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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할 수는 있지만 끝낼 수는 없다…미국과 이란, 핵을 둘러싼 딜레마

  • 고건 기자
  • 입력 2026.02.0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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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가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지금, 새로운 글로벌 지정학 위기가 중동에서 조용히 싹트고 있다. 약 8개월 전으로 거슬러올라가면, 2025년 6월 22일 미국은 이란의 핵 관련 시설을 공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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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이 공습은 미국과 이란이 간접적으로 이어가던 핵 협상을 중단시키며 양국 관계를 크게 악화시켰다. 당시 미국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확대하고 핵시설을 지하 깊숙이 이전하고 있다는 증거를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결국 미국이 군사 행동을 선택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 수위는 단기간에 급격히 높아졌다.


다만 공습 이후 이란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스라엘을 공격하든, 미국을 공격하든 둘 다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란은 파괴된 핵시설들을 더 깊은 지하로 옮기고 유엔 산하 핵 감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현장 사찰을 제한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각국의 핵시설을 직접 방문해 핵무기 개발 여부를 확인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이란의 조치로 핵 활동에 대한 외부 검증은 사실상 중단됐다. 

 

2025년 6월 공습 이후 이란이 핵시설을 원래 위치보다 더 깊은 지하로 옮겨 복구하고 있다는 정보가 2025년 말부터 미국 정보당국에 축적됐고 미국은 2026년 1월 들어 그 작업 속도가 임계 구간에 들어갔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하화는 공습으로 파괴된 시설을 다시 쓰겠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다음 공습에 대비해 타격 난도를 높이겠다는 확실한 신호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핵시설 복구를 끝내면 군사 옵션의 실효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래서 협상이든 추가 타격이든 선택지를 유지하려면 먼저 행동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미국은 이란이 핵시설 복구와 추가 지하화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정보를 동맹국들과 공유했고 군사적 대응 태세를 강화했다. 현재는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 폭격기 등 미군 전력이 중동 지역에 순차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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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JINSA)

 

이란 역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란은 미국 항공모함 전단에 대한 직접적 위협은 삼가면서도 중동 각국에 주둔한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이 자국 미사일과 드론의 사정권에 들어가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중동 지역 국가들은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며 비공식 중재에 나서고 있으나 효과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미군의 병력은 어디에 얼마나 전개되어 있나.

 

미국은 항공모함 타격단을 포함한 해군 전력, 지상·공중 전력을 동시에 배치해 놓고 있다.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과 이를 호위하는 구축함들이 이미 중동 해역에 진입했으며 해당 전단은 정밀타격기, 전자전기, 조기경보기 등 복합 전력을 갖추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이 항모와 여러 구축함을 중앙사령부(CENTCOM) 책임 구역으로 보내 전력 배치를 확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여기에 추가로 전투기와 요격미사일 체계 같은 공군 및 방공 자산도 동원했다. 위성영상과 군사 분석에 따르면 아라비아해, 페르시아만 인근 및 동부 지중해 일대에 미군 항공기들이 전개돼 있으며 다수의 전투기와 무인 정찰기가 지역 기지에 배치됐다. 

 

해군 측면에서는 최소 10척 이상의 미군 군함과 호위함이 작전 중인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나왔다. 전쟁을 시작할 준비는 이제 대부분 완료된 셈이다.

 

동시에 미국과 이란의 협상도 진행 중이다. 협상은 얼마나 진행되었나.

 

지금 협상은 실질적인 진전 수준이나 결과를 만들어낸 ‘합의’ 단계는 아니다. 2026년 2월 6일 미국과 이란 대표단은 오만 무스카트에서 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 대화를 8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재개하는 회담을 열었다. 

 

이 회담에는 이란 외무장관과 미국 특사단이 참석했으며 논의는 약 8시간 동안 진행됐다. 양측 모두 협상의 재개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란 측은 이를 좋은 출발이라고 표현했고 미국 측도 후속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구체적 성과나 합의는 발표되지 않았다. 양측은 논의 내용을 자국 수도로 돌아가 추가 협의할 것이라고 밝히며 조만간 또 다른 협상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 활동 수준이다. 미국은 농축을 크게 줄이거나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란은 이를 주권 문제로 보고 거부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미국이 논의 의제에 미사일 프로그램이나 지역 내 지원 활동 같은 추가 이슈를 포함하려 했지만 이란 측은 현재 논의 범위를 핵 문제로만 제한할 것을 고수해 왔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그랬듯 이란에서도 군사 작전으로 단기간 내에 최고사령부를 무력화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상정했던 방식의 단기 군사 작전을 이란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유는 군사 구조와 지형, 지휘 체계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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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리서치게이트 

ICTs and Social Movements under Authoritarian Regimes: An Actor-Network Perspective)

 

베네수엘라는 정치 권력이 대통령과 소수 핵심 인물에 집중돼 있고 군 내부 결속도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이란은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되 정규군과 혁명수비대가 이원화된 구조를 갖고 있으며 지휘 체계가 분산돼 있다. 최고사령부를 타격하더라도 즉각적인 지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


군사적으로 보면 미국은 공중 우세와 정밀 타격 능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진다. 스텔스 폭격기와 순항미사일을 활용해 지휘통제시설 통신망 레이더 기지를 단기간에 무력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실제로 이란 핵시설 공습에서도 이런 능력은 이미 입증됐다. 문제는 이란의 핵심 지휘부와 전략 자산이 대부분 산악 지형과 도시 지역 깊숙이 분산 배치돼 있다는 점이다. 지하화된 벙커와 이동식 지휘소는 단일 타격으로 제거하기 어렵다.

 

베네수엘라 대통령궁은 땅 위에 있다면 이란의 핵시설은 땅 밑에 있다. 이것이 가장 큰 차이이고, 이란 혁명수비대는 중앙 명령이 끊겨도 지역 단위로 독자 작전을 수행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미군이 선호하는 참수 작전, 즉 최고지도부 제거를 통한 체제 마비 전략의 효과를 제한한다. 

 

최고사령부 일부가 타격을 받아도 미사일 부대, 드론 부대, 해상 전력은 각자 계획된 대응을 실행할 수 있다. 이들이 미국에 큰 타격을 입히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일부 사상자를 강요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을 겨냥한 보복 능력이 즉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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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Wilson Center)

 

또 하나의 변수는 지리적 범위다. 베네수엘라에서 미군은 단일 국가의 단일 수도에서만 빠르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지만 이란은 중동 전역과 연결돼 있다.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지에 연계된 무장 세력이 존재하며 이는 미국이 단기간 작전으로 상황을 봉합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최고사령부 무력화가 곧바로 전쟁 종료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지역 확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은 전면 침공이나 체제 전복보다는 제한적 공습과 압박에 한정되어 있다. 미군의 능력이 모자라다는 뜻이 아니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듯이 이란 또한 몇 개월 내의 군사 작전으로 쉽게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다만 모든 전쟁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렇게 전쟁을 하는 방식의 손익분기점이다. 이란이라는 한 나라를 완전히 전복시켜도 그 과정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군인이나 시민이 몇백 명이라도 죽거나 다친다면 미국은 훨씬 더 큰 정치적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란처럼 넓은 나라에서 전 국토에 흩어져 있는 핵시설, 지휘통제망, 미사일 발사 능력을 단계적으로 약화시키는 방식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전술적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만 전략적으로는 실패하거나 또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와 달리 이란과는 군사 행동과 협상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동시에 유지하는 이유도 이 제약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이란 갈등,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나.

 

미국은 2025년 6월에 했던 것처럼 제한적으로 이란의 핵 능력을 연기시키거나 훼손하는 정밀 타격은 충분히 여러 번 되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전면전으로 이란의 모든 군사적 능력을 제거하지 않으면 결국 이란은 더 깊은 지하로 숨어들고 원하는 바를 마침내 달성할 것이다. 반대로 진짜 전면전을 개시하기에는 미국이 손해볼 것과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 방어, 해상 교통로 보호, 이스라엘 방어, 에너지 가격 급등,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정치적 비용이 언제나 문제가 된다.

 

이 전제라면 앞으로의 가능한 흐름은 상당히 좁혀진다. 미국은 이란을 완전히 꺾을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린 상태이며 이란도 미국을 직접 전쟁으로 끌어들이면 체제 자체가 위험해진다는 점을 안다. 

 

그래서 향후 국면은 결정적 승부를 피하면서 상대의 속도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목표는 이란의 핵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 시점을 계속 뒤로 미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란 내부에서 최근의 민주화 시위처럼 봉기가 일어나거나 정권이 자체적으로 동력을 잃어 핵개발이 무력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몇 년을 벌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구조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중동에 전개한 군사 자산으로 군사 압박을 상시화한 상태에서 협상을 병행하는 장기 관리 국면이다. 이란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선을 넘으려 하면 철저히 통제된 수준의 타격으로 경고를 주는 동시에 외교 채널을 열어두는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 입장에서도 핵 능력을 완성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완성 직전까지는 협상 카드가 되지만 완성 이후에는 선제 공격 명분을 스스로 제공하게 된다. 그래서 이란 역시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


결국 양측 모두 시간을 무기로 쓰는 싸움에 들어간 상태다. 미국은 이란의 목표 달성을 늦추는 데 집중하고 이란은 완성 직전의 긴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려 할 것이다. 

 

이 구도에서는 단기간에 결론이 나지 않는다.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태가 굳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전면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 미국과 이란 모두 선택지가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동시에 상대의 선택지도 많지 않음을 서로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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