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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와 공실의 도시에서 AI 도시로…샌프란시스코의 조용한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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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연수 특파원은 지금,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이 살아 숨쉬고 AI가 새벽마다 진화하는 바로 그 현장입니다. 미국 빅테크의 심장에서 일어나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주 1회 생생한 리포트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도시의 분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달라졌다는 점이었다. 몇 년 전 뉴스에서는 샌프란시스코 도심이 텅 비어 있고 거리에는 노숙자와 마약 문제가 심각해 도시가 사실상 붕괴했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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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 도심을 돌아보면서 필자가 받은 인상은 조금 달랐다. 거리에는 다시 사람들이 보였고 새로 입주한 오피스 건물 주변에는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필자는 이 모습을 보며 샌프란시스코가 뉴스에서 말하던 것처럼 완전히 죽은 도시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통계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위치 데이터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는 기관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 방문 횟수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급감했던 도심 교통량도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상권을 지나는 유동 인구 역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미국 언론에서 “도시가 텅 비었다”고 표현될 정도로 침체됐던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다시 사람들의 움직임이 돌아오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몇 년 동안 샌프란시스코가 소위 슬럼화됐다는 평가를 받은 배경에는 팬데믹 이후의 근무 방식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 근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많은 기술 기업 직원들이 굳이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사무실로 출근할 필요가 없어졌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직원들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도록 근무 방식을 바꿨고 그 결과 도심 오피스의 필요성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동시에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샌프란시스코 주거 비용을 감당하면서 굳이 도시 안에 살 이유도 줄어들었다. 직원들이 도시를 떠나거나 교외 지역으로 이동하자 도심 상권은 빠르게 위축됐다.


원래도 샌프란시스코 경제 구조는 오피스 출근 인구에 크게 의존하는 도시였다. 실리콘밸리 기업 직원들이 매일 도심으로 출근하면서 주변 식당과 카페, 소매점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였다. 팬데믹 이후 이 출근 인구가 사라지면서 도심 경제도 함께 흔들렸다. 빈 사무실이 늘어나자 상가도 빠르게 비어 갔다.


여기에 더해 도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준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와 약물 문제였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진보적 정책이 강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정치적 분위기 때문에 홈리스 문제나 마약 문제에 대해 강한 단속 정책을 시행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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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도심 상권이 약해진 상황에서 거리에는 노숙자 텐트가 늘어났고 차량 절도나 상점 절도 같은 범죄도 증가했다. 실제로 길가에 주차된 자동차를 털거나 비어 있는 상가를 노리는 범죄가 늘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런 장면이 전국 뉴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샌프란시스코는 위험한 도시라는 이미지가 빠르게 퍼졌다. 관광객 방문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번에 직접 돌아본 샌프란시스코 도심은 몇 년 전 뉴스에서 보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필자는 다운타운과 소마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거리를 걸어 다녔는데 적어도 도심 전체가 텅 비어 있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다. 


거리에는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보였고 점심시간이 되면 식당 앞에 줄이 늘어선 장면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홈리스들을 몇 명 발견하긴 했지만 신변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필자가 체감한 도시 분위기는 과거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AI 기업들이 있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체결된 오피스 임대 계약 중 약 25%가 AI 기업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팬데믹 이후 새롭게 흡수된 오피스 공간의 80% 이상을 AI 기업들이 채웠다는 분석도 있다. 팬데믹으로 공실이 늘어났던 도심 오피스 시장이 AI 산업 성장과 함께 다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기업 앤트로픽이다. 

 

이 회사는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300 Howard Street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대형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팬데믹 이후 다운타운에서 체결된 오피스 계약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례다. 이 건물은 수십만 제곱피트 규모의 대형 오피스 타워로 앤트로픽이 입주하면서 다운타운 오피스 시장 회복을 상징하는 사건이 됐다.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AI 산업에서는 오히려 연구 인력들이 한 공간에서 전력을 다해서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잘 성장하고 있는 AI 기업들은 좋은 건물을 통째로 임대하거나 장기 계약을 체결해 직원들이 함께 일할 공간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오픈AI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오픈AI는 샌프란시스코 미션베이 지역에 대형 오피스를 두고 있으며 회사는 연구 인력 증가에 맞춰 추가 공간 확보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션베이 지역을 걸어 보면 AI 기업 직원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쉽게 느껴진다. 점심시간이 되면 카페와 식당에 줄이 길게 늘어서고 주변 상점들도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산업 구조 변화와 연결된 흐름으로 본다. 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연구 인력과 스타트업이 특정 지역에 밀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그 중심이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5년 미국에서 체결된 대형 오피스 임대 계약 중 상당수가 AI 기업과 관련된 것으로 집계됐다.


도시 정책 역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새로 당선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취임 이후 홈리스와 약물 문제 해결을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다. 

 

시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샌프란시스코에서 확인된 거리 노숙 텐트 수는 222개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공식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며 전년 대비 약 62% 감소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경찰 역시 같은 기간 주요 범죄와 약물 활동, 폭력 범죄가 모두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필자는 이번 취재를 통해 샌프란시스코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팬데믹 이후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도심 오피스 공실률은 여전히 과거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한때 “슬럼화된 도시”라는 오명을 얻었던 샌프란시스코가 AI 기업과 빅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는 느낌은 확실히 받을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 기술 산업의 변화가 도시 풍경을 다시 바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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