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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AI 일자리 공포에 정면 반박…"직업의 목적과 과업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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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이 9일(현지시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GSB) 산하에 새로 설립된 스탠퍼드 리더십 인스티튜트 주최 대담 행사에 참석해 AI와 일자리, 미국의 AI 경쟁력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자리에는 캘리포니아주 연방 하원의원 로 카나(민주당)도 함께했다. 


본 기자는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기업의 CEO와 실리콘밸리를 지역구로 둔 정치인이 같은 무대에서 같은 질문에 다른 답을 내놓는 장면을 직접 지켜봤다. 그 결과 산업과 정치가 AI를 읽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 확인할 수 있었다.

 

황 CEO는 AI를 챗봇이나 소프트웨어 모델 하나로 보는 시각을 반박하며 에너지-칩-인프라-모델-애플리케이션으로 구성된 5개 레이어, 즉 '5단 케이크(five-layer cake)'의 산업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프레임은 그가 3월 공식 블로그에 직접 게재한 글과 GTC 2026 기조연설에서도 강조한 내용이다. 가장 아래에 전력(에너지)이 있고 그 위에 반도체 칩, 데이터센터 같은 물리적 인프라, AI 모델, 마지막으로 실제 서비스와 제품이 구현되는 애플리케이션 레이어가 쌓인다. 

 

애플리케이션 하나가 잘 팔릴수록 그 아래 모든 레이어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황 CEO는 올해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이 구조를 설명하며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인프라 건설이라고 밝혔다. 그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전기 기사, 배관공, 용접공 같은 기술직 일자리가 수백만 개 생겨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 카나 의원은 미국의 AI 경쟁력을 다른 각도에서 봤다. 그는 전 세계 최고 인재를 끌어들이는 힘과 MIT, 스탠퍼드 같은 세계 수준의 연구 대학들이 미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으며 이 기반을 지키려면 교육 투자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 문제에서는 미국이 AI 분야 글로벌 표준을 선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CEO는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타 산업과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규제 자체가 본질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행사를 진행한 허버트 맥마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AI를 규제하는 것은 라이트 형제에게 비행기를 완성하기 전에 정비 매뉴얼부터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날 대담에서 가장 주목받은 주제는 AI가 정말로 일자리를 빼앗고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황 CEO는 아니라고 답하며 영상의학(방사선과)을 근거로 들었다.

 

2016년 AI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 전 구글 부사장은 지금 당장 영상의학과 의사가 되려는 공부를 그만두라고 할 만큼 당시 이 직종은 AI에 가장 먼저 대체될 직업으로 꼽혔다. 2020년경 AI 컴퓨터 비전 기술이 실제로 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했고 지금은 사실상 모든 영상의학 플랫폼에 AI가 탑재돼 있다. 

 

그런데 결과는 예측과 반대였다. 미국방사선의학회(ACR)가 올해 2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영상의학과 의사 수는 2023년에서 2055년 사이 최대 4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황 CEO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영상의학과 의사의 목적은 병을 진단하는 것이지 이미지를 분석하는 행위 자체가 아니다. 이미지 분석은 진단이라는 목적을 위한 하나의 과업(task)일 뿐이다. AI가 그 과업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자 의사들은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었고, 병원 수익이 늘었고, 더 많은 의사를 채용했다. 

 

직업의 목적(purpose)과 그 직업 안에서 수행하는 과업(task)은 다르다는 것이다. 과업이 자동화된다고 직업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는 AI의 도움으로 한 사람이 과거 한 달에 100개 처리하던 과업을 1000개, 1만 개까지 할 수 있게 되면서, 예전엔 시도조차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 쏟아지고 인간은 결국 더 바빠진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일도 크게 보면 타이핑하고 말하는 것인데 이 두 가지는 이미 AI로 자동화됐지만 본인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AI 자체가 아니라 AI를 잘 쓰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는 황 CEO가 3월 렉스 프리드먼 팟캐스트에서 한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황 CEO는 지금은 AI로 모든 산업이 리셋되는 순간이라고 규정하며 스탠퍼드 재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특정 분야에서 수십 년 경력을 쌓은 사람과 지금 막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이 같은 출발선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실리콘밸리 내 분위기와 온도차가 있다. 현재 2026학번 취업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가혹한 수준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지원자 20만 명 가운데 2000명만 채용했다. 합격률 1%로 아이비리그 입시보다 좁은 문이다. 미국 대학취업담당자협회(NACE) 조사에서 채용 담당자의 절반 이상이 올해 취업 시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 기준 전체 일자리의 60%가 AI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경제포럼(WEF) 2025년 보고서는 2030년까지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1억7000만 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 순 증가는 7800만 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 CEO는 2025년이 역대 벤처 투자 규모가 가장 컸던 해 가운데 하나였으며 자금 대부분이 헬스케어, 로봇, 금융 서비스 등 각 산업에서 AI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에 흘러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투자가 결국 일자리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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