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연수 특파원은 지금,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이 살아 숨쉬고 AI가 새벽마다 진화하는 바로 그 현장입니다. 미국 빅테크의 심장에서 일어나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주 1회 생생한 리포트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약 50km 구간을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를 켜고 달려봤다. 차량은 중고 모델 Y였고 필자는 월 99달러를 내고 FSD를 구독한 상태였다. 출발 전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자 차량은 주차장에서 스스로 빠져나왔다.
차로에 합류하고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차선 변경과 속도 조절을 이어갔다. 도심에 진입한 뒤에는 신호와 교통 흐름에 맞춰 스스로 판단하며 목적지 인근까지 이동했다. 마지막에는 빈 주차 공간을 찾아 주차까지 마쳤다. 필자가 핸들을 잡고 적극적으로 개입한 순간은 제한적이었다.
다만 이 기능은 이름과 달리 완전 자율주행은 아니다. 테슬라는 현재 해당 기능을 ‘Full Self-Driving (Supervised)’로 표기하고 있으며 운전자가 항상 도로 상황을 감시하고 즉시 개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주행 중 휴대전화를 잠시 바라보자 계기판에 주의 메시지가 떴고 시선이 도로에서 벗어나면 경고음이 울렸다. 법적으로도 이 기능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분류된다.
미국 교통당국이 정한 자율주행 단계 기준으로는 레벨2에 해당한다. 차량이 조향과 가속·감속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지만 책임은 여전히 운전자에게 있다는 의미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하드웨어를 미래 가치로 내세운 시점은 2016년이다. 당시 회사는 8개의 카메라와 신경망 연산을 지원하는 컴퓨팅 장치를 장착한 차량을 판매하며 향후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20년 10월에는 제한된 이용자를 대상으로 도심 주행이 가능한 FSD 베타 버전을 배포했다.
이후 수차례 업데이트를 거치며 기능이 확장됐다. 2025년 말 공개된 분기 업데이트 자료에서는 최신 FSD 버전을 기반으로 엔드투엔드 신경망 구조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주행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현재 FSD는 미국을 포함해 캐나다, 중국,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호주, 뉴질랜드,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 제공된다. 국가별로 자율주행 관련 법규와 허용 범위가 달라 동일한 기능이 모든 지역에서 그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차량의 자율주행 기능에 대한 마케팅 표현이 소비자를 오인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제 당국이 시정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테슬라는 이에 따라 ‘완전 자율주행’이라는 표현에 ‘감독형’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가격 정책도 변화했다. 과거에는 약 8000달러를 한 번에 내고 기능을 구매하거나, 월 99달러를 내고 구독하는 두 가지 방식이 가능했다. 2026년 들어 회사는 일시불 구매 방식을 사실상 종료하고 구독 중심으로 전환했다. 소프트웨어 기능을 정기 과금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2025년 말 기준 테슬라의 FSD 활성 구독자는 약 110만 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점 누적 차량 인도 대수는 약 890만 대였다. 단순 계산하면 전체 차량 중 약 12%가 유료 FSD를 사용 중인 셈이다. 자동차를 판매한 뒤 소프트웨어 구독을 통해 추가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가 점차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주행에서 고속도로 구간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일정한 속도로 차간 거리를 유지했고 방향지시등을 켠 뒤 차선을 변경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도심으로 들어서자 상황은 달라졌다.
차량은 차선 변경 과정에서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반응했고 교차로 접근 시 속도를 급격히 줄이는 모습도 보였다.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쏟아졌을 때는 카메라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계기판에 ‘즉시 운전대를 잡으라’는 경고 문구가 표시됐다.
비가 강하게 내리자 주행이 불안정해졌고 필자가 직접 제어해야 했다. 테슬라는 카메라 기반 인식 시스템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고 있다. 악천후 상황에서 시야 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성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실감됐다.
테슬라는 자사 차량 안전 보고서를 통해 자율주행 보조 기능 사용 시 주행 거리당 사고율이 일반 운전보다 낮다고 설명한다. 반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여전히 이 부분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앞으로 기술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실제 도로 환경과의 간극이 어떻게 줄어들지 궁금해졌다. 또한 이번 체험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운전 피로도였다. 장거리 주행임에도 지속적으로 페달과 핸들을 조작할 필요가 없었다. 교통 체증 구간에서도 차량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스스로 거리를 유지했다.
매일 출퇴근으로 차량을 이용하는 운전자라면 월 99달러라는 비용을 감수할 유인이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1188달러 수준이다. 시간 절약과 피로 감소라는 비금전적 요소를 고려하면 체감 가치는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비이성적인 가격은 아니다.
이번에 FSD를 구독하면서 느낀 것은 테슬라가 이제 정말 자동차 회사보다 기술 회사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전에는 차를 사면 옵션을 얼마나 넣었는지, 가죽 시트가 어떤지, 승차감이 어떤지가 중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차를 산 뒤에도 매달 99달러를 내고 기능을 쓰는 구조가 됐다.
이런 기능을 사용하다 보면 차가 계속 업데이트되는 기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자동차가 일종의 지위 상징이었다. 누가 어떤 브랜드를 타는지, 얼마나 비싼 모델인지가 중요했다. 그런데 테슬라는 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외관이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보다는 그 안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기능을 더 앞에 세우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을 생각해보자. 재벌이든 직장인이든 결국 같은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사용한다. 스마트폰에서 중요한 것은 겉모양이 아니라 그 안에서 돌아가는 운영체제와 앱이다. 테슬라는 자동차도 그렇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 FSD를 써보면서 이 부분을 더 확실히 느꼈는데, 솔직히 차 안의 소재가 얼마나 고급스러운지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대신 차가 스스로 차선을 바꾸고 교통 상황을 판단하고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그 소프트웨어가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차를 타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거대한 이동형 컴퓨터 안에 앉아 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는 뜻이다.
동시에 테슬라가 차량 프레임을 통으로 찍어내는 방식으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하드웨어 구조를 단순화하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하드웨어에서 비용을 줄이고 대신 자율주행과 AI 같은 소프트웨어에 더 투자하려는 방향이다.
필자가 이번 FSD를 직접 경험해본 결과 약 2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차량을 소유하는 시대’가 점차 저물고, 그 자리를 기능을 구독하는 구조가 대신하고 있다는 흐름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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