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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4000달러 붕괴…유가 급등·증시 마진콜·러시아 매도 '삼중 압박'

  • 고건 기자
  • 입력 2026.10.2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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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중동발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를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진 탓이다. 은값은 1년 가까이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근월물인 10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날보다 1.3% 내린 온스당 3991.10달러에 마감했다. 근월물은 여러 선물 계약 가운데 만기가 가장 가까운 상품을 뜻한다. 

 

이는 지난 7월 16일 이후 가장 낮은 종가다. 거래가 가장 활발한 12월물도 1.3% 하락한 4007.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현물 금은 장중 3975달러까지 밀리며 7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4000달러 선을 내줬다. 

 

10월 인도분 은 선물은 1.9% 내린 온스당 53.711달러로 2025년 11월 26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팔라듐도 2025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 주 금값은 4% 은값은 5.7% 떨어졌다. 금은 2주 연속 하락하며 지난 6월 이후 약 5개월 만에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금값은 올해 1월 온스당 5600달러대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은값 역시 1월 29일 121.62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절반 이하로 내려왔다.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유가다. 이날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선물은 3.14% 오른 배럴당 116.72달러에 마감했다. 4월 29일 이후 약 6개월 만의 최고치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3.8% 오른 103.27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이번 주에만 6% 올라 3주 연속 상승했다. 

 

이란과 연계된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시설을 잇따라 공격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21일에는 사우디 동부 샤이바 유전이 드론 공격을 받아 2명이 숨졌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22일 다란 본사 직원들에게 대피와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유 유출 사고까지 보고됐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3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 중동에서 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진다. 금은 이자가 붙지 않는 자산이어서 금리가 높을수록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유가 상승으로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높은 수준에 오래 머물 수 있고 이는 금 보유 매력을 낮춘다고 분석했다. 삭소은행도 금속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효과를 꼽았다.


금리 전망도 금값을 짓눌렀다. 연준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운용하고 있다. 시장은 27~2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FOMC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다. 

 

다만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78%에 이른다. 페드워치는 금리선물 가격을 바탕으로 시장이 예상하는 금리 결정 확률을 계산해 보여주는 도구다. 투자자들은 다음 주 발표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도 주목하고 있다. PCE는 연준이 물가 판단에 가장 중시하는 지표다.


증시 급락도 금 매도를 부추겼다. 아메리칸골드익스체인지는 기술주 폭락으로 주식 투자자들이 마진콜을 받으면서 금과 은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진콜은 빚을 내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떨어졌을 때 증권사가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채우지 못하면 보유 자산이 강제로 처분된다.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은 물가 상승 환경에 주식과 채권 손실을 메우려는 매도까지 겹쳐 단기적으로 금에 불리한 조합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글로벌X ETF는 시장 급락기에 나타나는 유동성 확보성 매도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금 매도도 악재로 꼽힌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금 약 6.2t을 팔아 10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줄였다. 지난해 12월 이후 매도한 물량은 약 62t으로 199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금 보유량은 7280만 트로이온스로 2019년 말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트로이온스는 귀금속 거래에 쓰는 단위로 1트로이온스는 약 31.1g이다. 러시아는 올해 재정적자가 당초 목표의 두 배인 7조3000억루블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국부펀드 자산을 꺼내 쓰고 있다. 

 

스파르탄캐피털은 투자자들의 현금 확보와 러시아의 금 매도를 최근 금값 급락의 두 가지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도 추가 하락 위험은 남아 있지만 현재 가격대에서 선별적 매수를 고려할 만하다는 의견을 냈다.


시장은 4000달러 선의 회복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캐피털닷컴은 4000달러가 핵심 지지선이라며 이 선이 확실히 무너지면 시장이 금리 인하 기대를 접고 고착화된 물가와 높은 국채금리 강달러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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