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6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62만 개가 이용자 계정에 잘못 반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벤트 보상 지급 과정에서 원화 기준 금액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비트코인 수량이 입력되면서 일부 계정에 대량의 BTC가 지급된 것이다.

(사진 출처: 빗썸 거래소)
당시 시세로 환산하면 수십조 원 규모에 해당하는 숫자다. 거래소는 사고를 수십 분 만에 인지했고 관련 계정의 거래와 출금을 제한한 뒤 회수에 나섰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엄청난 논쟁이 벌어졌다. “거래소가 마음대로 코인을 만들어낸 것 아니냐”는 주장과 “탈중앙화라면서 결국 회사 장부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는 코인 자체가 실체 없는 숫자라고 단정했고 일부는 빗썸의 내부 통제 문제로 초점을 돌렸다.
그러나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먼저 한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이용자 화면에 표시되는 비트코인 잔고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되는 실제 비트코인이 같은 것인지 여부다.
빗썸이 62만 개를 ‘지급’했다는 표현은 블록체인에서 새로운 비트코인이 생성됐다는 뜻인지, 아니면 거래소 내부 전산 시스템에서 수량이 잘못 기록됐다는 의미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거래소는 무엇을 보관하고 무엇을 기록하는지, 이용자는 무엇을 소유하고 있다고 믿는지, 블록체인은 어디까지 관여하는지부터 차근히 짚을 필요가 있다. 빗썸의 시스템 안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본 기사를 통해 하나하나 살펴보자.
그래서 진짜로 62만 개의 비트코인이 새로 생긴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62만 개의 비트코인이 새로 생긴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은 전 세계에 분산된 컴퓨터들이 동일한 장부를 공유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만 생성된다. 발행 방식은 정해져 있고 채굴 보상으로만 늘어난다. 총 발행 한도도 2천100만 개로 고정돼 있다. 특정 거래소가 임의로 수량을 추가하는 구조가 아니다.
이번 사고에서 벌어진 일을 정확히 설명하면 블록체인에서 비트코인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빗썸 내부 시스템의 잔고 데이터가 잘못 입력된 것이다.
이용자들이 앱이나 웹 화면에서 보는 ‘보유 수량’은 블록체인 원장 자체가 아니라 거래소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숫자다. 이 숫자는 거래소가 이용자를 대신해 코인을 보관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 표시된다.
예를 들어 A 이용자가 1 BTC를 보유하고 있다면 블록체인에는 빗썸이 관리하는 지갑 주소에 일정 수량의 비트코인이 모여 있고 내부 장부에는 “A의 지분은 이 중에서 1 BTC”라는 기록이 남는다. 빗썸은 이 기록을 기반으로 입출금 등 거래를 해 준다.
이용자가 출금을 요청할 때 비로소 거래소 지갑에서 외부 지갑으로 실제 블록체인 전송이 이뤄진다. 이번 사고는 이 내부 장부의 숫자가 잘못 반영된 사례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62만 개의 새로운 비트코인이 추가된 적은 없다. 외부 지갑 주소로 62만 BTC가 한 번에 이동한 기록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두고 “비트코인이 마음대로 찍혀 나왔다”고 보는 해석은 사실과 다르다. 블록체인은 기존 규칙대로 작동했고 오류는 전적으로 중앙화 거래소의 전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그런 "장부상 비트코인" 을 실제로 "매도" 할 수 있었는가.
중앙화 거래소에서의 매매는 블록체인 위에서 즉시 이뤄지지 않는다. 이용자가 매도 버튼을 누르면 블록체인 상에서 비트코인이 바로 움직이지 않고 거래소 내부 주문 장부에서 먼저 매도 주문이 체결되고 내부 계정 간 숫자가 바뀐다.
매도자는 비트코인 잔고가 줄고 원화 잔고가 늘어난다. 매수자는 원화 잔고가 줄고 비트코인 잔고가 늘어난다.
이 과정은 모두 거래소 내부 데이터베이스에서 먼저 처리된다. 이번 사고에서도 일부 계정에 잘못 찍힌 BTC 잔고가 실제 주문 가능 수량으로 인식됐다. 그 결과 해당 이용자는 내부 주문 장부에 매도 주문을 낼 수 있었고 이를 다른 이용자가 매수하면 거래가 성립됐다.
겉으로 보면 “없는 코인을 판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래소 내부 시스템이 해당 수량을 유효한 잔고로 판단했기 때문에 매도가 가능했던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 매매가 블록체인 전송을 동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거래소 안에서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동안에는 외부 지갑으로 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것은 거래소가 관리하는 하나의 큰 지갑 풀 안에서 장부상 권리만 바뀐다.
문제는 이후다. 만약 잘못 반영된 잔고를 가진 이용자가 이를 매도해 원화로 바꾸고 출금까지 시도했다면 거래소는 실제 자산으로 이를 정산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거래소는 손실을 떠안을 위험에 놓인다. 그래서 사고 인지 직후 계정 거래와 출금을 제한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장부상 비트코인’은 출금 신청을 하기 전까지는 장부 안에서만 거래되는 일종의 약속에 불과하다. 거래는 내부에서 먼저 이루어지고 블록체인은 출금이 일어날 때 비로소 관여한다.
그렇다면 한국 비트코인 시세는 왜 폭락했을까? 실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한국 비트코인 시세가 급락한 이유는 거래소 안에서 주문이 한쪽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중앙화 거래소의 가격은 블록체인이 정해주지 않는다. 가격은 해당 거래소 주문 장부에서 매수와 매도가 만나면서 결정된다.
매도 물량이 갑자기 쏟아지면 매수 대기 물량을 순서대로 소진하면서 가격이 아래로 내려간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시장가 매도에 의한 호가 붕괴’다.
이번 사고에서는 일부 계정에 대량의 BTC가 잔고로 인식됐다. 그 수량이 실제 보유 자산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시스템은 이를 매도 가능한 물량으로 받아들였다. 만약 그 계정들이 시장가로 던졌다면 주문 장부에는 순간적으로 비정상적인 매도 압력이 형성된다. 매수 대기 물량이 얇은 구간에서는 가격이 계단식으로 떨어진다.
그 결과 한국 거래소 내 BTC 원화 가격이 급락했다. 중앙화 거래소의 가격은 실제로 체결된 거래 가격이다. 누군가는 그 가격에 비트코인을 매수했고 누군가는 비트코인을 매도한 것이 맞다. 다만 이 가격 형성은 해당 거래소 내부 수급에 의해 움직인 것이다.

(사진 출처: 야후파이낸스)
글로벌 비트코인 가격은 여러 해외 거래소 가격이 동시에 반영되며 차익거래자들이 가격 차이를 좁힌다. 한국 거래소 가격이 과도하게 내려가면 외부 시세보다 싸진다.
이 경우 차익거래 세력이 원화로 매수한 뒤 외부 시장으로 옮겨 매도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사고 직후 출금이 제한됐다면 이런 가격 조정 메커니즘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 시간 동안은 국내 시장이 일시적으로 분리된 채 움직일 수 있다. 실제로 해당 기간 동안 BTC/USD 가격은 큰 변화가 없었다.
결국 빗썸은 탈중앙화 거래소가 아니라 중앙화 거래소라는 뜻인가.
맞다. 빗썸은 탈중앙화 거래소가 아니다. 빗썸은 전형적인 중앙화 거래소다. 이용자의 코인을 대신 보관하고 주문을 자체 서버에서 처리하며 내부 장부로 잔고를 관리한다. 로그인 계정이 있고 회사가 출금을 막을 수 있으며 시스템 오류가 나면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 구조 자체가 중앙화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에는 진정한 탈중앙화 거래소가 없는가. 존재는 한다. 다만 우리가 흔히 쓰는 원화 마켓 대형 거래소와는 완전히 다른 구조다. 대표적으로 Bisq나 Hodl Hodl 같은 플랫폼이 있다.
이들은 이용자의 비트코인을 대신 보관하지 않는다. 거래는 다중서명 지갑이나 에스크로 구조를 활용해 당사자 간 직접 이뤄진다. 중앙 서버에 모든 코인이 모여 있지 않다.
다만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완전한 탈중앙화 거래소는 거래 속도가 느리고 사용이 복잡하다. 원화처럼 기존 은행 시스템과 연결된 법정화폐를 다루기 어렵고 대규모 유동성을 형성하기도 쉽지 않다. 사실상 현실 세계의 화폐와의 연계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이용자는 편의성과 속도를 이유로 중앙화 거래소를 선택한다.
엄밀히 말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는 탈중앙화 시스템 위에 있다. 누구도 발행량을 바꿀 수 없고 임의로 거래를 취소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위에서 운영되는 거래소는 탈중앙화일 수도 있고 중앙화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절대 다수 이용자가 접하는 거래소는 중앙화 모델이다.
이런 방법으로 특정한 의도를 가진 주체가 시세 조작을 할 수도 있을까?
불가능하진 않다. 중앙화 거래소에서 가격은 블록체인이 아니라 내부 주문 장부가 결정한다. 즉, 화면에 찍힌 잔고가 실제 온체인 자산이 아니더라도 시스템이 그것을 ‘매도 가능 수량’으로 인정하는 순간 그 물량은 가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
○ 전산상으로 특정 계정에 과도한 매도 가능 수량을 부여한다.
○ 시장가 매도로 가격을 급락시킨다.
○ 레버리지 포지션을 강제청산시키거나 파생상품 시장에서 수익을 낸다.
이론상 구조는 이렇게 된다. 특히 1% 정도의 변동성에도 청산이 가능한 높은 레버리지의 선물·마진 거래가 붙어 있다면 가격 급변은 청산 연쇄를 일으키기 때문에 파급력이 크다.
이러한 방식대로 가격을 잠깐만 떨어뜨려도 자동 청산이 터지면서 추가 하락이 발생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선물·마진 거래가 크게 활발하지는 않다. 이 과정은 모두 거래소 내부 매칭 엔진에서 일어나고 블록체인이나 해외 거래소의 BTC/USD 시세는 여전히 조용하게 유지된다.
현실에서는 몇 가지 제약이 있다.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움은 내부 통제와 로그 기록이다. 중앙화 거래소는 모든 계정 변동 이력을 남긴다. 고의로 잔고를 조작했다면 흔적이 남을 것이다.
또한 대형 거래소는 외부 시세와 괴리가 벌어지면 저렴한 곳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해 비싼 곳에서 매도하는 프로그램과 차익거래 세력이 바로 들어온다. 출금이 열려 있다면 가격을 인위적으로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사례처럼 “출금을 즉시 막고 회수에 들어간 상황”이라면 의도적인 시세 조작보다는 내부 통제 실패에 가깝다. 다만 중요한 건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중앙화 거래소는 네트워크 위에 얹힌 또 하나의 금융기관이고 이용자는 코인을 보유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거래소의 장부상 채권을 보유하는 것이다. 이 장부가 가격을 만들고, 이 장부가 오류를 내면 가격도 흔들린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거래소는 중앙화 기업”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와 중개 플랫폼은 구조가 다르다. 많은 이용자가 이 둘을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거래소는 사실상 하나의 증권사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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