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데이터센터 기업 크루소가 초음속 여객기 개발사 붐 슈퍼소닉에서 발전용 터빈을 사들이기로 한 12억5000만달러 규모 계약을 백지화했다. 붐의 블레이크 숄 최고경영자는 25일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두 회사가 터빈 도입 파트너십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모두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본사를 둔다. 크루소는 2018년 유전에서 버려지는 가스를 끌어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던 회사로 출발해 지금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사로 성장했다.
텍사스주 애빌린에 오픈AI와 오라클이 쓰는 대형 캠퍼스를 지은 곳이 크루소다. 지난 17일에는 39억달러 규모 시리즈F 투자를 유치해 기업가치 309억달러를 인정받았다.
붐 슈퍼소닉은 음속의 1.7배로 나는 여객기 오버추어를 개발 중인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여객기용 엔진 '심포니'를 지상 고정형 발전기로 바꾼 '슈퍼파워'를 내놓으며 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항공기 엔진을 개조해 발전에 쓰는 방식은 업계에서 '에어로데리버티브'로 불린다.
대형 발전소용 터빈보다 크기가 작고 시동과 정지가 빨라 전력 수요가 급변하는 데이터센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슈퍼파워는 출력 42메가와트로 컨테이너 크기 모듈에 담겨 공급되며 부품의 80%가 항공기용 심포니 엔진과 동일하다.
천연가스를 주연료로 쓰고 디젤로도 돌아가며 냉각수를 따로 쓰지 않아 화씨 110도가 넘는 건조한 사막 환경에서도 출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설계됐다.
크루소는 이 사업의 첫 고객이었다. 지난해 12월 슈퍼파워 29기를 12억5000만달러에 사기로 했고 합계 출력은 1.21기가와트였다. 원자력발전소 한 기가 대략 1기가와트를 내는 점을 감안하면 발전소 한 곳 분량이다. 첫 인도는 2027년으로 잡혀 있었다.
킬로와트당 단가는 1033달러로 일반적인 항공기 개조형 터빈 사업의 킬로와트당 약 1600달러보다 낮지만 붐이 공급하는 범위는 터빈과 발전기 제어장치 정비로 한정됐다. 배기가스 저감장치와 송배전 설비, 부지 인허가는 크루소가 따로 부담해야 했다.
숄 대표는 애빌린 등지에서 터빈이 크루소의 단기 주력 전원에서 빠지면서 도입 파트너십의 명분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고객은 남아 있으며 내년에 약 250메가와트를 인도하고 2028년에는 1기가와트를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크루소 대변인 앤드루 슈미트는 회사가 전력망과 풍력 태양광 배터리 터빈을 놓고 부지마다 조건에 맞는 방식을 고르고 있으며 지금은 붐과의 협력이 적절한 방식이 아니라고 밝혔다.
크루소가 가스터빈 자체를 버린 것은 아니다. 오라클과 오픈AI를 위해 지은 애빌린의 1.2기가와트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에서 전기를 받고 가스터빈 발전소는 비상용으로만 쓴다. 반면 올해 3월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용 900메가와트 캠퍼스는 부지 안에 직접 지은 가스터빈 발전소로 돌린다.
이 캠퍼스는 건물 두 동으로 구성되며 첫 건물 가동 시점은 2027년 중반이다. 크루소는 대형 캠퍼스 외에 트럭으로 옮겨 전력이 남는 곳에 바로 연결하는 소형 모듈형 데이터센터 '스파크'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붐 입장에서는 첫 고객을 잃은 셈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발전 사업 상용화를 위해 3억달러를 조달했다. 당시 숄 대표는 터빈 판매로 번 돈을 오버추어 개발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여객기 개발에는 수조원대 자금과 10년 가까운 인증 기간이 필요한데 발전기 매출로 이를 메우겠다는 계획이었다. 현재 오버추어 주문 잔고는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일본항공 등에서 받은 130대다.
여파는 협력사로도 번진다. 베이커휴스는 올해 2월 슈퍼파워에 맞물릴 발전기 25기를 붐에 공급하기로 했다. 앞서 2025년에 계약한 6기를 포함해 31기 1.3기가와트 규모이며 인도 기간은 올해 중반부터 2028년까지로 잡혀 있었다. 이 물량은 사실상 크루소 주문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숄 대표는 슈퍼파워를 다듬는 과정에서 크루소가 준 도움에 감사한다며 향후 터빈이 크루소의 주력 전원에 포함되면 다시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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