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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비트코인, 채굴 회사들이 AI로 갈아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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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채굴 회사의 운명도 격변하고 있는데, 일부는 함께 무너지고 일부는 전혀 다른 사업으로 갈아타며 살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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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구글 주식)

 

그 갈아타는 종착지는 매우 뜬금없게도 AI가 되었다. 비트코인을 캐던 회사들이 AI 기업에 데이터센터를 빌려주는 임대업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약 6만 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하면 약 4만 8000달러나 낮은 수준이다. 6월 초에는 6만 2000달러 지지선이 무너지면서 빌린 돈으로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포지션이 무더기로 강제 청산됐고 미국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일주일 사이 27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돈이 비트코인에서 AI와 반도체 쪽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하락을 키웠다.

 

그런데 정작 비트코인을 캐서 먹고살던 회사들에 월스트리트는 매수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Citizens는 비트코인 채굴 회사 네 곳을 한꺼번에 분석 대상으로 새로 올리며 모두에 긍정적 전망을 부여했다. 

 

이 회사들이 비트코인을 캐던 전력 설비를 거대 기술 기업에 빌려주는 쪽으로 사업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채굴주가 어느 순간 AI 테마주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이다.

 

비전공자에게는 이 그림이 낯설다. 비트코인 회사와 AI가 무슨 상관이며 신용도 낮던 채굴 회사들이 어떻게 세계 최대 기술 기업과 수십억 달러짜리 계약을 맺는다는 것인가. 사실 이 변화는 전 세계가 전력을 두고 벌이는 경쟁의 한 단면이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섯 가지 질문으로 풀어본다.

 

왜 하필 비트코인 채굴 회사가 AI와 연결되었나.

 

AI 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사실 전기다. 챗봇 하나를 학습시키고 답을 만들어내는 데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먹는 컴퓨터 수만 대가 필요하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들조차 데이터센터를 돌릴 전기를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문제는 전력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새 발전 설비나 변전소 하나를 짓고 전력망에 연결하려면 5년에서 7년을 기다려야 한다. 부지를 사고 인허가를 받고 송전선을 끌어오는 과정이 그만큼 오래 걸린다. 돈이 있어도 시간을 살 수는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비트코인 채굴 회사들이 등장한다. 비트코인을 캔다는 것은 복잡한 계산 문제를 풀기 위해 전기를 대량으로 먹는 컴퓨터를 쉬지 않고 돌리는 일이다. 

 

그래서 채굴 회사들은 사업을 벌이던 시절에 이미 수 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을 확보해 두고 있었다. 1기가와트는 대도시 하나가 쓰는 전력에 맞먹는 규모다. 

 

AI와 무관한 기업들 가운데 이 정도의 전기를 이미 손에 쥐고 있던 거의 유일한 집단이 채굴 회사였다. 전기가 가장 귀해진 시점에 전기를 가장 많이 가진 쪽이 채굴 회사였던 셈이다.

 

비트코인 채굴장과 AI 데이터센터는 무엇이 다른가.

 

다른 사업 같지만 건물 안을 들여다보면 거의 같다. 비트코인 채굴장은 전기를 끌어오는 설비, 컴퓨터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는 냉각 시스템, 그리고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들어찬 고성능 컴퓨터로 이뤄진 건물이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똑같이 전기를 엄청나게 먹는 컴퓨터를 잔뜩 돌리고, 그 열을 식히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다.

 

차이가 있다면 안에 들어가는 컴퓨터의 종류와 정교함 정도다. AI 데이터센터는 그래픽처리장치(GPU)라 불리는, AI 계산에 특화된 값비싼 칩을 쓰고 더 촘촘한 냉각과 빠른 데이터 연결을 요구한다. 그러나 건물을 떠받치는 뼈대, 즉 전력과 냉각과 부지라는 가장 비싸고 오래 걸리는 부분은 사실상 같다.

 

그래서 채굴 회사가 AI로 전환한다는 것은 이미 지어둔 건물의 알맹이를 바꿔 끼우는 작업에 가깝다. 다만 이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다. 

 

CleanSpark 경영진은 채굴 시설을 AI 데이터센터로 끌어올리면 1메가와트(MW)당 건설비가 약 50만 달러에서 1000만~1200만 달러로 스무 배 넘게 뛰고 인력도 10메가와트당 한 명이면 되던 것이 여덟 명 수준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전력이라는 가장 큰 관문을 이미 통과해 둔 것은 분명한 강점이지만, 그 위에 AI용 설비를 얹는 데는 막대한 추가 투자가 든다.

 

비트코인을 캐는 것보다 전력을 빌려주는 게 정말 돈이 되나.

 

된다. 그것도 훨씬 안정적으로 된다. 비트코인 채굴은 코인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수익이 함께 출렁인다. 어제는 흑자였다가 오늘은 적자가 되는 사업이다. 반면 전력 설비를 AI 기업에 빌려주면 매달 정해진 임대료가 따박따박 들어온다.

 

이 임대 계약은 보통 10년에서 15년짜리 장기로 맺어진다. 신용도 높은 AI 기업이 세입자가 되니 임대료가 밀릴 걱정도 적다. 임대로 남기는 이익의 비율이 25%를 넘는 경우도 있다. 변동성 큰 코인을 캐는 대신 예측 가능한 현금이 장기간 들어오는 구조로 갈아타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채굴 회사가 깔아둔 전력 설비의 가치 자체가 폭등했다. 앞서 말했듯 AI 기업이 새로 전력을 확보하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채굴 회사는 비트코인을 캐던 시절에 그 전기를 이미 잡아뒀다. 

 

기다림 없이 당장 쓸 수 있는 전력은 그 자체로 값이 비싸졌다. 같은 부지와 같은 전력선이 비트코인을 캘 때보다 AI에 빌려줄 때 훨씬 큰 돈을 벌어다 주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신용 낮던 채굴 회사가 어떻게 거대 계약을 딸 수 있었을까.


이 변신에는 한 가지 큰 걸림돌이 있었다. 채굴 회사들은 대체로 신용등급이 낮았다. 사업이 코인 가격에 휘둘리는 데다 빚도 적지 않아, 돈을 빌리거나 대형 계약을 따낼 때 불리한 처지였다. AI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수십억 달러가 필요한데 이 돈을 좋은 조건에 끌어올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이 문제를 푼 것이 '하이퍼스케일러 백스톱'이라는 구조다. 하이퍼스케일러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처럼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대형 기술 기업을 가리키고 백스톱은 뒤에서 받쳐주는 보증을 뜻한다. 

 

채굴 회사가 비교적 작은 AI 업체와 임대 계약을 맺으면,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이 그 임대료 지급을 대신 보증해 주는 방식이다. 세입자가 돈을 못 내면 구글이 대신 낸다고 약속하는 셈이다. 그러면 채굴 회사는 구글의 튼튼한 신용을 빌려온 것과 같아져, 그 계약서를 담보로 훨씬 싼 이자에 건설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 구조가 실제로 작동한 결정적 사례가 Hut 8과 앤트로픽의 계약이다. 앤트로픽은 챗봇 '클로드'를 만든 미국의 대표적 AI 기업이다. 2025년 12월 Hut 8은 앤트로픽, AI 클라우드 회사 Fluidstack과 손잡고 루이지애나주 River Bend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다. 

 

Hut 8이 부지와 전력 설비를 대고 Fluidstack이 시설을 운영하며 앤트로픽이 그 컴퓨팅 능력을 쓰는 최종 사용자가 되는 구조다.

 

계약 규모가 컸다. Hut 8과 Fluidstack이 맺은 15년 임대 계약은 기본 계약 기준 70억 달러였고, 갱신 옵션을 모두 행사하면 총 가치가 약 177억 달러까지 올라간다. 핵심은 구글이 이 15년 임대의 백스톱을 맡았다는 점이다. 

 

Hut 8 경영진은 구글의 보증이 없었다면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은행에서 좋은 조건의 자금을 끌어오는 일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신용이 다리를 놓아준 덕분에 신용 낮은 채굴 회사가 수십억 달러짜리 사업을 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Hut 8 측은 이 계약을 "첫 번째 도미노"라 표현하며 앞으로 같은 모델을 반복해 회사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업계 전반에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던데.

 

앞서 언급한 Citizens가 긍정적 전망을 부여한 네 곳, 즉 MARA Holdings, Bitdeer, CleanSpark, Keel Infrastructure가 대표 사례다. 이들은 모두 출발점이 비트코인 채굴 회사였다.

 

각자의 진척 상황은 다르다. MARA는 2026년 2월 1250억 달러 이상을 굴리는 대형 투자사 Starwood와 손잡고 기존 채굴 부지를 AI 데이터센터로 바꾸는 계획을 세웠다. 가까운 시일에 약 1기가와트 규모를 만들고 장기적으로 2.5기가와트 이상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MARA는 직접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금 조달과 고객 영업을 파트너에게 맡기는 방식을 택했고, 비호스팅 전력 용량의 약 90%를 AI용 전환 대상으로 검토하며 연말까지 세입자 계약을 한 건 이상 맺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CleanSpark는 실제 빅테크의 이름이 거론되는 단계까지 갔다. 6월 초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CleanSpark의 조지아주 Sandersville 데이터센터, 약 250메가와트 규모의 시설에 공간을 임차하는 방안을 두고 협상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아직 서명된 계약은 아니지만 네 회사 가운데 구체적 대형 고객 이름이 나온 것은 이 사례다.

 

이름을 바꾼 회사도 있다. Keel Infrastructure는 원래 캐나다 기반 채굴 회사 Bitfarms였는데,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고 사명에 아예 '인프라'를 넣어 채굴 회사라는 정체성을 지웠다.

 

이외에도 Hut 8, TeraWulf, Riot Platforms, Core Scientific, IREN, Cipher Mining 등 이름난 채굴 회사들이 줄줄이 AI 인프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운용사 VanEck는 채굴 업계 전체가 약 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부족에 직면해 있고 AI 전환의 성패가 승자와 패자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 회사들이 비트코인을 캐는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센터를 빌려주는 부동산형 기업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지금 단계는 '변신이 가능하다, 그리고 실제로 변신하고 있다는 증거가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정도다. 대부분의 계약은 아직 건설 초기이거나 협상 단계이며, 첫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가동되는 시점은 2027년으로 잡혀 있다. 

 

전환에는 메가와트당 스무 배가 넘는 추가 비용이 들고 단 하루의 공사 지연이 1년치 계약 수익을 날릴 만큼 대형 고객의 요구 조건은 까다롭다. 변신을 선언한 모든 회사가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들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비트코인 가격이 바닥을 기는 동안 채굴기는 캐면 캘수록 적자를 쌓는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 언제 오를지도 모르는 코인을 붙잡고 버티느니 이미 손에 쥔 전력을 AI에 빌려주는 쪽이 살길이라는 계산이 업계 전반의 공통된 컨센서스다.

 

전력이 가장 귀한 자원이 된 시대에 전기를 미리 확보해 둔 비트코인 채굴 회사들이 AI 시대의 뜻밖의 집주인으로 올라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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