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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완벽히 이해하기 (1)

  • 고건 기자
  • 입력 2025.09.29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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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가 또다시 셧다운 위기에 직면했다.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1일을 앞두고 의회가 예산안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 셧다운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 

 

백악관은 각 부처에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전체 직원의 40% 이상을, 질병통제예방센터와 국립보건원은 각각 60~70%에 달하는 인력을 무급휴직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동안 셧다운 이슈는 대부분 일시적인 행정 공백과 정치적 공갈로 끝났다.

 

"셧다운? 어차피 며칠 있으면 높으신 분들이 악수하고 풀릴 건데 뭐"

 

일각에서는 결국 이번 셧다운 이슈도 항상 반복되는 역사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이번 특집 기사를 통해 독자들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이슈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본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은 의회가 예산안을 제때 통과시키지 못해 정부 지출 권한이 끊기면서 발생하는 행정 마비 사태를 말한다. 

 

법적으로는 '안티디피션시법(Anti Deficiency Act, 31 U.S.C. §§1341·1342·1517)'이 근거이다.

 

이 때 의회의 승인이 없는 지출은 금지되므로 정부 기관은 필수 업무만 남기고 나머지는 즉시 중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나라 전체가 멈추는 건 아니다.

 

국립공원 운영이나 행정 서비스, 규제 심사 같은 비핵심 기능은 멈추고 수십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다만 항공관제, 국경 단속, 군사 활동, 사회보장연금 지급처럼 국민 안전과 직결된 필수 업무는 계속된다. 

 

셧다운 기간 동안 미국 공무원들은 월급을 못 받을까? 당연히 그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셧다운 종료 이후 연방공무원 급여를 소급 지급하도록 법이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민간 계약업체 직원이나 하청 인력은 그 보장을 받지 못해 피해가 고스란히 남는다. 

 

그래서 셧다운은 의회의 정치적 갈등이 행정부 기능을 볼모로 잡는 대표적 사례인 동시에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미국식 정치 불안정의 상징이다. 

 

과거의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에는 어떤 이력이 있을까? 의외로 횟수가 많다.

 

○ 1980년 5월 1일: FTC 예산 만료로 FTC만 부분적으로 셧다운

○ 1981년 11월 20일~11월 22일: 예산안 충돌이 원인

○ 1982년 12월 17일~12월 19일: 예산 협상 실패가 원인

○ 1990년 10월 6일~10월 8일: 조세, 지출 정책 반발이 원인

○ 1995년 11월 14일~11월 19일: 클린턴 vs 공화당 예산 충돌

○ 1995년 12월 16일~1996년 1월 6일: 가장 유명한 셧다운 중 하나

○ 2013년 10월 1일~10월 17일: 오바마 행정부 당시, ACA(오바마케어) 갈등

○ 2018년 1월 20일~1월 22일: 트럼프 행정부 초기, DACA·국경장벽 예산 갈등

○ 2018년 12월 22일~2019년 1월 25일: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던 셧다운

 

대부분의 셧다운은 예산안에서 공화당, 민주당 합의가 나오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미국 정부 예산안에는 세금, 복지, 국방비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함께 들어간다. 

 

공화당, 민주당은 이 중에서 각자가 원하는 정책을 먼저 통과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예산안을 가지고 예산 협상을 하다 보니 기한 안에 결론을 못 내릴 때가 생긴다. 모든 협상에는 마감 시한이 있다. 마감 시한을 넘길 때까지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바로 셧다운이다. 

 

셧다운은 어떻게 해야 풀릴까? 아주 간단하다. 의회가 예산안이나 임시예산안(Continuing Resolution)에 합의해야 풀린다.

 

가장 유명했던 사례가 1995년 12월의 셧다운이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과 공화당 하원의장이었던 뉴트 깅리치가 정면 충돌했다. 

 

공화당은 '균형재정법'을 앞세워서 대규모 지출 삭감과 메디케어 축소, 세금 감면을 요구했다. 클린턴은 복지와 교육 지출을 지켜내야 한다고 끝까지 버텼다.

 

결국 합의가 안 되면서 12월 16일부터 1996년 1월 6일까지 무려 21일간 정부가 문을 닫았는데 이게 당시로서는 사상 최장 기록이었다.

 

해결은 어떻게 됐냐면, 결국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 정부가 3주 가까이 멈춰 서면서 국립공원, 여권 발급, 행정 서비스가 중단되고 수십만 명의 공무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가자 국민 불만이 커졌다. 

 

언론은 공화당이 지나치게 강경하다고 비판했고 클린턴의 지지율은 오히려 반등했다.

 

압박을 받은 공화당이 일부 요구를 접고 타협하면서 예산안이 통과됐고 셧다운이 끝났다. 

 

셧다운은 보통 이렇게 정치적으로 서로 마주보고 '액셀'을 밟는 끝에 한쪽이 손해를 감수하거나 조건을 일부 양보하면서 막을 내린다.

 

2018년 12월 22일부터 2019년 1월 25일까지 이어진 35일짜리 셧다운은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던 사례이다. 이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장벽 건설 비용으로 약 57억 달러를 새 예산에 반영하라고 고집했는데 민주당은 세금 낭비라며 단호히 거부했다.

 

이 셧다운이 특히 길었던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정치적 상징성이다. 국경장벽은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자 핵심 지지층 결집 수단이었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었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트럼프의 상징 정책에 돈을 대주는 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였다.


둘째, 권력 구도가 바뀌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타협 여지가 줄어들었다.

 

결국 약 80만 명의 공무원이 무급휴직이나 급여 없는 근무를 이어가야 했고 항공 안전부터 세관 업무까지 차질이 이어졌다. 

 

여론의 압박이 커지자 트럼프는 장벽 예산을 당장 확보하지 못한 채 셧다운을 끝내기로 하며 굴복했다. 

 

이 과정에서 행정부의 고집과 의회의 맞불이 만나면 셧다운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나타난 건 덤이다. 이쯤 하면 모두가 떠올릴 의문이 있다. 

 

셧다운은 이론상 얼마나 길어질 수 있을까? 셧다운이 끝까지 해결되지 않고 35일보다 더 길어진다고 가정하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진다. 

 

정부는 의회의 승인 없이는 단 한 푼도 지출할 수 없기 때문에 필수 인력을 제외한 대다수 공무원은 계속 무급휴직 상태에 놓인다. 여권 발급이나 세금 환급 같은 비필수 업무는 중단된다.

 

필수 인력은 계속 근무하지만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면서 피로와 사기가 떨어지고 항공 보안이나 식품안전 검사 같은 중요한 업무에서도 차질이 생긴다. 

 

경제적 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2019년 셧다운만 해도 수십억 달러의 GDP 손실이 있었는데 만약 그보다 길어지면 금융시장이 정부의 정치적 불안을 반영해 국채 금리가 오른다.

 

당연히 신용평가사들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

 

민간 계약업체 직원들은 보상 장치가 없어 생계에 직접 타격을 입고 연방정부와 거래하는 민간 기업들의 계약 붕괴와 해고 사태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사회 전반으로 불안이 확산된다. 

 

결국 셧다운이 몇 달 이상 이어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국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행정 마비와 경제 충격을 의미한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선거로 정권을 얼마든지 교체할 수 있으며 심지어 기회도 2년마다 한 번씩 온다. 중간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2년마다 반복되니 절대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여론의 압박 속에 서로 타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많은 셧다운을 학습해온 미국 경제 분석가들이 이제는 셧다운을 단순히 '정치적 공갈'로 간단히 정의해버리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이번 셧다운은 무엇이 다를까. 2편에서 그 답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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