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를 이틀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임기 중 미국 운전자들이 낸 평균 휘발유 가격이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평균을 넘어섰다. 차이는 1센트에도 못 미치지만 '바이든 시절 기름값'을 공격 소재로 삼아온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CNN 등은 지난주 미국자동차협회(AAA)의 일별 데이터를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AAA는 전국 주유소 가격을 매일 집계해 공표하는 미국 최대 운전자 단체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일반 휘발유 1갤런(약 3.8리터) 평균 가격은 3.472달러로 바이든 임기 평균 3.471달러를 앞질렀다. CNN은 별도 분석에서 3.473달러로 집계했다. 전국 평균이 여전히 갤런당 4달러를 웃돌고 있어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화물차와 농기계 선박 등에 쓰여 산업 전반의 물가를 좌우하는 경유(디젤)는 격차가 더 크다. 트럼프 임기 평균 경유 가격은 갤런당 4.343달러로 바이든 시절 4.078달러보다 약 6% 높다. 미국 경유 가격은 지난 9월 22일 갤런당 6.52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격 급등의 출발점은 올해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다. 세계 석유·가스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페르시아만 입구의 좁은 바닷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히고 중동 정유시설이 파괴되면서 원유보다 휘발유·경유 같은 정제 연료 공급이 더 크게 줄었다.
전쟁 직전 갤런당 2.98달러였던 휘발유 가격은 8개월 새 43% 올랐고 경유는 70% 가까이 뛰었다. 에너지 컨설팅사 리스타드에너지는 중동에서 나오는 휘발유 수출 물량이 평시보다 하루 40만 배럴가량 적다고 분석했다.
AAA에 따르면 31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18달러로 일주일 전보다 11센트 내렸지만 1년 전보다는 1.14달러 높다. 경유는 6.31달러로 1주일 새 2센트 내렸고 1년 전보다 2.63달러 비싸다.
주별로는 캘리포니아가 5.94달러로 가장 비쌌고 하와이(5.65달러), 네바다(5.25달러), 워싱턴(5.24달러), 오리건(4.83달러)이 뒤를 이었다. 가장 싼 곳은 노스캐롤라이나(3.42달러)였고 조지아(3.61달러), 텍사스(3.70달러), 사우스캐롤라이나(3.72달러), 루이지애나(3.74달러) 순이었다.
최근 소폭 하락은 계절 요인 영향이 크다. 미국은 가을이 되면 여름철 증발을 억제하는 정제 공정이 덜 필요한 겨울용 휘발유로 전환하는데 생산 비용이 낮아 소매가도 내려간다. 일리노이주 엑손모빌 졸리엣 정유공장 문제로 오하이오와 위스콘신 등 오대호 인근 주에서 치솟았던 가격도 진정되고 있다.
다만 AAA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하락 폭이 제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9월 월평균 휘발유 가격은 4.33달러로 9월 기준 역대 최고였고 10월도 역대 가장 비싼 10월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다시 오름세다. 30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4.12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국제 기준유인 브렌트유는 113달러 선을 지켰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이 또 공격받고 미국이 이란 공격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 영향이다. 두 유종 모두 4주 연속 올랐고 10월 상승률은 WTI 15% 브렌트유 13.6%에 달했다. 골드만삭스는 추가 공급 차질 우려가 브렌트유 가격에 배럴당 약 27달러를 얹고 있다고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당시 취임 1년 안에 휘발유 가격을 갤런당 2달러 아래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1기 임기 평균 휘발유 가격은 2.47달러였다. 유가정보업체 가스버디의 패트릭 드한 석유분석 총괄은 지난해 12월만 해도 2026년이 2020년 이후 기름값이 가장 싼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번 역전을 놀라운 결과로 평가했다.
그는 중간선거 전까지 휘발유는 4달러 경유는 6달러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선거 당일 기름값은 역대 선거일 가운데 가장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가 닥쳤던 2022년 중간선거 당일 휘발유 가격은 3.80달러였다.
백악관은 전쟁이 끝나면 기름값이 급격히 떨어지고 이란의 핵무기 보유도 막게 된다는 입장이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면 과거 선거일 무렵 기름값이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미시간 유세에서 유가 상승을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한 작은 대가로 규정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로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가격을 따지면 바이든 시절 평균은 3.89달러 트럼프 2기는 3.52달러로 트럼프 시절이 약 10% 싸다는 반론도 나온다. 드한 총괄 역시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미국인이 소득 대비 기록적인 수준의 비용을 기름값에 쓰는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일일 기준 역대 최고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바이든 정부 시절인 2022년 6월의 갤런당 5.02달러다. 로이터·입소스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기름값 우려 속에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상·하원 모두 근소한 과반을 지켜야 하는 공화당은 3일 중간선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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