27에서는 사용자가 시리를 구동할 AI 서비스를 직접 고를 수 있는 '확장(Extensions)' 기능이 추가된다. 외부 AI를 연동하는 별도의 앱스토어 영역도 마련된다.
'AI 에이전트'를 앱스토어에 받아들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AI 에이전트는 식당 예약, 일정 관리, 문서 편집, 스마트홈 기기 제어처럼 사용자를 대신해 일을 처리하는 AI를 말한다.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애플이 보안·개인정보 기준을 지키면서 이런 에이전트 앱을 허용하는 심사 체계를 설계 중이라고 전했다. 애플 앱스토어 규정은 그동안 앱이 다른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실행하는 것을 금지해 왔는데, 스스로 작은 앱을 만들어내는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규정과 충돌하는 상황이 생겼다.
카메라와 사진 앱도 손본다. 카메라 앱에는 사진·영상·인물·파노라마와 나란히 'AI 시각 지능(Visual Intelligence)' 모드가 새로 들어간다. 카메라로 비춘 물건을 구글 이미지 검색을 활용해 알아보는 기능이다. 사진 앱에는 사진을 자동으로 보정하거나 원치 않는 물체를 지우는 기능, 말로 설명하면 그대로 편집해 주는 기능이 추가된다.
이미지 생성 앱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도 화질과 표현 방식이 개선되고, 사용자의 사진·문자 내용을 바탕으로 맞춤 이모티콘을 제안하는 기능, AI 배경화면 생성 기능 등이 거론된다.
결제 앱 월렛(Wallet)에는 영수증을 사진으로 찍어 항목별로 사람을 지정하면 각자 낼 금액을 계산해 송금을 요청하는 더치페이 기능이 추가된다. 애플의 송금 서비스 애플캐시와 연동되며 애플워치에서도 결제를 승인할 수 있다. 영화표나 헬스장 회원카드 같은 실물을 찍어 디지털 카드로 만드는 '카드 만들기' 기능도 들어간다.
이 밖에 iOS 27과 함께 아이패드OS, 맥OS, watchOS, tvOS, 비전OS 27이 공개된다. 운영체제 외형은 지난해 도입한 '리퀴드 글래스' 디자인을 유지하되 버그 수정과 안정성 개선에 무게를 둔다. 새 시리 기능은 일부 '베타' 딱지를 단 채 출시될 가능성이 있고, 정식 공개는 가을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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