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 스타트업 '글래스 이미징'을 3억달러 이상에 인수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인수는 최근 수개월에 걸쳐 조용히 마무리됐으며 오픈AI와 글래스 이미징 모두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인수가는 글래스 이미징이 지난해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 약 1억달러의 세 배에 달한다. 오픈AI가 이 회사의 기술 가치를 그만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글래스 이미징은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앨토스에서 지브 아타르와 톰 비숍이 세운 회사다. 두 사람 모두 애플 출신으로 아이폰의 '인물 사진 모드(포트레이트 모드)' 개발을 이끈 팀에서 일했다.
인물 사진 모드는 피사체는 선명하게, 배경은 부드럽게 흐릿하게 처리해 마치 전문가용 카메라로 찍은 듯한 사진을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아타르는 2015년 자신이 창업한 이스라엘 카메라 스타트업 '링스 이미징'이 애플에 약 2000만달러에 인수되면서 애플에 합류했다.
두 창업자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하드웨어 발전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스마트폰은 몸체가 얇아 렌즈와 센서를 크게 키우기 어렵다. 빛을 받아들이는 부품의 크기가 물리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화질을 끌어올리는 데 근본적인 벽이 있다. 이들은 애플을 떠나 이런 물리적 한계를 소프트웨어와 AI로 넘어서는 길을 찾기로 했다.
글래스 이미징의 핵심 기술은 '글래스AI'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다. 이 회사는 이를 '뉴럴 ISP'라고 부른다. ISP는 카메라 센서가 받아들인 빛의 신호를 사람이 볼 수 있는 사진으로 바꿔주는 처리 장치를 뜻한다.
일반적인 스마트폰 카메라는 이 과정을 여러 단계로 나눠 처리한다. 색을 복원하고 잡티(노이즈)를 줄이고, 윤곽을 또렷하게 다듬고 여러 장을 합치는 작업을 각각 따로 진행한다.
글래스AI는 이 모든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한다. 특정 카메라 모듈에 맞춰 훈련시킨 신경망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 기종마다 렌즈의 왜곡, 가장자리의 흐림, 센서 고유의 결함이 조금씩 다른데 AI가 해당 렌즈의 이런 특성을 미리 학습해 촬영 순간에 바로잡는다.
사진을 다 찍은 뒤에 편집으로 고치는 방식이 아니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부터 더 나은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기술의 차별점이다.
특히 이 회사는 없는 것을 지어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일부 AI 사진 기술은 실제로는 찍히지 않은 장면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환각' 현상을 일으킨다. 반면 글래스AI는 센서가 실제로 담아낸 정보만 복원하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이 기술이 기존 방식보다 카메라 성능을 최대 10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글래스 이미징의 기술은 이미 실제 제품에 쓰이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Honor)가 2억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600 시리즈의 줌 촬영에 이 기술을 적용했다.
퀄컴 칩셋에서 원본 영상을 실시간으로 개선하는 기능도 시연됐다. 창업자 아타르는 지난 6월 자사 소프트웨어가 실제 판매되는 스마트폰에 탑재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드론, 웨어러블 기기 등 렌즈를 크게 만들기 어려운 소형 카메라 전반으로 기술 적용을 넓혀왔다.
글래스 이미징은 인수 전까지 약 3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벤처 투자 부문인 GV와 투자사 인사이트 파트너스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지난해 5월에는 인사이트 파트너스가 주도한 20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인수는 오픈AI가 소비자용 하드웨어 사업에 힘을 싣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오픈AI는 2025년 5월 아이폰 디자인을 이끈 애플 출신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의 기기 스타트업 'io'를 65억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수개월간 애플 출신 직원 수십 명을 영입했다.
오픈AI는 스마트폰, 무선 이어폰, 화면이 없는 소형 AI 기기 등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개발 중인 기기 중에는 약 300달러대의 화면 없는 스피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오픈AI가 글래스 이미징의 기술과 인력을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에 활용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 출처: 글래스 이미징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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