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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82억 달러에 월드랩스 인수…'AI 대모' 페이페이 리 최고과학자로 합류

  • 고건 기자
  • 입력 2026.09.2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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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기업 AMD가 AI 연구기업 월드랩스를 82억 달러에 인수한다. AMD는 9월 28일(현지시간) 월드랩스와 최종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금이 아닌 자사 주식을 건네는 전액 주식 교환 방식이며 규제 당국 승인을 거쳐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2022년 약 500억 달러에 사들인 반도체 설계기업 자일링스에 이어 AMD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인수다.


거래가 끝나면 월드랩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 교수는 AMD 수석부사장 겸 최고과학자로 합류해 리사 수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보고한다. 공동창업자인 저스틴 존슨과 벤 밀든홀은 리 교수와 함께 월드랩스 팀을 계속 이끈다.


리 교수는 2009년 이미지넷을 구축해 컴퓨터가 사진 속 사물을 알아보도록 학습시키는 길을 연 인물이다. 이미지넷은 오늘날 딥러닝 확산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구글 클라우드 AI 부문 수석과학자와 스탠퍼드 인간중심AI연구소 초대 소장을 지냈고 2024년 초 월드랩스를 세웠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월드랩스는 공간지능 모델을 개발해왔다. 챗GPT 같은 언어모델이 단어의 다음 순서를 예측한다면 월드랩스의 모델은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을 입력받아 사람이 돌아다닐 수 있는 3차원 공간을 만들어내고 복원하고 시뮬레이션한다. 이런 모델을 업계에서는 월드모델이라 부른다.


첫 제품 마블은 2025년 11월 정식 출시됐다. 사진 몇 장이나 문장만으로 편집 가능한 3차원 공간을 만들어주며 무료 요금제부터 월 95달러 상품까지 갖췄다. 

 

결과물은 3D 가우시안 스플랫과 충돌 판정용 메시 형태로 나와 블렌더, 유니티, 언리얼엔진 같은 제작 도구와 엔비디아의 로봇 시뮬레이터 아이작심으로 곧바로 내보낼 수 있다. 2026년 1월에는 개발자가 프로그램 안에서 직접 공간을 생성하도록 World API를 공개했다.


올해 9월 1일 내놓은 아틀라스는 텍스트 이미지 영상 3D 데이터를 처음부터 함께 학습한 모델이다. 사진 몇 장만 주면 촬영되지 않은 각도의 장면을 예측해 채워 넣는다. 사진이 드문드문할 때 공간을 복원하는 이른바 희소 복원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최대 1440p 해상도로 1분 길이 영상을 만들고 카메라 이동 경로를 화소 단위로 제어할 수 있다. 다만 공개 당시 논문과 모델 카드 가격 정식 출시 일정이 모두 빠져 검증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드랩스는 지난 7월 로봇 시뮬레이션 스타트업 세닉스를 인수했다. 실제 공간을 촬영해 가상 환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로봇을 훈련시킨 뒤 실제 기계에 옮기는 과정을 겨냥한 기술이다.


월드랩스는 2024년 스텔스 단계를 벗어나며 2억3000만 달러를 모았고 올해 2월 10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했다. 이 중 2억 달러는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오토데스크가 넣었고 엔비디아 AMD 피델리티 에머슨콜렉티브 씨(Sea)가 참여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50억 달러로 알려졌다. 

 

누적 조달액은 약 12억3000만 달러이며 이번 인수가는 2월 기업가치의 1.6배 수준이다. 경쟁사인 엔비디아 역시 주주로 남아 있어 거래가 끝나면 AMD 주식을 받게 된다.


AMD와 월드랩스의 인연은 오래됐다. 리사 수 CEO는 창업 초기 투자자였고 두 회사는 지난해부터 AMD GPU에서 모델을 학습시키고 추론 속도를 끌어올리는 기술 협력을 진행했다. 리 교수는 올해 초 AMD의 CES 발표 무대에도 올라 마블을 시연했다.


리사 수 CEO는 차세대 AI용 컴퓨팅 플랫폼을 만들려면 모델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깊이 이해해야 한다며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는 하드웨어부터 모델까지 전 과정을 많이 이해할수록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세상은 단어로만 이뤄져 있지 않으며 언어만으로는 로봇이나 과학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믿음으로 회사를 세웠다고 밝혔다. 기술을 실제로 키우려면 규모를 늘리고 하드웨어에 더 가까이 가야 한다는 것이 AMD행을 택한 이유다.


엔비디아는 이미 코스모스라는 개방형 월드모델을 갖고 있고 쿠다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통해 최신 AI 작업이 어떤 연산을 요구하는지 파악해왔다. AMD는 텍스트와 영상 생성 모델만 공개한 상태였다. 이번 인수로 AMD는 미래 칩이 감당해야 할 연산 형태를 모델 연구진에게서 직접 확인하게 된다.


로봇 분야에서 월드모델의 쓰임새도 배경으로 꼽힌다. 범용 로봇을 훈련시킬 실제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가상 환경에서 만들어낸 합성 데이터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시장 반응은 조심스러웠다. AMD 주가는 발표 당일 3.6% 내린 607.87달러에 마감했고 시간외 거래에서 0.1% 올랐다. 올해 초 약 223달러에서 183% 넘게 오른 상태다. 주가수익비율은 약 156배로 5년 중간값을 크게 웃돈다. 당장 매출이 붙지 않는 연구 조직에 82억 달러를 쓰는 부담이 반영됐다.

 

(썸네일 사진 출처: 월드랩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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