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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대신 영상으로 AI를 키운다…런웨이의 '구글 추격'

  • 고건 기자
  • 입력 2026.05.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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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생성 AI 스타트업 런웨이(Runway)가 차세대 AI의 방향을 두고 구글과 정면 승부에 나섰다. 지금까지 AI 업계는 챗GPT나 클로드처럼 글로 학습하는 거대언어모델(LLM)이 지능의 본질이라는 전제 위에서 움직여왔다. 

 

하지만 런웨이는 영상에 담긴 현실 자체를 학습해야 다음 단계 AI가 나온다는 입장이다.

 

런웨이 공동창업자이자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아나스타시스 게르마니디스는 테크크런치 인터뷰에서 언어모델이 인터넷 게시판과 교과서 같은 인간의 기존 지식을 정제한 것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한계를 넘으려면 편향이 덜한 데이터, 즉 세계를 직접 관찰한 데이터를 모델에 공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런웨이의 무기는 '월드 모델(world model)'이다. 월드 모델은 AI가 환경의 작동 원리를 내부에 시뮬레이션해두고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글이 아니라 물리 법칙을 익힌 AI인 셈이다. 

 

런웨이는 지난해 12월 첫 월드 모델 'GWM-1'을 공개했다. 영상 생성 모델 'Gen-4.5'를 기반으로 한 프레임씩 그림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며 카메라 움직임이나 로봇 명령, 음성 같은 입력에 실시간으로 반응한다. 720p 해상도에 초당 24프레임으로 작동한다. 

 

가상 공간 탐색용 'GWM-월즈', 로봇 학습용 'GWM-로보틱스', 대화형 캐릭터용 'GWM-아바타스'의 세 갈래로 출시됐다.

 

이 기술은 곧바로 사업 성과로 이어졌다. 런웨이는 지난 2월 제너럴 애틀랜틱이 주도한 시리즈 E 라운드에서 3억1500만달러를 조달했다. 기업가치는 53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엔비디아, AMD 벤처스, 어도비 벤처스, 미래에셋 등이 참여했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8억6000만달러다. 한 창업자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만 연간 반복 매출이 4000만달러 추가됐다.

 

영화·광고 시장에서의 입지가 이를 뒷받침한다. 런웨이는 라이언스게이트와 손잡고 영화사 보유 영상 2만여편으로 맞춤형 모델을 훈련시켰다. AMC네트웍스와는 마케팅과 사전 시각화에 AI를 도입하는 협업을 진행 중이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제작에도 런웨이 도구가 쓰였다. 

 

어도비와는 지난해 12월 다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Gen-4.5를 어도비의 창작 도구 '파이어플라이'에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 컴퓨팅 인프라는 코어위브와의 장기 계약으로 확보했고 엔비디아의 최신 GB300 NVL72 시스템을 활용한다.

 

15일에는 일본 진출을 발표했다. 도쿄에 일본 본사를 두고 4000만달러를 초기 투자한다. 일본 사업 책임자도 새로 뽑는다. 일본은 정식 사업 전개 전부터 런웨이의 세 번째로 큰 시장으로 자라났고 최근 1년 사이 기업 고객이 300% 늘었다. 

 

일본의 발달한 영상 산업과 로보틱스·제조업·게임 산업이 월드 모델 수요와 맞물린다는 판단이다. 야마하와 소프트뱅크가 이미 고객사로 이름을 올렸다.

 

런웨이는 뉴욕대 티시예술대학에서 만난 칠레인 두 명과 그리스인 한 명이 2018년 세웠다. 본사도 뉴욕이다. 게르마니디스, 발렌수엘라, 마타말라 오르티스 세 사람은 '예술가를 위한 공학 대학원'이라 불리는 NYU ITP 과정에서 처음 만났다. 

 

이들은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한다는 목표로 출발했지만 모델 성능이 커질수록 영상 생성이 로봇 학습, 신약 개발, 기후 모델링 같은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지난해에는 별도의 로보틱스 사업부를 출범시켰고 실제 현장 시험과 도입까지 이뤄졌다. 

 

게르마니디스 개인의 장기 목표는 생물학 월드 모델과 노화 억제 연구다. 직원 수는 뉴욕·런던·샌프란시스코·시애틀·텔아비브·도쿄 등 6개 도시에 걸쳐 155명이다.

 

승부의 변수는 컴퓨팅 자원이다. 라이벌의 자금력이 압도적이다. 같은 영상·월드 모델 경쟁자인 루마AI는 11월 사우디아라비아 휴메인 주도로 9억달러를 유치하며 4기가와트(GW)급 슈퍼클러스터 구축에 들어갔고 페이페이 리가 이끄는 월드랩스도 2월 엔비디아·AMD·오토데스크가 참여한 라운드에서 10억달러를 모았다. 

 

가장 직접적인 위협은 구글이다. 구글의 영상 모델 '비오(Veo)'는 Gen-4.5와 정면 경쟁하고 월드 모델 '제니(Genie) 3'는 런웨이가 노리는 장기 영역을 정조준한다.

 

자금이 곧 생존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픈AI는 지난해 9월 출시한 동영상 앱 '소라(Sora)'가 하루 100만달러에 가까운 컴퓨팅 비용을 태운 데 비해 매출은 누적 210만달러 수준에 그치자 3월 서비스를 접었다. 사용자 수도 정점 100만명에서 50만명 아래로 줄어든 상태였다. 컴퓨팅 비용을 견디지 못한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썸네일 사진 출처: Runway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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