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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의 마침표가 한없이 늘어지는 이유, 이스라엘과 레바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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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 넘게 이어진 미국-이란 전쟁은 끝을 향해 가는 듯 보였다. 사흘 전인 6월 1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60일간 전투를 멈추고 영구적인 평화안을 협상한다는 양해각서에 서명했고 이 합의로 이란과 걸프 지역의 교전이 멈췄다. 

 

전쟁 기간 이란이 틀어막았던 호르무즈 해협, 곧 전 세계 석유와 가스가 빠져나가는 좁은 바닷길도 다시 열려 유조선이 오가기 시작했다. 남은 것은 두 나라가 마주 앉아 전쟁의 발단이었던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를 매듭짓는 일뿐이었다.

 

그 마지막 매듭을 엉뚱한 곳에서 붙들고 있는 것이 이스라엘과 레바논이다. 6월 19일 남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과 무장정파 헤즈볼라 사이에 격렬한 교전이 다시 터졌다. 

 

이스라엘 군인 4명이 숨지자 이스라엘은 대규모 보복에 나섰고 하루 만에 레바논에서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작 미국-이란 합의문에 서명조차 하지 않은 두 세력의 충돌이었지만 이란은 레바논에서 싸움이 멈추지 않으면 협상도 없다며 스위스에서 열리기로 했던 핵 회담장에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결정적인 종전 회담은 시작도 못 하고 무산됐다. 결국 미국-이란 전쟁을 끝내는 마지막 단계가 이스라엘-레바논이라는 별개의 전선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한쪽에서는 휴전 합의가 호르무즈를 다시 열며 진전을 보이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국경의 충돌이 그 합의 전체를 무너뜨릴 위기로 번지고 있다. 이 두 전선이 왜 한 몸처럼 얽혀 있는지 그리고 서명까지 마친 합의가 어쩌다 이토록 위태로워졌는지를 따라가 본다.


6월 19일,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나.

 

발단은 남부 레바논의 한 마을이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나바티예 인근에서 자국 군인 4명이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중에는 중령 한 명도 포함됐고 폭발물을 실은 드론 공격으로 5명이 추가로 다쳤다. 

 

이스라엘은 이를 헤즈볼라의 노골적인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고 곧바로 나바티예 일대의 헤즈볼라 기반 시설을 향해 대규모 보복 타격에 나섰다. 타격은 동부 레바논의 베카 계곡까지 확대됐다. 이날 하루 레바논 보건부 집계로 최소 21명이 숨졌고, 이스라엘군 4명이 전사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책임을 이스라엘 쪽으로 돌렸다. 자신들이 이스라엘 전차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맞지만 이는 이스라엘군이 먼저 휴전을 어겼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병력이 나바티예를 내려다보는 전략적 고지인 알리 알타헤르 언덕 북쪽으로 진입을 시도한 것이 공격의 빌미가 됐다고 밝혔다. 양측이 서로를 향해 "네가 먼저 깼다"고 맞서는 상황이었다.

 

같은 날 이란은 레바논에서 전투가 멈추지 않으면 협상도 없다며 스위스로 향하기로 예정돼 있던 자국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미국 측 협상 대표인 JD 밴스 부통령도 일정을 연기했다. 백악관은 처음에는 단순한 일정상의 문제라고 둘러댔지만 실제로는 레바논 사태 때문이었다. 

 

이란이 협상장에 나타나지 않자 그동안 중재를 맡아온 파키스탄은 충격에 빠졌다고 전해졌다. 다만 이날 늦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다시 휴전을 갱신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카타르와 미국, 이란의 중재로 전해지면서 가까스로 한숨을 돌렸다.

 

이 전쟁은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에 들어간 것은 2월 28일이다. 명분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었다. 이란은 자국의 핵 개발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핵무기 여러 개를 만들 수 있을 만큼 고농축 우라늄을 쌓아둔 상태였고, 이를 어떻게 제한할 것이냐가 전쟁의 핵심 쟁점이었다.

 

전쟁이 시작되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로 꺼내 들었다. 이 바닷길을 오가는 유조선을 위협하고 실제 공격까지 가하면서 석유와 가스의 흐름이 거의 끊겼고 세계는 에너지 위기를 맞았다. 

 

미국은 한때 이란의 항구를 봉쇄하고 해협 통행을 강제로 뚫으려는 작전까지 벌였다. 그사이 4월 8일 파키스탄의 중재로 일단 휴전이 선언됐지만 이 휴전은 깨졌다 붙기를 반복하며 위태롭게 이어졌다.

 

긴 줄다리기 끝에 6월 17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원격으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양해각서란 정식 합의에 앞서 큰 틀의 약속을 문서로 확인하는 단계로 이번 문서는 60일간 전투를 멈추고 그사이 영구적인 평화안을 협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트럼프는 레바논과 헤즈볼라를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완전한 휴전이 지켜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로 그 "모든 전선"의 한 축인 레바논이 이틀 만에 약속을 깨뜨린 셈이다.

 

왜 레바논이 합의 전체의 뇌관인가.

 

여기서 짚어야 할 핵심은 레바논 전선이 이번 합의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라는 점이다. 이상한 구조다. 정작 레바논에서 싸우는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미국-이란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합의는 두 세력의 전투를 멈추는 것을 전제로 한다. 서명 당사자가 아닌 세력의 총질 한 번에 전체 판이 무너질 수 있는 셈이다.

 

쟁점은 크게 둘이다. 하나는 이스라엘군이 점령 중인 남부 레바논 땅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그곳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합의가 성립한다는 입장이지만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의 안보가 요구하는 한" 남부 레바논의 이른바 안보 구역에 병력을 남겨두겠다고 맞섰다. 

 

헤즈볼라가 국경 코앞까지 다시 올라오지 못하도록 물리적 완충지대를 점령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다. 4월 이후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의 협상은 줄곧 헤즈볼라의 무기를 거둬들이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이란이 철군을 요구하고 이스라엘이 안보 구역을 고집하는 두 주장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지점이 바로 남부 레바논이다. 이 부분이 가장 취약한 고리였다. 

 

4월 8일 이란과의 휴전이 발표되고 헤즈볼라가 공격을 멈추겠다는 신호를 보낸 직후 이스라엘은 오히려 레바논을 향해 자신들이 가장 강력했다고 표현한 공격을 퍼부어 최소 357명을 숨지게 했다. 이후로도 두 세력의 휴전은 몇 주 동안 거의 매일 깨질 만큼 허약했다.

 

미국이 공격한 건 이란인데 이스라엘은 왜 레바논에 집착하나.

 

언뜻 보면 의아한 대목이다. 이란을 직접 때린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인데 정작 이스라엘은 멀리 떨어진 이란 본토보다 코앞의 레바논에 더 매달린다. 답은 헤즈볼라의 정체에 있다. 

 

헤즈볼라는 1980년대 초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맞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직접 길러낸 시아파 무장정파이며 이란이 돈과 무기, 훈련까지 모두 대주는 사실상의 대리 세력이다.

 

지리를 보면 이스라엘의 셈법이 드러난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다. 두 나라 사이에는 이라크와 시리아가 가로놓여 있어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때리려면 1,0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로 미사일을 쏴야 한다. 반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국경 바로 위 남부 레바논에 막대한 양의 로켓과 미사일을 깔아두고 있다. 

 

이란 입장에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머리맡에 들이댄 무기인 셈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아무리 두들겨도 이 무기를 제거하지 못하면 북부 지역은 영원히 사정권에 갇힌다. 

 

이란이 핵 협상까지 걸고 "레바논에서 싸움을 멈추라"며 버틴 것도 이 때문이다. 헤즈볼라를 잃으면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한 가장 강력한 보복 수단을 잃는다.

 

여기에 안보 심리가 더해진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을 당한 뒤 이스라엘의 안보 원칙은 국경 너머에 자국을 기습할 수 있는 무장세력의 존재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 쪽으로 굳어졌다. 

 

하마스가 남쪽의 위협이었다면 헤즈볼라는 그보다 훨씬 강력한 북쪽의 위협이다. 이스라엘 북부 주민 수만 명이 헤즈볼라의 로켓 사정권 안에 있어 한동안 집을 비우고 대피했던 경험도 있다. 네타냐후가 안보 구역 점령을 고집하는 배경에는 이 트라우마가 깔려 있다.

 

그렇다면 각 나라의 속내는 어떻게 엇갈리나.

 

이 사태의 또 다른 축은 동맹이라던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벌어진 균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까운 동맹인 네타냐후를 향해 점점 날을 세우고 있다. 미국이 전쟁을 봉합하려는 결정적 순간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작전이 협상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밴스 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레바논에서의 이스라엘 군사작전이 협상을 방해해 왔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미국-이란 합의를 두고 트럼프를 공격하는 이스라엘 정부 인사들까지 싸잡아 지적했다. 동맹국 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상대를 겨냥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네타냐후의 강경함에는 국내 정치도 얽혀 있다. 그는 미국이 이란과 타협하는 그림에 분노한 이스라엘 내부 여론과 강경 우파의 압박에 동시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에게 트럼프가 이란과 손을 잡는 장면은 이란을 끝장낼 기회를 미국이 걷어찬 배신으로 읽힌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가 레바논에서 물러서지 않는 것은 이란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국내용 신호이기도 하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 이란은 핵 협상이라는 큰 판을 걸고서도 레바논 동맹을 지키기 위해 전쟁 재발 위험까지 감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 사안을 두고 각자의 셈법이 제각각 어긋나 있는 형국이다.

 

결국 지금 상황의 본질은 이렇다. 미국과 이란은 60일 휴전에 서명까지 마쳤지만 정작 이 전쟁의 출발점이었던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핵심 협상은 아직 시작조차 못 했다. 

 

과거 비슷한 협상이 1년 반 넘게 걸렸던 전례를 떠올리면 60일이라는 시한은 빠듯하다. 그 빠듯한 시계가 도는 와중에 레바논이라는 불씨 하나만 다시 살아나도 합의 전체가 풀려버릴 수 있는 구조다.

 

합의문은 이란이 최종 핵 협상에 이를 경우 국제 제재의 단계적 해제와 3000억 달러 규모의 전후 재건 기금이라는 막대한 보상을 약속하고 있다. 그 큰 그림이 현실이 될지, 아니면 남부 레바논의 언덕 하나를 둘러싼 충돌에 다시 무너질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썸네일 사진 출처: The organization for world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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