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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크리스마스 정전’…한계에 도달한 AI 도시의 전력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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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연수 특파원은 지금,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이 살아 숨쉬고 AI가 새벽마다 진화하는 바로 그 현장입니다. 미국 빅테크의 심장에서 일어나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주 1회 생생한 리포트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2025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새벽부터 강풍과 폭우가 몰아친 가운데 전력 설비 곳곳에서 이상이 발생했고 이 지역 전력을 담당하는 PG&E의 공급 구역에서 수만 가구에 전력이 차단되었다고 한다.

 

해당 지역을 관리하는 발전 기업인 PG&E는 이날 오전 8시 25분 산호세에 위치한 변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강풍으로 인한 장비 손상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 사고로 당일 정오 기준 약 7만 5천 명이 정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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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에서는 3만 5천 가구 이상이 한꺼번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복구 작업은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다행히 대부분의 경우는 하루 만에 복구되었다.

 

이번 정전은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산마테오, 몬터레이 등 베이 지역 전반으로 확산되었으며 신호등이 꺼지고 도로 곳곳에서 교통 혼란이 발생하는 일도 있었다.


이번 정전의 원인은 사실 노후된 전력망에 있다. 실리콘밸리는 메타, 구글, 애플, 엔비디아 등 세계 최대 빅테크 기업 본사가 밀집한 지역이다. 이들 기업은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와 연구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전력 수요가 폭증했음에도 지역 전력망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지에 거주하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일대 전력망은 1990년대 중후반에 구축된 설비가 여전히 중심을 이루고 있다. 

 

실리콘밸리 전력망은 깔릴 때부터 “지금처럼 많이 쓰는 동네”를 전제로 설계되지 않았다. 당시 전력망은 가정용 전기와 사무실 전기 중심으로 설계되었고 지금처럼 데이터센터가 24시간 서버 수만 대를 돌리는 구조는 상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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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는 산불 위험 지역이다. 몇 년에 한 번 꼴로 대규모 산불이 터진다. 그래서 송전선 하나를 바꾸는 데도 산림 규제와 소방 규제를 동시에 받는다. 여기에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PG&E 같은 민간 전력회사는 규제 산업에 속해서 마음대로 투자 결정을 할 수 없고 투자 비용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도 크다. 

 

또 전력망은 한 구간만 최신으로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발전소에서 변전소, 변전소에서 지역 배전망까지 전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만 업그레이드하면 병목이 다른 곳에서 터진다. 쉽게 말해 낡은 수도관에 펌프만 강하게 바꿔 달면 다른 구간이 먼저 터지는 구조다.


그래서 실리콘밸리 전력망 문제는 시간, 돈, 정치, 규제, 주민 반발이 한꺼번에 얽힌, 어떤 손댈 수 없는 기괴한 무엇인가가 되어버렸고 그 사이 전력 수요는 AI와 데이터센터 때문에 한계 용량을 계속 앞질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당시 기준으로 설계된 전력망 위에 최근 들어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 시설이 빠르게 추가되면서 부담이 누적되어 왔다고 보아야 한다.

 

일부 빅테크 기업 본사는 자체 발전 설비와 대형 비상 전원을 갖추고 있다. 정전이 발생해도 연구소와 데이터센터는 일정 시간 가동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설비는 기업 부지 내부에 한정된다. 실리콘밸리 전역에서 전력 공급이 끊기면 인근 주거 지역과 소규모 상점들은 그대로 피해를 입는다. 

 

실제로 이번 정전 당시 여러 주거 지역에서 난방과 조명이 꺼졌고 신호등이 작동을 멈추며 도로 통제가 이어졌다. 일부 교차로에서는 경찰이 직접 교통 정리에 나서야 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정전으로 인해 무인 택시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전력 공급이 끊기자 무인 택시 차량들은 안전 운행이 불가능해져 도로 곳곳에 정차했다.

 

구글 웨이모와 같은 무인 택시는 차량 자체의 전력뿐 아니라 도로 신호 체계와 통신 설비에 의존해 운행된다. 전기가 끊기면 차량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무인 이동 수단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규모 정전은 곧바로 교통과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문제는 이런 위험 요소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형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데 있다.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미국 내 다섯 곳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계획으로 총 투자 규모는 5천억 달러에 달한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수만 대가 상시 가동되는 시설로 전력 소비량이 매우 크다. 하나의 대형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은 중소 도시 전체 소비량에 맞먹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실리콘밸리 일대 전력망은 이미 높은 부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추가적인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경우 기존 설비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력망은 발전 설비, 변전소, 송전선, 배전 설비가 모두 연결된 구조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 인근 지역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번 크리스마스이브 정전은 AI와 데이터센터 경쟁이 본격화된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발생한 첫 대형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첨단 기술 산업도 일상생활도 동시에 멈출 수 있다는 점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세계 기술 경쟁의 중심지로 남기 위해서는 서버와 칩 이전에 30년 넘게 노후된 시스템 위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전기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정보도문] 와이이코노미는 2025년 12월 28일자 기사 「실리콘밸리 ‘크리스마스 정전’…한계에 도달한 AI 도시의 전력망」에서 2025년 12월 24일 발생한 정전 피해 규모와 발생 위치를 부정확하게 보도하였습니다. 해당 정전은 산호세가 아닌 사라토가 인근 PG&E 변전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시작된 사고이며 당시 직접적인 정전 피해 규모는 약 2만1천 명 수준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약 7만5천 명 피해 수치는 동일 시기 폭풍으로 인한 베이 지역 전체 정전 규모가 혼합된 수치로, 단일 사고 피해 규모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에 관련 내용을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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