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연수 특파원은 지금,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이 살아 숨쉬고 AI가 새벽마다 진화하는 바로 그 현장입니다. 미국 빅테크의 심장에서 일어나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주 1회 생생한 리포트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1월 13일 미국 스탠퍼드 로스쿨에서 메타 법무팀을 초청한 특강이 열렸다. 특강 제목은 ‘Lawyering in the Age of AI: Inside Meta’s Approach to AI, IP, and Litigation’로, 인공지능 시대에 기업 법무 조직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주제로 구성됐다.
연사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의 Director & Associate General Counsel인 Nikki Vo와 Allie Vieth가 참석했다.
특강은 메타가 생성형 AI 개발을 핵심 전략으로 삼는 상황에서 법무 조직이 기술 개발과 법적 위험 사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설명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연사들에 따르면 메타 법무팀의 주요 업무는 두 갈래다. 하나는 제품을 외부에 출시하기 전 각종 법률 이슈와 소송 위험을 사전에 검토하고 대비하는 업무로 실제 소송이 제기되기 이전 단계에서 제품 구조, 데이터 사용 방식, 외부 커뮤니케이션 문구 등을 점검하는 절차를 포함한다.
다른 하나는 메타 플랫폼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이용되는 사례에 대응하는 업무로, 해킹, 플랫폼을 활용한 지식재산권 침해, 불법 콘텐츠 유통 등 이용자 행위에 대한 대응이 포함된다.
특강에서는 메타가 현재 생성형 AI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AI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메타는 이와 관련한 연구 조직으로 ‘Meta Super Intelligence Lab’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형언어모델과 이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메타 법무팀 내부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주제로 AI 개발과 개인정보 활용 문제가 있다.
개인정보를 활용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려는 목적과 개인정보 침해를 방지해야 하는 법적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SNS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이용자의 온라인 활동을 분석해 AI가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추천이나 자동 생성 기능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개인정보 활용인지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저작권 문제 역시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특강에서는 메타가 최근 대응한 집단 소송 사례로 ‘Kadrey v. Meta’ 사건이 소개됐다.
이 사건은 미국 작가 13명이 메타가 이른바 ‘섀도 라이브러리’에서 책을 내려받아 메타의 대형언어모델 LLaMA 학습에 사용했다며 저작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이다. 쟁점은 저작물을 무단 복제해 AI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는 행위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공정이용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일정한 조건 아래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로 사용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성질, 사용된 분량,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된다.
법원은 LLaMA로 학습된 결과물이 기존 책과 유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전제로 학습을 위해 저작물을 복제한 행위가 곧바로 저작권 침해로 이어지는지 여부를 검토했다.
그리고 판결 과정에서 학습 목적의 복제가 책을 읽어 소비하는 행위와는 다른 성격의 활용이라는 점과 함께 원고 측이 메타의 학습 행위로 인해 기존 작가들의 시장 점유율이 감소했다는 점을 충분한 증거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메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만 법원은 AI 학습이면 항상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일반화를 하지는 않았으며, 특히 시장 효과를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연사들은 향후 유사한 소송에서 AI가 생성한 결과물이 기존 저작물과 유사한 형태로 대량 생산되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저작권법은 특정 저작물의 표현을 보호하는 대신 아이디어나 사실 자체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해 다른 창작 활동에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된 법 체계 하에 있다.
이러한 구조 아래에서 AI 학습 결과물이 기존 저작물과 유사하지 않은 경우 학습 과정에 저작물이 사용됐다는 이유만으로 침해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저작권 문제와 별도로 입법적 논의도 필요하다. 기존 저작물을 활용해 AI를 개발하고 상업적 이익을 얻는 기업과 저작물을 제공한 저작자 사이의 보상 문제는 법원의 침해 판단과는 별도로 충분히 입법을 통해 조정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는 소송을 통한 해결과는 다른 경로로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다.
특강에서는 마지막으로 최근 부각되고 있는 쟁점으로 제조물 책임 문제가 언급됐다. 제조물 책임은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가 발생했을 때 제조자나 유통 과정에 관여한 주체가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책임을 말한다.
현재는 생성형 AI 서비스 역시 제품으로 취급될 수 있는지, 그리고 AI의 출력 결과로 인해 이용자에게 실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가 활발하게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대화형 AI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이나 범죄와 연관된 사례들이 제기되면서 AI 제작자와 플랫폼 운영자의 법적 책임 범위를 둘러싼 소송과 논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생성형 AI 개발에서 법무적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 법과 제도가 구비되는 속도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당장 직면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책임법 등 특정 법률 영역 전반이 AI를 준비하는 최전선에 서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인 약 35억 명의 이용자를 상대하는 메타 법무팀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가장 먼저 이러한 쟁점들을 검토하고 대응하는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생성형 AI 도입 이후 처음 등장한 법률 문제들을 두고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상황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전체댓글 0
실시간뉴스
-
AI 환상 뒤에 숨겨진 리스크, 실리콘밸리는 지금 '번아웃 도시'
-
젠슨 황, AI 일자리 공포에 정면 반박…"직업의 목적과 과업은 다르다"
-
메타, 해고와 동시에 AI에 역대급 투자 "캘린더 알림이 무서워요"
-
“콘텐츠는 무죄, 설계가 유죄”…유튜브·인스타 중독, 첫 배심 평결
-
노숙자와 공실의 도시에서 AI 도시로…샌프란시스코의 조용한 반전
-
“이제 운전 안 해도 되나?” 팔로알토 → 샌프란시스코 FSD 실주행기
-
스탠퍼드서 메타 법무팀 초청 특강…생성형 AI 개발과 법적 경계 논의
-
라스베이거스 CES 2026과 피지컬 AI에 대한 단상
-
실리콘밸리 ‘크리스마스 정전’…한계에 도달한 AI 도시의 전력망
-
자율과 압박 사이, AI 전환기 메타 본사를 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