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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협상하고 휴전했는데...여전히 진전 없는 중동,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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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미국과 이란은 넉 달을 끌어온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 문서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 17일 베르사유 궁전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같은 날 테헤란에서 이 각서에 서명했다. 

 

6월 28일에는 양측이 서로에 대한 공격을 멈추기로 합의하면서 한동안 협상이 진행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통항량도 회복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그러나 7월로 들어서면서 이 종전은 사실상 무너졌다. 7월 6~7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세 척이 공격받자 미국이 대규모 보복 타격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은 7월 7일 휴전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후 미국은 이란 표적 80여 곳을 타격하고 이란산 석유 판매 제재를 다시 부과했으며 이란은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미군 기지를 공격해 응수했다. 


7월 8~9일에도 양측은 90여 개 표적을 오가며 공방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협상을 시간 낭비라고 표현하며 해상 봉쇄 재개까지 언급했고 동시에 카타르·파키스탄·튀르키예 등이 다음 협상 일정을 잡기 위한 중재에 나섰다.


전쟁 전 하루 약 110척이 오가던 호루무즈 해협의 통항량은 이번 주 공방으로 다시 급감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종료를 언급한 직후 국제 유가는 6% 뛰었다. 

 

이 전쟁은 항공편 중단과 해운 항로 변경을 낳으며 글로벌 교역 전반을 흔들고 있다. 그렇다면 서명까지 마친 종전이 왜 이토록 쉽게 무너지고 협상은 왜 계속 제자리를 맴도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들을 따라가 본다.


우선 종전의 유의미한 길이 열렸었던 것은 맞다. 종전 협상의 타임라인을 보면 의외로 오래 전부터 종전을 위한 노력은 있었다. 파키스탄의 중재로 4월 8일 2주간의 임시 휴전이 성립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1일 이 휴전을 무기한 연장했다. 이후 더 포괄적인 합의를 위한 협상이 이어져 6월 12일 새로운 휴전 조건에 합의했고, 6월 14일 종전 각서가 발표됐다. 

 

이 문서는 최종 평화협정이 아니라 60일간의 휴전 기간을 두고 그 안에 미해결 쟁점을 마저 논의하기로 한 초기 틀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상업 선박에 다시 열고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해제를 논의하면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 문제를 다루기로 한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왜 미국과 이란은 다시 양측을 공격한 것인가.


종전을 재점화시킨 직접적인 방아쇠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문제였다. 미국은 2026년 2월 이전처럼 이 해협이 통행료 없이 자유롭게 열려야 한다는 입장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반면 이란은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자국이 정한 항로와 통행료를 강요하려 했다. 이란 측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 이전 조건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선박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란과 함께 이 해협을 관리해온 오만도 통행료에 반대했고 미국은 통행료를 협정에 포함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대립이 실제 충돌로 번진 것이 7월 6~7일이었다. 이란이 통행료 체제를 관철하기 위해 선박을 위협하고 공격하면서 상선 세 척이 피해를 입었고 미국은 곧바로 대규모 타격으로 대응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방공 체계, 지휘통제망, 해안 레이더, 대함 미사일 능력과 함께 해협 안팎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형 보트 60여 척을 포함해 80개 이상의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같은 시점에 미 재무부는 이란의 석유 판매를 허용했던 유예 조치를 취소했다.


이란은 이를 각서 위반으로 규정했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이 이란의 석유 판매 권리를 취소하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내 헤즈볼라 공격을 막지 못함으로써 합의를 무효화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미군 기지를 공격했고 미국은 다음 날 밤 90여 개 표적을 다시 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휴전이 끝났다고 선언하고 이란 지도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동시에 전면전으로의 복귀는 예상하지 않으며 추가 작전이 있어도 빠르게 끝날 것이라고 언급해, 재확전과 자제 사이의 이중적 신호를 보냈다.


협상 테이블 위의 쟁점들이 풀리기 어려운 근본적 이유가 있나.


가장 근본적인 뇌관은 우라늄 농축 문제다. 우라늄 농축이란 천연 우라늄에서 핵연료나 핵무기에 쓸 수 있는 특정 성분의 비율을 높이는 과정을 말한다. 이 비율이 3.67% 수준이면 원자력 발전용, 90%에 이르면 핵무기용으로 분류된다. 

 

미국의 핵심 목표는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 추구하지 않겠다고 확약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이란이 농축을 아예 하지 않는 이른바 '제로 농축'을 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반면 이란은 에너지 생산을 위해 필요하다며 자국 내에서 우라늄을 농축할 권리를 고수했다.


양측의 요구는 원천적으로 양립하기 어렵다. 미국 협상팀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대 핵시설을 파괴하고 남은 농축 우라늄 전량을 미국에 넘길 것, 그리고 합의에 시한을 두지 않고 영구히 지속할 것을 요구했다. 이란은 이를 거부했다. 

 

농축 중단 기간을 놓고도 미국은 20년, 이란은 5년을 주장하며 맞섰고 이 차이 때문에 4월 이슬라마바드 회담이 결렬됐다. 이란은 현재 60%까지 농축한 우라늄 약 440kg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무기급인 90%에는 못 미치지만 그 단계에 이르면 90%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크게 짧아지는 지점이다.


다만 이란이 처음부터 완전히 비타협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전쟁 발발 이틀 전인 2월 26일 제네바에서 열린 비공식 협상에서 이란은 이미 자국의 농축 우라늄 재고를 60%에서 3.67%로 희석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우라늄을 다시 발전용 수준으로 낮추는 이 '다운블렌딩'은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이다.


또한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군사작전 중단과 동결 자산 해제를 협상 불가의 조건으로 걸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파키스탄이 중재하는 이 협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미국이 이란과 무엇을 합의하더라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공격을 이어가면 이란은 이를 합의 위반으로 간주하는 구조다. 

 

동결 자산 문제에서도 양측 해석이 엇갈렸다. 이란은 동결된 자금 120억 달러 해제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그 돈이 풀리더라도 이란이 오직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만 쓸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렇다면 이란은 무슨 계산으로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인가.


이란의 행태를 설명하는 지배적인 해석은 '전략적 시간 끌기'다. 이 시각은 주로 미국과 이스라엘 쪽 분석에서 나온다. 이란이 전쟁으로 군사력과 경제, 지도부, 대리 세력망까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여전히 손에 쥔 카드가 하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란은 최소 핵무기 10기 분량에 해당하는 농축 우라늄을 통제하고 있다. 이 재고를 넘기거나 폐기하는 순간 협상 지렛대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란은 이 카드를 최대한 늦게, 최대한 비싼 값에 내려놓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란은 호르무즈 등 다른 사안을 먼저 다루고 핵 문제는 맨 마지막으로 미루자고 제안하며 협상 순서를 조정하려 했다.


호르무즈 해협 자체도 이란에게는 실시간 지렛대가 된다. 미국은 전면전 복귀를 꺼리는데 이란이 기뢰를 더 부설하거나 드론·미사일 공격을 강화하면 미 군함까지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런 주저함은 이란의 해협 통제가 갖는 억지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이란이 미국의 국내 정치 일정을 읽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부담을 안은 대통령이 대결 의지가 약해지는 시기로 협상을 끌고 가려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자기편이라는 인식은 이란의 전통적인 협상 철학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지연이 계산된 전략이 아니라 내부 혼란의 결과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한 연구자는 2월 28일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에 애초에 일관된 협상 틀 자체가 사라졌을 수 있다고 본다. 

 

생전의 하메네이가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지킬지 지침을 내려줬는데 그가 사라지면서 그 나침반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밖에서 보면 교활한 시간 끌기처럼 보이는 것이 안에서는 누가 결정권자인지조차 불분명한 마비 상태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은 또 다르다. 이란은 자국이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각서를 위반하고 최대치 요구로 협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정말 이란에 딜을 성사시키고 이행할 주체가 있긴 한가.


이 대목이 협상 교착의 가장 깊은 뿌리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이란에는 합의에 서명하고 그것을 이행할 단일 주체가 사실상 없다. 세 개의 층위가 겹쳐 있다.


첫째, 최고지도자가 부재하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후계자로 지목됐지만, 그는 아버지를 죽인 2월 28일 공습에서 부상을 입은 뒤로 생사조차 공개적으로 확인된 적이 없다. 

 

한 이란 관리는 모즈타바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얼마나 다쳤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전했다. 헌법상 핵과 외교의 최종 결정권을 쥔 인물이 물리적으로 부재하거나 접촉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여러 고위 성직자들이 임시지도위원회 복귀를 요구하기도 했다.


둘째, 각서에 서명한 정부는 실권이 없다. 6월 각서에 서명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선출직이지만 이란 권력구조에서 사실상 무력화됐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가 아니며 외교·국방·핵 정책을 독자적으로 정할 수 없다. 그 권한은 모두 최고지도자에게 있다.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페제시키안은 IRGC에 의해 장관 임명권까지 막히며 정치적 교착에 빠졌다. 미국이 대화하는 상대인 페제시키안, 아바스 아락치 외무장관, 갈리바프 국회의장 모두 IRGC의 승인 없이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처지다. 

 

미국이 이란의 온건파와 합의할 수 있다는 믿음은 강경파가 이미 권력구조를 장악한 현실을 놓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셋째, 실제 권력은 IRGC로 넘어갔는데, 이들은 협상을 원치 않는다. IRGC는 이란의 정예 군사조직으로 전쟁을 거치며 위상이 크게 강화됐다. 과거에는 최고지도자가 모든 기관 위에 절대권력을 쥐었지만, 하메네이 사망 이후에는 권력이 여러 안보기구에 분산된 집단 지도 체제로 바뀌었고 그 중심에 IRGC가 있다. 

 

아흐마드 바히디 등 IRGC 강경 지휘부는 필요시 군사작전 재개 준비가 됐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수십 년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한 헤즈볼라 등 대리 세력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본다. 이는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 세 층위를 겹치면 협상 진전이 지지부진한 근본 원인이 드러난다.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 앉은 사람들은 딜에 서명할 수는 있어도 이행할 실권이 없고 실권을 쥔 사람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 하지 않으며 둘 사이를 조율할 최고지도자는 부재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은 사석에서 합의하고 공개적으로 딴소리를 한다고 불평하는 것도 이 구조의 증상일 수 있다. 협상팀이 사석에서 무언가를 시사해도 돌아가 강경파에게 막히면 공식 입장이 뒤집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압박으로만 가능한 협상이 아니라고도 해석할 수 있겠다.


맞다. 만약 이란의 지연이 순수한 전략이라면, 미국이 더 강한 군사·경제 압박을 가하면 이란은 결국 협상에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란의 지연이 결정 마비의 결과라면 아무리 압박해도 굴복할 단일 의사결정권자 자체가 없어 나올 딜이 없다. 오히려 압박은 협상이 소용없고 저항만이 답이라는 강경파의 서사를 강화해 협상파를 더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란 정치사의 선례는 마비 가설에 무게를 싣는다. 아버지 알리 하메네이조차 1989년 계승 당시 확고한 후계자로 자리 잡는 데 수년이 걸렸다. 

 

그런데 모즈타바는 최고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최고 수준의 종교적 자격을 갖추지 못했고 출판된 학술 저작도 없으며 IRGC가 반대 의견을 누르고 속전속결로 밀어붙인 계승이라서 정통성 기반이 취약하다. 이런 지도자가 부재까지 하니 그의 이름으로 통치하는 집단 지도부가 결정을 내려도 이를 강제할 권위가 부족하다. 

 

이 교착이 풀리려면 외부 압박이 아니라 이란 내부의 권력 정리가 먼저 일어나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란 정부는 대통령 사임설도, IRGC 장악설도 공식 부인했다. 대통령실은 페제시키안과 IRGC가 공동 회의에서 결정을 내린다며 분열설을 가짜뉴스로 일축했다. 

 

실제 내부 사정은 밖에서 확증하기 어려우며 완전한 마비와 정상 작동 사이 어딘가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서로 다른 소스에 기댄 여러 독립 싱크탱크들도 현재 이란의 정치적 상태가 정상은 아니라는 부분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여전히 재확전과 재협상 사이에 서 있다. 미국 당국자는 이란의 각서 위반에도 해결책 모색에 여전히 전념하며 실무 협상은 계속된다고 밝혔고 걸프 국가들은 다음 핵협상 일정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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