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대형 기술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천연가스에 대규모로 베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선택이 몇 년 안에 큰 후회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에너지 리서치 기업 노레바(Noreva)는 하이퍼스케일러의 폭발적 전력 수요와 공급 증가 둔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가 맞물리면서 미국 일부 지역의 천연가스 가격이 향후 몇 년 안에 세 배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레바의 피터 가데트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에너지 시장 참여자들이 가스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는 안일한 인식에 빠져 있었지만 단순한 계산만으로도 몇 년 전보다 훨씬 민감해진 수급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가스 베팅은 이미 본격화됐다. 메타는 지난 3월 루이지애나주에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7.5기가와트(GW) 규모의 대형 가스 발전 설비를 짓기로 했다. 이는 기존 3기에 신규 7기를 더해 총 10기의 발전소를 세우는 계획으로 루이지애나주 전체 발전 용량을 30% 이상 끌어올리는 규모다.
며칠 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각각 텍사스에 기가와트급 가스 발전소 건설 계획을 밝혔고 아마존은 텍사스에 7.6GW 규모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그동안 대규모 설비 투자를 꺼려온 이들 기업이 데이터센터 건설 붐 속에서 갑자기 물리적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동시에 익숙하지 않은 에너지 시장 깊숙이 발을 들여놓는 셈이다.
가데트 CEO는 한 투자자가 이들 기업이 감수하는 가스 가격 위험 수준에 놀라움을 표했다며 전력을 사서 쓰는 수요처가 정상적으로는 하지 않을 일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노레바는 특정 거래 거점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100만BTU(열량 단위)당 1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현재 가격은 100만BTU당 2~4.5달러 수준이며 가장 널리 거래되는 루이지애나주 헨리허브 가격은 3달러에 못 미친다. 대형 발전소에서 연료비는 전기 생산 비용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따라서 가스 가격이 두세 배로 오르면 자체 발전 설비를 갖춘 이른바 '자가 발전' 방식의 AI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이 크게 불어난다. 이는 AI 서비스 이용 단가를 밀어 올리거나 기업들이 다시 전력망에 연결하도록 만들어 전기요금 전반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당장은 가스 가격이 안정적이다. 미래 가격을 미리 사고파는 선물 계약도 큰 변동을 예상하지 않는다. 가데트 CEO는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판단이 무리한 베팅은 아니라면서도 그것이 옳다고 확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가스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해온 것은 수요가 비교적 평탄했고 새 공급이 꾸준히 더해지며 노후 유정의 생산 감소를 메워왔기 때문이다. 가데트 CEO는 앞으로도 공급을 늘릴 수는 있겠지만 과거만큼 빠른 속도는 아닐 것으로 봤다. 새 유정을 뚫는 비용도 오르고 있다.
그가 더 주목한 변수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그동안 국내에 머물던 미국 가스 시장이 마침내 세계 시장과 연결되는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끌어당기는 수요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값싼 가스를 좇아 텍사스와 루이지애나로 몰렸다. 특히 웨스트텍사스에서는 대부분의 유정이 원유 채굴에 집중돼 있어 함께 나오는 천연가스는 마땅한 판로가 없는 부산물 취급을 받아왔다. 지역 밖으로 실어 나를 대형 배관도 부족해 생산자들은 가스를 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헐값에 팔았다.
그러나 최근 수출 시장을 겨냥한 배관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웨스트텍사스가 전국 및 국제 시장과 연결될수록 이 지역의 수요가 다른 지역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대형 데이터센터 인근의 작은 가격 변동이 다른 곳에서 크게 증폭될 수 있다.
가데트 CEO는 가스가 넘치는 지역 바로 옆에 가스가 없는 지역이 생기면서 큰 가격 격차가 발생할 것이며 바로 이 격차 때문에 일부 지역 가격이 오랜 기간 100만BTU당 10달러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기업들이 높은 가격을 감당하더라도 가스 소비가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반발에 새로운 불씨를 더할 수 있다. 이미 소비자의 80%가 데이터센터가 전기요금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으며, 그 불안이 가스요금 고지서로도 번질 수 있다.
가데트 CEO는 앞으로 알파벳(구글 모회사) 실적 발표에서 천연가스 가격과 구글 실적의 상관관계를 언급하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라며 낯선 풍경이지만 지금 상황이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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