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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완벽히 이해하기 (2)

  • 고건 기자
  • 입력 2025.10.02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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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보기: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완벽히 이해하기 (1)

 

과거의 셧다운은 국방비나 국경안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처럼 굵직한 이슈들이 얽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오히려 단일 쟁점으로 인해 셧다운이 일어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민주당은 저소득층 의료보험 보조금 연장을 요구하며 예산안에 합의를 해주려 하지 않는 것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다. 공화당은 ‘클린 임시예산안(CR)’을 먼저 처리한 다음 보조금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공화당은 민주당과 말이 통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내세워 민주당과 담판을 지으려 했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다만 이 와중에 백악관은 어떤 다른 생각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자. 트럼프는 원래 예산 절감을 위해 공공 인력 감축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공무원을 원하는 만큼 감축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만큼 공무원의 고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연방 공무원에 대해 대규모 감원을 하려면 RIF(Reduction in Force)라 부르는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기에는 근속 형태, 재직 기간, 성과 평정 그리고 재향군인 가점 같은 법정 요인을 반영한 유지순위표가 필요하다. 관리자 재량으로 명단을 뽑는 것이 아니라 규정대로 줄을 세워 자르는 방식이라 시간과 행정 비용이 크다.

 

하지만 셧다운 상황이 오면 모든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산이 끊긴 이상 ‘필수 인력만 남기고 나머지는 무급휴직’이라는 명분으로 대규모 인원을 일시적으로 배제하거나 해고 계획을 세우기가 훨씬 쉬워진다.

 

그래서 이번을 기회로 백악관이 셧다운을 대규모 인력 감축의 방아쇠로 삼으려는 기류가 뚜렷하다. 연방 민간 인력 240만 명 중 최소 수십만 명을 연말까지 줄이겠다는 방침을 이미 공언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셧다운이 와도 해고를 집행하는 공무 수행은 예외 업무로 지정했다는 부분이다. 쉽게 말해 예산 협상 실패가 곧바로 감원 집행으로 이어지는 그림이 되었다.

 

밴스 부통령까지 나서 “셧다운은 불가피하다”고 선언한 것을 보면 백악관 또한 이번 셧다운 상황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런데 백악관은 행정부로 분류되는데, 어떻게 셧다운에 개입할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예산안은 의회 권한이라 백악관이 직접 “예산안을 통과시켜라, 말아라”를 결정할 수는 없다. 

 

헌법상 세입·세출 권한은 하원에서 시작해 상원을 거쳐 대통령 서명으로 확정되는 구조이므로 백악관은 ‘마지막 서명권자’일 뿐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단순한 서명권자가 아니라 협상을 주도하는 플레이어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행정부는 예산 집행의 주체이기 때문에 “이런 조건이 아니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라며 압박을 넣을 수 있고 각 부처에 “셧다운 대비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예산안을 두고 싸울 때 백악관이 개입하는 방식은 두 갈래다. 첫째는 정치적 메시지다. 대통령이 특정 법안에 거부권을 걸거나 지지층을 향해 야당이 나라 발목을 잡는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씌우면 협상의 판도가 바뀐다. 

 

둘째는 행정적 무기다. 백악관은 관리예산처(OMB)를 통해 각 부처에 셧다운 매뉴얼을 내려보내고 어떤 업무를 필수로 지정할지 정한다. 이번에 ‘해고 집행’을 필수업무에 넣은 것도 바로 그 권한 덕분이다.


이처럼 백악관은 공화당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보다는 트럼프가 추진해온 대규모 인력 감축을 실현하려는 의도로 셧다운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미국 국민들이 이를 좋게 볼 리가 없다. 그래서 셧다운 관련 정보 공개 방식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백악관 관리예산처가 일괄 발표했는데 이번엔 각 부처 사이트에서 따로 확인하라는 식으로 흩어놓았기 때문이다. 

 

셧다운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국민이 한눈에 보기 어렵게 만든 셈인데 이는 백악관이 시간을 벌며 여론 압박을 늦추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의 경제적 파급을 보자. 이번에는 기존과 달리 일시적인 행정 공백의 수준을 넘을 전망이다. 공무원은 나중에 소급 지급을 받지만 민간 하청업체 직원들은 한 푼도 못 받게 되면 경기에 분명히 문제가 생긴다.

 

이번에는 여기에 더해 정부의 감원 계획이 셧다운 종료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겹쳐 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우리가 백악관의 목표 달성을 위해 이용당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기류도 흘러나오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 건강보험 보조금 연장을 둘러싼 미묘한 균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알래스카 주의 리사 무크노스키,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톰 틸리스 등 상원의 온건파 의원들이 민주당이 요구하는 보조금 연장에 대해 배척보다는 협상 여지를 열어두는 태도를 보였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공식적으로 찬성을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보험료 급등으로 지역구 유권자들이 체감할 부담을 고려하면 무조건 반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Washington Post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보조금이 만료될 경우 보험료가 급등해 민심 이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Axios는 로저 마샬 상원의원이 보조금 연장을 제한적으로 수용하는 타협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상원 지도부와 백악관과의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공화당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백악관의 의도대로 흘러갈 경우 다음 중간선거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보수적 조건을 붙여 보조금 연장을 허용하는 절충 시나리오가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Politico 역시 공화당 의원들이 보조금 연장에 소득 상한 조정이나 감액, 사기 방지 조항 같은 보완책을 붙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 틈을 공략해 보조금 연장을 협상 테이블 위에서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셧다운 정국에서 중도파의 이탈은 협상 구도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공화당 강경파의 벽보다는 오히려 온건파의 불안을 파고드는 전략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에 셧다운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셧다운이 무제한으로 갈 수는 없다. 법적으로는 의회가 예산안이나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전까지 끝없이 이어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몇 달 이상 지속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행정 기능의 내구성 한계가 가장 문제가 된다. 필수 인력은 계속 근무해야 하지만 급여 지급이 밀리기 때문에 피로와 사기가 빠르게 떨어진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항공관제, 세관이다. 2019년 35일짜리 셧다운 때도 항공 안전 문제로 일부 공항이 운영 차질을 빚었고 이것이 정부 압박으로 이어졌다. 

 

미국 국민들은 정부의 예산안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내가 사는 지역에 얼마나 많은 보조금이 지급되는지는 거의 관심이 없어도 우편이 제 때 오지 않고 비행기를 타기 어렵게 되면 폭발적으로 불만이 쌓인다.

 

이는 절대로 가벼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비필수 업무라고 시민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대량의 공무원들이 해고되고 무기계약직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므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된다. 셧다운이 길어져서 경제 충격이 본격화되면 미국 국채 시장이 제일 먼저 반응한다.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단기 금리 상승이다. 신용평가사들이 미국의 정치 불안정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낮추거나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면 투자자들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한다. 

 

즉 같은 미국 국채라도 더 높은 금리를 줘야 사겠다는 압박이 커진다. 실제로 2023년 8월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셧다운이 문제였고, 미국의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이 때문에 12년 만에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다. 발표 직전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3.9% 수준이었지만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발표 이후 며칠 사이 4.2%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미국이 장기적으로 돈을 빌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미국 정부는 매년 막대한 재정적자를 국채 발행으로 메우는데 금리가 높아지면 새로 찍는 국채에 더 많은 이자를 얹어줘야 한다. 이는 곧바로 연방정부의 이자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미국이 매년 수조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는데 평균 이자율이 1%p만 올라도 연간 수천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 채무를 줄이기는커녕 이자만 갚다가 오히려 총부채가 더 불어나는 셈이다. 

 

결국 금리 상승은 또 다른 트럼프의 어젠다, 미국의 국가 채무 감축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셧다운 이슈는 민주당, 공화당, 백악관이 서로 하나씩을 양보하는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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