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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종목이 더 많은데 지수는 급락…"AI 빠진 자리, 방어주가 채우면 강세장 끝 신호?"

  • 고건 기자
  • 입력 2026.10.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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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에서 대부분의 종목이 오르는데 대표 지수는 떨어지는 장세가 나타났다. AI 관련주가 급락하는 사이 필수소비재와 유틸리티 같은 경기방어주로 자금이 몰린 결과다. 시장은 소수 대형 기술주에 쏠렸던 상승세가 여러 종목으로 퍼지기를 기다려왔지만 막상 그 흐름이 방어주 주도로 나타나자 경고 신호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자산관리회사 카슨그룹은 23일(현지시간) 블로그에서 22일 S&P500 구성 종목 500개 중 324개가 올랐다고 밝혔다. 종목별 등락률을 한 줄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종목의 수익률은 1.09%였고 2% 넘게 오른 종목도 177개였다. 같은 날 S&P500지수는 1.2% 내린 7663.43에 마감했다. 

 

S&P500은 시가총액이 큰 기업일수록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방식으로 계산된다. 덩치 큰 기술주 몇 개가 크게 빠지면 다수 종목의 상승분이 묻히는 구조다. 이날 기술 업종은 3.3% 떨어졌고 골드만삭스가 AI 관련 종목을 묶어 산출하는 AI 지수는 6.01% 급락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2.6% 내려 6월 초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11개 업종 중 9개가 지수보다 나은 성적을 냈고 6개는 상승했다. 상승을 이끈 건 경기와 관계없이 수요가 꾸준해 방어주로 불리는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헬스케어였다. 

 

필수소비재 업종은 3.1% 올라 2025년 4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실적을 발표한 프록터앤드갬블(P&G)이 5.6% 뛰었다. 헬스케어 업종도 모더나가 17.6% 급락했지만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급락의 방아쇠는 메타의 실적이었다. 메타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냈지만 AI 투자 탓에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현금이 순유출됐다.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고 의결권 없는 주식을 2대1 분할 방식으로 발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주가는 7% 떨어졌다. 

 

반도체 장비 업체 램리서치도 실망스러운 실적을 냈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연산 능력을 빌려주는 신생 클라우드 업체(네오클라우드)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6% 넘게 빠지며 6월 22일 사상 최고치 대비 26% 넘게 내려앉았다.


카슨그룹에 따르면 AI 주식과 그 밖의 주식 간 성적은 하반기 들어 뒤집혔다. 6월 22일 AI 주식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비AI 주식을 49%포인트 앞섰지만 이 격차는 4.8%포인트로 줄었다. 하반기만 보면 22일까지 비AI 주식이 28%포인트 넘게 더 올랐다.


카슨그룹은 지수가 AI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기술 업종 하나가 S&P500의 38%를 차지하고 공식 분류상 다른 업종에 속하는 알파벳 메타 아마존 테슬라를 더하면 AI 관련 비중은 51%를 넘는다. 

 

상반기 S&P500이 10.2% 오르는 동안 AI 종목 묶음은 지수 내 평균 비중이 37%에 그쳤지만 상승분의 75%인 7.6%포인트를 책임졌다. 하반기에는 지수의 39%를 차지하는 AI 종목들이 수익률을 1.7%포인트 깎아 먹었고 비AI 종목이 4.2%포인트를 끌어올렸다. 그 결과 S&P500의 하반기 상승률은 2.5%에 머물렀다.


카슨그룹은 이 같은 순환매가 1990년대 말 기술주 거품이 끝날 때 나타났던 현상이라고 짚었다. 2000년 4월부터 12월까지 기술주와 상승세가 강한 종목을 좇는 모멘텀 전략은 무너졌고 다른 업종과 주가 변동이 작은 종목들이 올랐다. 

 

카슨그룹은 이 흐름이 이어지면 AI 열풍과 함께 4년째 이어진 강세장 전체가 끝나는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술주 매도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설비투자 확대와 이익 증가를 근거로 AI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함께 내놨다.


비슷한 경고는 다른 곳에서도 나왔다. 조너선 크린스키 BTIG 기술적 분석 전략가는 올해 거래일의 30% 이상에서 S&P500이 대다수 구성 종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고 이는 1996년 이후 어느 해보다 높은 비율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AI와 비AI 종목 사이에서 오가던 순환매가 깨지면 모든 종목이 함께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모든 종목을 같은 비중으로 담는 인베스코 S&P500 동일가중 ETF(RSP)는 10월 들어 22일까지 4.9% 올라 0.2% 상승에 그친 대표 ETF SPY를 2009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앞섰다. 

 

세바스티안 레들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전략가는 시장이 AI 인프라 구축에 돈을 대려 하지 않는 징후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 프라임브로커리지 자료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8일부터 14일까지 5거래일 연속 AI 주식을 순매도해 2년 치 순매수분을 일주일 만에 되돌렸다.


23일 기술주는 진정세를 보였지만 매도세는 다른 업종으로 번졌다. S&P500은 0.52% 내린 7623.68, 다우지수는 652.82포인트(1.23%) 떨어진 5만2215.16에 마감했다. 

 

이날은 필수소비재와 금융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20.24로 올랐다. 이번 주에는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의 실적 발표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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