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 앤트로픽이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핵심 주관사 진용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챗봇 '클로드(Claude)'를 만든 회사로 기업가치가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거론되는 이번 상장은 성사될 경우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된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네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앤트로픽이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에 IPO의 최고위 역할을 맡기는 방향으로 협상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상장에서 '리드 레프트(lead left)'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리드 레프트란 상장을 주도하는 여러 주관 증권사 가운데 대표 격에 해당하는 은행을 가리키는 말이다.
상장 서류인 투자설명서 첫 장 왼쪽 맨 위에 이름이 오르는 데서 유래한 표현으로, 공모 전략을 총괄하고 어떤 투자자에게 주식을 얼마나 배정할지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그만큼 수수료 배분에서도 다른 은행들보다 압도적으로 큰 몫을 챙긴다.
모건스탠리는 이미 앤트로픽의 잠재 투자자들을 상대로 공모가를 얼마로 정할지 사전 논의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리드 레프트 선정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며 막판에 바뀔 여지도 남아 있다.
골드만삭스는 상장 직후 주가를 안정시키는 '스태빌라이제이션 에이전트(stabilization agent)'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새로 상장된 주식이 거래 초기에 크게 출렁일 때 은행이 직접 주식을 사고팔며 가격 변동을 완충하는 역할이다. 상장 첫날부터 며칠간의 거래를 관리해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를 막는 것이 핵심이다.
JP모건과 씨티그룹, 바클레이스도 이번 IPO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이들 은행은 앤트로픽에 대출 등 자금을 공급한 대가로 상장 주관 그룹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공개 상장 신청을 앞두고 필요할 때 수시로 자금을 끌어 쓸 수 있는 신용 한도를 15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는 작업을 마무리 단계에 두고 있다.
이 신용 한도 협상 역시 모건스탠리가 주도하고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그룹이 참여했다. 통상 기업은 상장 주관사 역할을 공식 통보하기 전에 이런 대출 한도부터 확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앤트로픽은 이르면 다음 주 IPO 투자설명서를 일반에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 회사는 6월 1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서류 초안을 비공개로 제출한 바 있다. 비공개 제출은 서류가 대중에 공개되기 전 규제 당국의 검토를 먼저 받는 방식으로, 검토가 끝난 뒤 시장 상황을 봐가며 공개 전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투자설명서가 공개되면 앤트로픽은 9월 말께 여러 도시를 돌며 기관투자자를 만나는 로드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로드쇼는 상장을 앞둔 기업이 대형 투자자들을 직접 찾아가 회사를 설명하고 투자 수요를 확인하는 절차다.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앤트로픽 주식은 9월 말이나 10월 초 뉴욕 증시에서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시장 상황이나 규제 검토 일정에 따라 상장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상장에서 앤트로픽의 기업가치가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투자 유치 당시 965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불과 몇 달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뛰는 셈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지난 6월 1조7800억 달러 가치로 증시에 입성한 스페이스X를 넘어 역대 최대 상장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높은 몸값의 근거는 가파른 매출 성장세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주주들에게 7월 기준 연환산 매출이 65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연환산 매출은 최근의 실적 흐름이 1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했을 때의 매출 규모를 말한다.
이는 5월의 470억 달러에서 38% 늘어난 수치다. 앤트로픽 투자자들은 올해 말까지 연환산 매출이 1000억~1200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2조 달러라는 기업가치는 현재 실적만으로는 정당화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은행들은 2년 뒤인 2028년 예상 매출에 배수를 적용해 몸값을 산정하고 있다. 앤트로픽 경영진은 아직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특정 기업가치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2조 달러는 회사가 아닌 시장의 기대치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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