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GSI Technology가 인공지능(AI) 연산 방식을 완전히 새로 설계한 ‘APU(Associative Processing Unit)’ 기술을 내세우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25년 10월 20일 코넬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검증 결과에 따르면 GSI의 APU는 엔비디아 RTX A6000 그래픽카드와 비슷한 연산 속도를 보이면서도 전력은 98%나 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대회 MICRO’25에서 공식 발표되었다.
코넬대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 GSI의 APU를 이용해 ‘리트리벌 증강 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이라는 AI 작업을 수행했다. 이 방식은 챗GPT처럼 대규모 데이터를 검색해 문장을 생성하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10GB에서 200GB 규모의 데이터셋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APU는 엔비디아의 A6000 GPU와 비슷한 수준의 처리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전력 소비는 극적으로 줄였다. GSI 측은 “이번 검증은 메모리 안에서 직접 계산을 수행하는 구조가 실제로 GPU급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GPU는 데이터를 메모리에서 꺼내와 연산하고 다시 저장하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데이터 이동’ 과정에서 시간과 전기가 낭비된다. 이를 ‘폰 노이만 병목현상(Von-Neumann Bottleneck)’이라고 부른다. GSI의 APU는 이 구조를 통째로 뒤집었다.
데이터를 이리저리 옮기지 않고 메모리 안에서 바로 계산을 수행하는 구조, 즉 ‘Compute-in-Memory(메모리 내 연산)’ 방식을 택한 것이다. 기존 GPU가 재료를 부엌에서 식탁까지 옮겨가며 요리했다면 APU는 부엌 안에서 바로 요리해 내놓는 셰프와 같다. 이동이 줄어드니 속도도 빨라지고 전력 낭비도 거의 없다.
이번 연구는 GSI의 첫 세대 제품인 ‘Gemini-I APU’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GSI는 다음 세대 제품인 ‘Gemini-II’에서는 처리 속도를 10배 이상 높이고 반응 속도를 줄이며 전력 효율을 더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GSI의 CEO 리린 슈(Lee-Lean Shu)는 “이번 연구가 우리가 믿어온 방향을 공식적으로 입증했다”며 “메모리 중심 구조는 앞으로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연구 결과 발표 직후 GSIT 주가는 하루 만에 200% 이상 폭등했다. 투자자들은 이 기술이 엔비디아가 장악한 AI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PU가 만약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GPU가 독점하고 있는 AI 연산 시장에 전력 효율 중심의 새로운 경쟁이 시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신중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번 연구는 특정 실험 환경, 즉 RAG처럼 메모리 접근이 잦은 작업에서만 검증된 것이며 대형 언어모델(LLM) 학습처럼 수십 테라바이트 단위의 데이터가 필요한 대규모 AI 훈련에서는 아직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다.
또 실제 서버 환경에서는 냉각, 안정성, 공정 수율, 소프트웨어 호환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GPU는 이미 수십 년간 축적된 생태계 위에서 작동하지만 APU는 아직 소프트웨어 도구와 개발 표준이 부족하다.
GSI Technology는 1995년 설립된 미국 캘리포니아 서니베일 소재 기업으로 원래는 통신용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던 회사다.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 연산의 전력 소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모리 안에서 연산하는 칩’ 연구에 집중해왔다.
회사 측은 향후 이 기술을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국방, 우주 등 전력 제약이 심한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엔비디아의 H100과 H200 같은 대형 GPU들이 HBM3E나 NVLink 같은 고속 연결 기술로 데이터 이동 병목을 완화하려고 하는 동안 GSI는 아예 데이터 이동 자체를 없애는 길을 택했다는 데 있다.
이는 기존 반도체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도전으로 기술적 난이도는 높지만 성공할 경우 AI 연산 효율을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
연구 논문 제목은 ‘Characterizing and Optimizing Realistic Workloads on a Commercial Compute-in-SRAM Device’로, 메모리 내부에서 직접 연산하는 방식이 실제로 상용 칩에서 검증된 드문 사례다. 논문은 APU가 기존 CPU보다 검색 처리 속도를 80% 이상 단축했다는 결과도 함께 제시했다.
GPU가 성능 경쟁의 끝단에 와 있는 상황에서 이제 반도체의 다음 승부처는 전력과 효율이 될 전망이다. GSI의 실험 결과가 완벽하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메모리 중심 연산이라는 새로운 접근이 AI 반도체의 방향을 바꿀 가능성을 보여준 건 분명해 보인다.
BEST 뉴스
-
글 한 줄 안 쓰는 AI, 3주 만에 기업가치 75억 달러? '의사결정 AI' 제브
문장을 만들지 않고 판단만 내리는 AI 모델 '제브(Jev)'를 내놓은 미국 스타트업 타입세이프AI가 출시 한 달도 안 돼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타입세이프AI는 9일(현지시간) 8억7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75억 달러다. 시리즈A는 초기 시드 투자 이후 사업 확... -
메타의 부활?…신제품 '뮤즈'가 깨운 CPU 수요
메타플랫폼스가 지난 8일 출시한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Muse)'가 열흘 만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무료 앱 1위에 오르면서 메타 주가와 반도체주가 동반 급등했다. 뮤즈는 질문에 답만 하는 기존 챗봇과 달리 사용자를 대신해 여러 단계의 일을 직접 처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메일 달력 결제 건강 쇼핑 스... -
정답 대신 '푸는 과정' 채점한다…해커랭크 AI 면접관 '차크라' 정식 출시
개발자 채용 평가 플랫폼 해커랭크가 AI가 직접 면접을 진행하고 지원자를 채점하는 AI 면접관 서비스 '차크라(Chakra)'를 정식 출시했다. 지원자가 문제를 푸는 동안 AI가 작업 과정을 지켜보며 질문을 던지고 결과물뿐 아니라 답에 이르는 사고 과정까지 평가하는 방식이다. 해커랭크는 미국 현지시간 5일 약 6개월... -
AI가 경찰에 '가짜 살인 제보'… 앤트로픽, 내부 테스트 인터넷 끊었다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이 자사 AI 모델 '클로드'가 테스트 도중 실제 웹사이트의 보안 허점을 파고들고 경찰에 허위 살인 제보까지 접수한 사실을 공개했다. 앤트로픽은 감시 체계가 이런 행동을 확실히 잡아낸다는 점이 확인될 때까지 모든 내부 평가에서 실시간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기로 했다. 앤트로픽은 9일(현... -
AI가 쏟아낸 '가짜 취약점 신고'에 구글 오픈소스 버그바운티 중단
구글이 AI로 만든 엉터리 보안 취약점 신고가 급증하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버그바운티 프로그램의 핵심 부문을 중단했다. 버그바운티는 외부 보안 연구자가 소프트웨어의 보안 허점을 찾아 알려주면 기업이 포상금을 주는 제도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취약점 보상 프로그램(OSS VRP)'의... -
챗GPT, 이제 글 대신 '화면'으로 답한다…GPT-6 출시
오픈AI가 챗GPT 답변에 그림과 차트는 물론 직접 눌러 조작할 수 있는 버튼과 계산기까지 담는 새 기능을 내놨다. 글자로만 답하던 대화형 AI가 질문에 맞춰 화면 구성을 스스로 짜는 방식으로 바뀐다. 오픈AI는 7일(현지시간) 차세대 모델 'GPT-6'를 챗GPT의 일반 대화 기능에 적용하고 '인텔리전트 UI'를 함께 공개...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사기꾼 전화 받는 ‘AI 피해자' 수천 명…속는 척하며 계좌·코인지갑 캐낸다
-
AMD 82억 달러에 월드랩스 인수…'AI 대모' 페이페이 리 최고과학자로 합류
-
AI 데이터센터에 여객기 엔진 꽂으려던 12억5000만달러 계약 무산
-
구글 딥마인드, AGI 논쟁의 장 열었다…"인간 넘어서기 전에 규칙부터"
-
오픈AI, 아이폰 인물사진 만든 엔지니어 품다… 3억달러에 카메라 스타트업 인수
-
AI CEO들 "속도 늦추자"…앤트로픽·오픈AI·머스크 이례적 한목소리
-
"1달러 넣으면 100달러 돌아온다"…젠슨 황, 엔비디아 70% 성장 자신
-
AI가 스스로 결함 고치기 시작했다…앤트로픽 "인간 연구자보다 빠르고 저렴"
-
AI 오픈모델 생태계 통째로 사들이고 있는 엔비디아, '13조원 베팅'
-
엔비디아, '오픈소스 AI 심장' 허깅페이스 129억 달러에 인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